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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을 살리는…‘1/60 미용티슈’ ‘1/50 키친타올’

50년 우유갑재생 고집 ‘우유갑 되살림 휴지’ 부림제지㈜ 윤명식 회장 

기사입력2019-02-06 18:00

윤명식 회장은 부림제지가 50년간 100% 우유갑 재생을 고집해온 이유를 ‘자원절약’과 ‘기술개발’에 대한 사명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기이코노미

 

캐나다나 스웨덴 등지에서 30년이상 된 침엽수 버진 펄프로 우유갑을 만듭니다. 조직이 촘촘하고 흡수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질겨 최고급 펄프죠. 이렇게 좋은 원료로 만들어진 깨끗한 우유갑이 그냥 버려진다고 생각하니 아깝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어 기술개발에 나섰죠.”

 

국내 최초로, 우유갑을 수거해 우유갑 되살림 휴지를 만들고 있는 부림제지의 윤명식 회장은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자리에서 50년간 100% 우유갑 재생을 고집해온 이유를 자원절약기술개발에 대한 사명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윤 회장은 부림제지를 설립하기 전 종이박스 공장을 운영했다. 당시 윤 회장은 버려지는 우유갑을 보고, ‘저 아까운 걸 왜 버릴까’, ‘기술만 있다면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고 한다. 우유갑을 펄프로 다시 만드는 방법을 고민하던 끝에 윤 회장은 1985년 국내 최초로 우유갑 재생 휴지 코주부를 개발하며 부림제지를 설립했다. 코주부는 윤 회장의 어릴적 별명이다. 코를 푸는 휴지의 이름으로 사용하면 기억하기 쉬울 것 같아 브랜드명으로 정했다. ‘부림풍요로운 숲이라는 뜻이다. 자연, , 나무를 지키고 가꾸고자 하는 회사의 핵심가치를 담고 있다

 

윤 회장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톱니바퀴를 이용해 우유갑 외부의 코팅 비닐을 제거하는 팔파기계개발에 성공했다. 화학약품을 이용하면 더 쉽게 할 수 있지만, 인체에 해가 없는 깨끗한 펄프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물과 기계의 힘만으로 펄프를 분리해 낸 것이다.

 

부림제지에서 생산하는 우유갑 되살림 휴지, 미용티슈, 키친타올.<사진=부림제지>
우유갑 재활용 방법을 개발해 휴지를 생산했지만 처음 10년간은 판로를 찾는 일도, 우유팩을 확보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윤 회장은 환경부와 서울시 등 관련기관을 찾아다니며 우유갑 재활용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이러한 윤 회장의 열정으로 환경부에서도 우유갑 재수거 운동을 벌였고, 시민단체도 이에 동참하며 우유갑 모으기 국민운동도 시작됐다.

 

IMF 외환위기 넘겼지만, 예나 지금이나 우유갑 수거가 난제

 

부림제지는 1993년 세계 환경의 날 대통령 상을 수상하고, 1994년에는 MBC의 좋은 한국인 대상을 수상하는 등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부림제지도 IMF 외환위기를 피해 갈수 없었다.

 

물건들이 팔리질 않았습니다. 은행에서는 압박이 들어오고 공장문도 닫다시피 했죠. 하도 답답해 집사람과 여주에 있는 아버님 산소를 찾아가 통곡을 했죠. 사업하면서 하도 고생을 해서, 지금은 바로 옆에 폭탄이 떨어져도 크게 놀라지도 않을 것 같다니까요.”

 

윤 회장은 포기하지 않고 판로를 찾아다녔다. 다행히 서울시와 시민단체 등의 도움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한살림과 아이쿱생협 등 생활협동조합을 중심으로 친환경 휴지를 공급하며, 부림제지의 경영은 안정화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우유갑을 수거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 현재도 국내에서 우유갑의 20~30%만이 수거된다. 일본의 경우, 우유갑 수거율이 50%이상인 것에 비하면 여전히 낮다. 윤 회장은 펄프를 톤당 70~80만원에 해외에서 구입하는데, 우유갑을 재활용하면 이를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우유갑 분리수거가 아직은 생활화되지 못한 게 현실이다. , 재활용 수거과정에서 애써 수거한 우유갑들이 다른 종이들과 섞이기도 한다. 제지회사들은 우유갑 재활용 화장지를 생산한다고 하지만, 번거롭기 때문에 혹은 수익이 나지 않아 실제로는 거의 생산을 하지 못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우유팩 재활용에 대한 인식이 지금보다 확산될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가업을 이어 부림제지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윤우석 상무이사가 우유갑을 재활용해 생산한 펄프를 소개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숲을 살리는 우유갑 되살림 휴지직관적인 환경보호 디자인

 

자원 재활용제품은 품질이 좋지 않다는 인식도 적지 않지만, 우유갑 재활용 휴지 만큼은 믿고 사용해도 된다. 우유갑은 최고급 침엽수 버진 펄프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피부염증을 유발하는 형광물질이나 포름알데히드 등 유해성분이 없다. , 향이나 잉크를 사용하지 않아 피부가 민감한 아이에게 사용해도 안전하다. 우유팩은 식품용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재활용하는 과정에서 화학약품을 써 표백하지 않고도 친환경적으로 펄프를 만들 수 있다. 두께는 일반 휴지보다 10%이상 두툼해 사용도 편리하다.

 

가업을 이은 윤우석 상무이사는 부림제지가 생산하는 제품들을 직접 소개했다. 한눈에 단단함과 묵직함이 느껴지는 미용티슈 한 팩은 200우유갑 107개를 재활용해 만들어졌다. 우유팩을 재활용함으로써 한 팩당 약 1펄프, 30년생 침엽수 1/60그루를 아낄 수 있다. 그래서 이름도 ‘1/60 미용티슈.

 

키친타올은 200유유갑 130개를 재활용해 만든다. 1.2의 펄프, 30년생 나무 1/50 그루를 아낄 수 있다. ‘1/50 키친타올은 탄성력과 흡수력이 뛰어난 PTP(Point To Point) 방식의 이중파워엠보싱이 적용돼 물과 기름기 흡수가 뛰어나다. 이중파워엠보싱은 질긴 침엽수 펄프라 적용이 가능한 공법이다. 최근 많이 사용하는 열대우림 펄프의 경우 잘 찢어져 이중파워엠보싱을 넣을 수 없다는 것이 윤 상무의 설명이다.

 

또 단단하게 감긴 롤 휴지는 200우유갑 537개를 재활용했다. 4의 펄프, 나무 1/12그루를 아낄 수 있다. ‘1/12 롤휴지는 전체 40m, 일반 롤휴지보다 길이가 길고 두께도 10%이상 두껍다. 이는 비데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경기도 이천시에 위치한 부림제지 본사.<사진=부림제지>

 

윤 상무는 조직이 엉성한 열대우림 펄프를 사용하면 품질이 떨어지고, 무엇보다 열대우림을 파괴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우유갑 재활용 휴지를 사용하면, 궁극적으로 지구의 숲을 보호하고 생물다양성을 보존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부림제지는 지난해 경기도주식회사의 ‘Curation by GGD’ 사업 지원을 통해 제품 디자인을 새롭게 개선했다. 제품 패키지에 숲과 나무의 이미지를 넣어 환경보호 메시지를 전달하고, 제품명도 1/12, 1/60 등으로 바꿔 코주부 화장지를 이용하면 보존할 수 있는 나무의 수를 직관적으로 표현했다. 제품 패키지 디자인을 통해 부림제지가 지향하는 가치를 소비자에게 보다 명확히 전달한 것이다.

 

지난해 부림제지는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우수그린비즈 인증을 받았다. 올해 폭넓은 소비자층을 확보해, 2020년에는 매출액 200억원 달성, 2030년에는 종합위생제지회사로 도약하는 것이 부림제지의 목표다.

 

팔순을 눈앞에 둔 윤 회장은 단순히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업이었다면, 우유갑 재활용 휴지는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부림제지는 생활협동조합 등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들과 함께 성장해 온 만큼, 남은 여생동안 작은 복지재단을 만들어 어려운 사람을 돕고 봉사하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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