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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증세 외 공평한 분배를 실현할 방안은 없다

“참여, 정의, 불평등해소, 기부 등의 얘기를 하지만 이건 다 개소리다” 

기사입력2019-02-07 16:56
김영규 객원 기자 (hjlee1000@gmail.com) 다른기사보기
인하대 김영규 명예교수
새해부터는 성장보다 분배에 중점을 두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이런 방향으로 경제정책을 전환하기 위해서는 정치권의 획기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한국이 지금보다 나은 평등한 사회로 진입하기 위한 전제로 제안했던 재벌해체는, 허울뿐인 시장경쟁을 정상으로 되돌리고 민주주의 정치를 보다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함이다. 이는 곧 재벌대기업들이 독과점 지배로 경제를 장악해 온 오명을 벗고, 기업들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경쟁하는 선진사회로 나아가는 출발임을 의미한다.

서구의 선진경제사회는 지금까지 재벌기업(그룹) 자체를 규제한 게 아니라 독과점 시장체제가 고착화되는 현상을 규제했다. 한국처럼 재벌총수 1인이 수십개의 독과점자본을 계열사로 묶어 통제하는 방식은 비전문적이고 비효율적인 자본집중 관리 방식이다. 이런 전근대적 대마불사의 자본운영을 타개하기 위해 우선 10대재벌부터 계열사를 분리·해체시키는 단계적 방안을 제안했다. 이는 올해부터 예상되는 국내외 경제의 성장세 하락을 감안한 과도기적 조치다.

이제 눈을 돌려, 이 시점에서 저성장보다는 소득과 분배의 격차가 몰고 올 파탄을 우려하는 세계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한마디로 극도로 불평등한 경제구조를 획기적으로 개혁하지 않는 한 세계 자본주의 체제와 질서는 파국을 면치 못한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지난 세기에는 저성장문제 해결이 우선 순위였다면, 지금 세기부터는 분배격차 해결이 시급한 과제란 지적도 많이 나온다.  

이의 선두 주자는 세계적인 빈민구제기관인 옥스팜(Oxfam)이다. 옥스팜은 부의 불평등을 해소하고 빈민을 구제하기 위해 1942년에 설립된 비정부기관(NGO)이다. 옥스팜은 지난 1월21일 스위스 다보스(Davos)에서 매년 열리는 세계경제포럼을 앞두고 ‘공익이냐 개인의 부냐’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3월부터 1년간 전 세계 억만장자(자산 10억달러 보유)의 재산은 매일 25억달러(2조 8000억원)씩 12% 늘었다. 반면 세계 인구의 절반에 해당되는 극빈층 38억명의 재산은 오히려 11% 줄었다. 그 결과 최상위 억만장자 26명이 가진 자산 1조3700억 달러(1544조원)는 하위 50% 자산을 모두 합한 것과 같다.

옥스팜은 부유한 개인(소득세)과 기업(법인세)에 적용되는 세율이 줄면서 빈부격차가 더욱 커졌다고 분석했다. 옥스팜의 부자증세 주장이 세계 1위 경제대국인 미국에 영향을 미친것일까? 지금 미국은 2020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쟁점으로 부자증세인 부유세(wealth tax)도입이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민주당 대선주자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재산세율 인상을, 지난 2016년 민주당 대선후보 지명을 놓고 힐러리 클린턴과 경합했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상속세율 대폭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보다 유럽식 부유세 도입을 수면으로 떠오르게 만든 정치인은 29세 초선의 민주당 하원의원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다. 지난 1월6일 그녀는 연소득이 1000만달러(110억원)를 상회하면, 최고 70%까지 세율을 부과하는 강력한 부유세 도입을 촉구했다.

그러나 기득권층 보수인사들은 부유세 도입을 반대한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끔찍한 아이디어’ 라며, “경제활동을 심각하게 위축시키고 싶다면, 그렇게 해도 될 것”이라고 비꼬았다. 2020년 미국 대선 출마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하워드 술츠 전 스타벅스 최고경영자,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을 지낸 게리 콘도 등도 부유세에 반대한다. 반면 미국 최대 투자은행 JP 모건의 제이미 다이언 최고경영자는 부유세 도입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한국일보, 2월5일 기사). 이처럼 보수우파의 기득권 계층도 양분된 혼란스런 상황이다.

이런 논란 속에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를 보면 미국국민들은 부자증세 쪽에 손을 들고 있다. 지난 2월4일 공개된 폴리티고·모닝컨설트 여론조사에서 ‘부자들이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응답자는 76%에 달했다. 이에 앞서 1월24일 폭스뉴스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연 1000만달러이상 고소득자에 대한 세금을 올려야 한다’는 응답자가 7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유세 인상폭에 대해서는 다소 이견이 있지만, 미국민 상당수가 부자증세로 소득분배의 공평성을 도모하자는 주장에 압도적 지지를 보내는 상황이다. 2020년 대선시점에서 미국의 정치지형은, 전통적으로 감세와 작은정부를 주장해 온 공화당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은 물론 세계를 결국 파국으로 몰아갈 부익부 빈익빈의 세상을 바꾸어야 한다는데, 한국민과 세계인의 여론이 모아졌다. 버니 샌더스의 주장대로, 세계는 극소수인 0.2% 억만장자를 제외한 나머지 절대 다수 99.8%를 위해 증세를 지지한다. 이렇듯 한국민을 포함 세계인 대다수는 없는 자들의 봉기와 혁명이 아니라, 가진 자들도 할 수 없이 동의할 수밖에 없는 어떤 정치적인 대안이 필히 마련돼야 한다는데 동의한다. 옥스팜의 증세 제시부터 오카시오-코르테스의 부유세 도입, 그리고 최근 역사학자 뤼트허르 브레흐만의 부자증세 요구를 보면, 가진 자의 재산을 강제몰수하는 방식보다는 이에 버금가는 합법징수를 택하는 게 여론의 대체적인 경향으로 보인다.

지난 1월에 개최된 다보스 포럼에서 30살의 네델란드 역사가 뤼트허르 브레흐만의 말에 귀를 기울여 보자. 지난 2월 1일 가디언(The Guardian)지는 그의 직설화법에 대해 “위선으로 절은 세계의 기업가와 정치인들을 해머로 그들의 뒤통수를 갈겼다”고 호평했다. 가디언지가 소개한 브레그넌의 말을 번역해 페이스북에 올린 엄윤진(필명 생각공장)의 글을 인용한다.

“여러분들 여기 모여서 참여, 정의, 불평등해소, 기부 등의 얘기를 하지만 이건 다 개소리다. 빈곤이나 불평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당신들이 세금을 회피하지 않고 내는 거다. 그런데 이 말을 꺼내는 사람이 없다. 이건 마치 불끄러 가는 소방관들이 다른 얘기만 하지, (불을 끄는) 물에 대해서는 아예 얘기를 하지 않는 것과 같다.”

“자본주의가 가장 성공적이었을 때는 (제2차세계대전) 전후였다. 이 때 미국의 최고 세율이 90%가 넘었을 때, 자본주의가 꽃피고 정부지출로 가장 많은 혁신이 이루어졌다. 내가 하는 말은 자본주의를 구하기 위함이다. 정부지출이 당시 활발히 전개되었던 이유는 재산세, 소득세, 상속세율이 매우 높았기에, 이렇게 충분한 예산으로 다양한 분야의 지원이 가능했기에 혁신이 가능했고 불평등의 정도도 상당히 낮았다. 무정부 자본주의라는 짐승을 길들이는 방법은 여러분이 꺼내기 싫은 세금회피를 종식시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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