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노동 가동연령 만 65세, 더 일찍 인정됐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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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정책법률 육체노동 가동연령 만 65세, 더 일찍 인정됐어야 3~4년전 인정됐으면, 논란이 된 최저임금·임금피크제 해결됐을 것

기사입력2019-03-23 09:46

고윤기 객원 기자 (kohyg75@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로펌 고우 고윤기 변호사, 서울지방변호사협회 이사

지난 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중에 ‘일반육체노동자 경험칙상 가동연한 사건’이라는 것이 있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올해와 내년의 경제와 실물경기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장 ‘핫’한 대법원 판결이 될 것이다. 물론, 이 판결의 후폭풍은 올해 하반기쯤 불어 닥치게 될 것이다. 그 전망을 한번 해보고자 한다.

‘일반육체노동자 경험칙상 가동연한’이라는 말, 무언가 생소하다. 좀 쉽게 풀어보자. 일단, 일반육체노동자라는 말은 단어 그대로 육체노동을 주로 생계활동으로 하는 사람을 말한다. 예를 들어 건설현장에서 일하시는 분 또는 이와 유사한 일을 하는 직종을 생각하면 되는데, 실제로 중요한 포인트는 특별한 직업을 가지지 않는 무직자, 실직자, 은퇴자를 여기에 포함한다는 점이다. 그 다음에 가동연한이라는 말, 한자로 뜻풀이하면 ‘움직일 수 있는 기한’ 즉 일을 할 수 있는 나이다.

즉 일반육체노동자의 경험칙상 가동연한이라는 말은, 법원이 육체노동자·무직자·실직자·은퇴자가 대략 이 정도 나이까지 일하는 것으로 보고 판결을 내리겠다는 태도다. 물론 대법원의 입장이다. 이 기준은 주로 손해배상청구에서 활용된다.

대법원은 1989년도 이후에, 일반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보아 왔다. 어라, 좀 이상하다. 우리 주변에 실제로 만 60세가 넘어도 건설현장이나 육체노동을 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가? 요즘 만 60세가 넘어도 대부분 건강하다. 국민 평균여명이 1989년 당시에는 남자 67.0세, 여자 75.3세였는데 2015년에는 남자 79.0세, 여자 85.2세로, 2017년에는 남자 79.7세, 여자 85.7세로 늘었다.

그뿐만 아니다. 2013년 6월4일 개정된 고용보험법에서는 65세 이후에 새롭게 고용되거나, 자영업을 개시한 자만을 그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또, 국민연금법 등도 연금수급개시연령을 점차 연장하는 내용으로 개정돼 2033년 이후부터 65세로 늘려 놓았다. 즉, 각종 사회보장 법령에서, 국가가 적극적으로 생계를 보장해야 하는 고령자나 노인을 65세 이상으로 정하고 있다.

육체노동자의 가동연령이 만 65세로 인정돼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 판결이 3~4년 전에 선고됐으면, 최근에 문제되고 있는 최저임금, 임금피크제 같은 문제들이 자연스럽게 해결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정리하자면, 만 65세까지는 누구나 일을 할 수 있다는 통계적인 확인이나 사회보장법의 반영이 이미 끝나 있었다. 그런데도 우리 대법원은 1989년도에 세운 기준인 일반육체노동자의 일할 수 있는 기준을 만 60세로 보는 의견을 유지해 오고 있었다. 30년 동안이나.

일반육체노동자 가동연한 연장 판결이 경제에 미칠 영향

이제부터 이 판결이 우리 경제와 경기에 미칠 큰 영향에 대해 알아본다.

첫째, 일단 손해보험금이 오른다. 일단 보험사에서 배상을 해줘야 하는 금액이 기본적으로 5년 치가 늘어난 것과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 사망사건의 경우, 보험사에서 만 60세를 기준으로 보상금액을 산정하던 것을 이제는 만 65세를 기준으로 보험금을 산정해야 한다. 보험사의 입장에서는 5년 치를 더 줘야 하므로 당연히 보험료는 오를 수밖에 없다. 당장 내년부터 갱신형 손해보험의 보험료는 모두 올라간다.

둘째, 이 판결은 육체노동자의 가동연령 기준에 대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 법원은 정신노동자의 경우, 일할 수 있는 기간을 육체노동자보다 조금 더 길게 보고 있었다. 이 부분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침대에 누워 있어도, 정신노동 자체는 가능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의사,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직종에 대한 가동연령 기준에 대한 판결은 별도로 나올 것이고, 가동연령 기준은 늘어날 것이다. 물론 보험료도 더 늘어날 것이다.

셋째, 재계는 노동계로부터 정년연장 요구를 강하게 받게 될 것이다. 근로 관계법을 고쳐서 정년 만 65세를 법에 완전히 규정하려고 하는 움직임이 이미 포착되고 있다. 또한, 각 노조는 취업규칙을 개정해, 만 65세 정년을 명문화하려 할 것이다. 손해배상의 기준으로 만 65세가 가동연령으로 인정되는 것과 정년으로 법에서 명문화돼 보장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의미가 된다. 적어도 기업에서는 그렇다. 그리고 필자의 짧은 소견으로는 결국 청년의 신규 일자리 축소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거시적인 관점으로 현재의 경제상황에서, 이 판결이 올해 하반기 그리고 내년에 어떤 방식으로 우리나라의 경제와 실물경기에 영향을 미칠지의 문제는 경제학자들의 몫으로 남겨 놓겠다.

이 판결은 판결 자체로만 보면 타당하다. 우리나라의 수준, 사회적 지표, 수명 등 모든 면을 보아도 육체노동자의 가동연령이 만 65세로 인정돼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 판결이 3~4년 전에 선고됐으면 어떨까 한다. 그랬으면 이 판결에서 파생되는 많은 쟁점을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최근에 문제되고 있는 최저임금, 임금피크제 같은 문제들이 자연스럽게 해결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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