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단, 호텔만 허가…숙박시설없어 출퇴근 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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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지금 중기에선 산단, 호텔만 허가…숙박시설없어 출퇴근 곤란 산업부, 상업구역에 숙박시설 有 vs 업계, 지방산단에 상업구역 無

기사입력2019-03-27 13:3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경기도 연천군 소재 산업단지내 공장에 다니는 A씨, 자신의 근무지에서 군청 소재 거주지까지 거리는 24.2km다. 대중교통 접근성이 열악한 이곳 산업단지, 자가운전이나 통근버스 이외 대안이 없어 노동자들이 출퇴근 불편을 호소한다. 이런 이유로 주중에는 산단 외곽의 숙박시설을 이용하고, 주말에만 거주지로 귀가하는 노동자들이 적지 않다.

앞선 사례와 같이 대다수 산업단지는 일반 거주지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매일 출퇴근이 어려운 노동자들에게 숙소가 필요하지만, 현행법에 따르면 산단내 ‘지원시설구역’에 허용되는 숙박시설은 관광호텔업 뿐이다. 이러다보니 산단 외곽에는 호텔비용이 부담인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숙박시설이 성행한다. 심지어 산단내 여관이나 모텔을 불법으로 운영하는 사례도 많다.

산단내 호텔 외 숙박시설 허용하려면 ‘산업집적법’ 개정해야

산업계는 산단내 지원시설구역은 입주업체와 노동자를 지원하는 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구역이기 때문에 호텔뿐 아니라 기숙사 및 모텔 등의 입주를 허용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지원시설구역에 숙박시설을 허용하면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노동자가 이용할 수 있고, 근무지와 가까운 곳에 투숙함으로써 노동생산성 향상도 가능하다는 주장도 입주허용의 근거로 제시한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산업단지내 지원시설구역에 일반·생활 숙박시설 설치하기 위해서는 숙박시설을 호텔로 제한한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산업집적법)’ 시행령 제6조제6항제8호를 개정해야한다.

산업부, 일반 숙박시설 설치는 지원시설구역 취지에 맞지 않아

산업부에 따르면 산업단지 지원시설구역에는 금융·보험·의료·교육 등 입주업체 지원기관만 입주가 가능하다. 모텔·여관 등 일반 숙박시설은 입주업체 지원과 관련성이 적어 입주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일반 숙박시설을 허용할 경우 지원시설구역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기형적 형태로 운영될 우려가 높다는 것도 일반 숙박시설 입주를 반대하는 이유다.

숙박시설 가운데 ‘관광진흥법’에 따른 호텔업만을 지원시설구역 입주를 허용한 이유는, 국내외 바이어 응대를 위한 회의·행사·숙박 공간을 마련해 입주기업의 사업여건을 개선하기 위함이란 게 산업부 입장이다. 지원시설구역내 일반 숙박시설이 없어 출퇴근 등 입주기업과 노동자의 애로사항이 크다는 주장에 대해, 산업부는 산업단지내 상업시설구역에서는 모텔·여관 등 일반 숙박시설 설치가 가능하다고 반박한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지방 산단의 열악한 접근성·정주여건…단순 숙박시설 필요

그러나 중소기업 옴부즈만은 지원시설구역은 산단내 입주업체와 노동자를 지원하는 구역이기 때문에 입주기업 노동자의 복지후생 시설로 운영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비광역시인 시·군 지역의 산업단지는 교통·정주여건이 열악한 지역에 설립돼, 주거지역과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때문에 산단 지원시설구역내 숙박시설을 통해 저렴한 직주근접성을 높여 노동자들의 만족도를 제고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통근시간 절감에 따른 근로의욕 증진으로 노동생산성이 높아지면, 입주업체와 기업 그리고 산업 전체에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 옴부즈만은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기관으로 중소·중견기업의 규제 및 애로를 상시적·체계적으로 정비하는 독립기관이다.

“전국 수천개 산단 중 호텔이 입주해있는 산단 거의 없다”

중소기업 옴부즈만지원단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산업부는 산단내 상업시설구역에 일반 숙박시설 등의 설치가 허용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고 있지만, 상업시설구역을 갖추지 못한 산업단지가 대부분”이라며 “전국에 수천개 산단이 있지만 실제로 호텔이 입주해있는 산단도 드물다. 호텔입장에서도 대규모 국가산업단지가 아닌 이상 지역산단내에서는 영업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산업부의 입장은 산업단지 근로자들의 거주형태에 대한 이해부족이 낳은 결과”라며 “산업시설구역 내에 기숙사 설치도 가능하지만, 실제 기숙사를 지을 여력이 되는 기업은 많지 않다. 따라서 지원시설구역이 산단에 입주업체와 근로자를 지원하기 위한 구역이라면, 일반 숙박시설 설치를 허용해 편의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산업계 역시 “호텔업만 입주가 가능한 것은 산단의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규정”이라며 “일부 대규모 국가산단의 경우에만 호텔이 입주해 있고, 일반적인 산단에는 호텔이 들어서 있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산업부는 산업단지관리기본계획 변경 고시로 지원시설구역에 기업체 근로자들을 위한 행복주택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며 “지방산단의 열악한 접근성과 정주여건을 고려해 일반 숙박시설 또한 입주가 가능해야한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