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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임차인이 설치한 시설을 철거할 의무 없다

권리금 지급했어도 원상회복 의무승계 아니다…원상회복 이렇게 하자 

기사입력2019-04-01 13:00
정하연 객원 기자 (myungkyungseoul@naver.com) 다른기사보기

상가변호사닷컴(법무법인 명경 서울) 정하연 변호사
임대차 관련 소송 중에 상당수가 임대차기간이 종료되고 건물주와 세입자간에 원상회복을 놓고 다투는 사건이다. 건물주가 밑져도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으면서 무리한 원상회복을 요구를 하는 경우도 있고, 세입자가 응당 이행해야 할 원상회복 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은 채 보증금을 돌려달라고 우겨서 다툼이 벌어지기도 한다.

 

임대차계약 당시에 세입자가 이행해야 할 원상회복의 범위를 명확히 정해놓지 않은데다가, 관련 법률마저도 원상회복의 범위를 명확히 정해주고 있지 않아 분쟁이 자주 발생하는 것이다. 약정과 법률의 미비한 부분을 법원 해석에 기대여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건물주와 세입자들이 법원의 해석을 정확히 알리가 없으니 서로 자신의 주장이 맞다고 하며 결국 법원의 문을 두드리게 된다.

 

이번 기회에 법원의 해석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정확히 확인해 불필요한 다툼은 피하도록 하자.

 

내가 설치 안했는데 철거해야 하나=가장 많은 세입자들이 원상회복에 관해 묻는 질문은 내가 설치한 적이 전혀 없는 종전 세입자가 설치한 시설까지 철거해주어야 하는지. 답은 간단하다. 세입자는 자신이 임차했을 당시 상태만 만들어 놓으면 될 뿐, 앞 사람이 설치한 것까지 철거해줄 필요가 없다.

 

대법원은 이미 시설이 되어 있던 점포를 임차해 내부시설을 개조한 임차인의 임대차종료로 인한 원상회복채무의 범위에 관해, ‘별도의 약정이 없는 한 그것은 임차인이 개조한 범위 내의 것으로서 임차인이 그가 임차 받았을 때의 상태로 반환하면 되는 것이다라고 명확히 판시한바 있다(대법원 1990. 10.30. 선고 90다카12035 판결).

 

그런데 이같이 대법원 판결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분쟁이 끊이지 않는 것은 종전세입자에게 권리금을 지급했는지 여부에 따라 원상회복 정도를 판단하는 하급심의 판결은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임차인이 권리금을 지급한 경우에는 전 임차인으로부터 영업시설 비품의 철거의무까지 인수하였다고 보아야 한다는 하급심 판결이 있는 반면, ‘전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지급했다는 것만으로 전 임차인의 원상회복의무까지 당연히 승계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본 하급심 판결도 존재한다. 하급심이 이렇게 엇갈리고 있으니, 건물주와 세입자가 서로 자신의 말이 맞다고 우기며 합의점을 못 찾고 평행선을 달리게 되는 것이다.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고려할 때, 권리금을 지급했다는 사정만으로 종전 세입자의 원상회복 의무는 승계했다고 보는 해석은 타당하지 않다. ‘원상회복 의무는 대법원의 취지대로 제한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며, 세입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는 원상회복 의무 승계를 세입자의 실제 의사를 고려함 없이 권리금을 지급했다는 사정만으로 함부로 인정해서도 안 될 것이다. 권리금을 지급하면 원상회복 의무를 승계한다고 생각하는 세입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기에 원상회복 의무를 승계한다고 보는 하급심판결의 취지는 실제 거래관행에도 전혀 부합되지도 않는다.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고려할 때, 권리금을 지급했다는 사정만으로 종전 세입자의 원상회복 의무는 승계했다고 보는 해석은 타당하지 않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노후시설을 새로 교체하라는 요구=다음으로 많이 묻는 질문은 노후화된 시설을 건물주가 새 것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우 새것으로 교체해 주어야하는지.

 

법원은 임차인이 통상적인 사용으로 생기는 상태 악화나 가치 감소에 따른 수리비용까지 부담할 필요는 없다는 판결을 일관되게 내리고 있다. 임대차기간 중 임차목적물을 사용해 생기는 통상적인 마모나 훼손 정도는 세입자가 수리·보수해주지 않아도 된다.

 

세입자가 새로 시설을 하며 상태를 더 좋게 만들어 놓았음에도 건물주가 이를 모두 원래대로 돌려놓으라고 주장해 문제가 된 황당한 경우도 있었다.

 

원상회복의 취지는 임차인이 임의로 상태를 변경해 객관적인 가치를 떨어뜨린 경우, 이를 다시 원래대로 복구해 가치를 회복시켜 놓으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원상회복의 취지에 비추어볼 때, 임차인이 이전보다 더 좋은 상태로 변경해 오히려 객관적 가치가 증대된 경우에는 원상회복 의무가 있을 수 없다. 건물주가 이전의 불량했던 상태로 돌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무시해도 좋다.

 

세입자가 위에서 기재한 범위대로 원상회복 의무를 완료했음에도 건물주가 사소한 트집을 잡아서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경우도 꽤 많다. 그러나 사소한 원상회복 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건물주는 보증금 전액의 반환을 거부할 수 없다.

 

대법원은 임차인이 금 326,000원이 소요되는 전기시설의 원상회복을 하지 아니한 채 건물의 명도 이행을 제공한 경우, 임대인이 이를 이유로 금 125,226,670원의 잔존 임대차보증금 전액의 반환을 거부할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판시한바 있다(대법원 1999. 11.12. 선고 9934697 판결).

 

지금까지 세입자의 원상회복 의무는 어디까지 이행되야 하는지 살펴봤다. 그런데 이러한 해석은 원상회복 문제로 다툼이 벌어진 후에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관한 해법에 불과할 뿐 예방책은 아니다.

 

다툼을 사전에 차단하고 싶다면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때, 계약서에 원상회복을 하는 경우 어느 정도까지 해야 하는지 명시하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원상복구를 둘러싼 말썽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계약을 체결하고 인테리어 등을 새로 하는 경우에는 시공 전의 상태를 사진으로 찍어놓아야 한다. 원상회복은 특별한 약정이 없으면 임대차계약 당시의 상태로 만들어 놓는 것인데, 간혹 새집으로 만들어 놓으라며 무리한 요구를 하는 건물주가 있기 때문이다. 사진을 찍어둔다면 임대차계약 당시의 상태를 정확히 확인할 수 있어 불필요한 분쟁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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