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버닝썬 예방, 부유세 등 과세제 개편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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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제2의 버닝썬 예방, 부유세 등 과세제 개편 필요 인구 1%의 부패·타락을 조장하는 버닝썬이 나라를 망가뜨린다

기사입력2019-04-01 18:20

김영규 객원 기자 (hjlee1000@gmail.com) ㅣ다른기사보기

인하대 김영규 명예교수

30·50(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이상, 인구 5000만명 이상) 선진국에 진입한 대한민국, 눈살을 찌푸리게 버닝썬(불타는 태양?)사건이 터졌다. 시민사회에 수치심을 주면서도 분노할 수밖에 없는 그런 사건이다. 서울 강남의 일개 유흥업소가 오래전부터 자행해 온 불법과 탈법으로 얼룩진 만행이 연일연야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한 달 전부터 보도되기 시작한 버닝썬의 행패는 밤의 저급한 놀이를 모두 모아놓은 악행의 백화점이다. 돈 많은 부자들을 상대로 판매한 유흥상품에는 1억원짜리 양주세트가 있었고, 그런 좌석의 이용료로 2억5000만원까지 받았다.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이 아니다. 우리 사회 다른 한쪽엔 단지 수십만원의 생활비 때문에 자살을 선택한 세모녀의 비극이 있었고, 지금도 그 기억이 생생하다. 하룻밤 문화에 수억원이 필요한 버닝썬의 타락이 실재하는 서울, 젊은 구직자의 취업을 지원하기 위해 서울시가 지급하는 50만원의 청년수당조차 포퓰리즘이라 매도하는 정치세력도 있다.

버닝썬은 돈이 ‘불타는’ 낭비 작태라는 선을 이미 넘어섰다. 그곳에선 인간의 인간에 대한 폭력과 모욕이 어떤 죄의식도 없이 서슴없이 저질러진다. 성폭력은 다반사고, 그 동영상을 촬영해 유포하는 불법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자신들의 타락과 일탈을 무마하고 대외노출을 막기 위해 뇌물상납을 고리로 경찰간부 등 공권력과 한 몸이 됐다.

버닝썬은 인간의 쾌락을 마약이라는 환각세계로 극대화 했다. 인간의 신성한 노동을 망각하고 밤의 낭비와 탈선을 조장한 불법집단이 버닝썬이다. 부자·연예인·공직자 등을 끌어 들여, 그들이 인간의 탈을 쓰고는 할 수 없는 일탈과 방조를 자행하도록 독려한 반사회적 집단이다. 일반 시민들이 인내할 수 있고 관용을 베풀 수 있는 한계를 한참 벗어났다. 이제 정부는 그들에게 죄과를 묻고 처벌하는 엄중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버닝썬 관련 공권력 유착 진상규명과 엄중처벌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사진=뉴시스>

특히 버닝썬 범죄자들이 여성들에게 저지른 폭력은 그야말로 잔인한 본능적 행태 바로 그것이다. 여성이란 존재는 버닝썬을 애용한 이들에게 욕망을 충족시키는 도구에 불과했다. 여성들에게 마약을 몰래 먹여 부유층 손님에게 바치는 사냥감처럼 여성을 착취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인면수심의 악행을 저지른 강간범죄다. 검경은 성폭력을 철저히 조사하고 관련된 인물들을 색출해 엄단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우리는 버닝썬 같은 불법유흥업소가 강남지역을 넘어 암세포처럼 대도시로 확장되는 것을 경계하고 예방해야 한다. 개인 간, 가계 간 분배격차가 심화돼 사회적 갈등과 대립이 격화된 지금 우리 사회에서, 버닝썬 사건은 국가의 장래를 위해서도 철저하게 규명돼야하고 그에 따른 엄중한 처벌이 있어야한다. 아울러 버닝썬 범죄와 하등의 차이점이 없는 장자연 사건, 김학의 사건에서 드러난 부유지배계층의 성폭력 만행 역시 준엄한 처벌이 뒤따라야한다.

우리 사회는 언제부터인가 헬조선(지옥나라)이란 오명을 쓰고 있다. 버닝썬 사건과 같이 잔인한 성폭력범죄를 접하면서 헬조선 이라는 말이 더욱 실감난다. 여기에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30·50 선진국에 진입했음에도, 우리가 무엇을 잘못해서 우리 사회가 떳떳하게 자랑할 수 없는 지옥나라가 되었는가? 또 대한민국이 무엇이 부족해 아직도 선진국 문턱에서 턱걸이 하고 있는가? 이런 문제에 지혜와 상식을 동원해 합리적인 대답을 해야만 한다.

우선 유흥업서비스 구조의 2대 주체인 손님(소비자)과 사업주(생산자)로 나누어 시장질서를 보자. 방종한 고액 소비를 억제하고 자원의 낭비도 줄일 수 있는 소비자 대상 대책이 필요하다. 그것을 가장 위력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은 일정한 연봉이상 소득자에 대한 부유세 도입이다. 그 대상은 소득 최상위층 연간 14억7402억원(근로·사업 및 금융·임대 관련 소득을 합친 통합소득)을 버는 2만2482명이다(다음넷, 2019.3.24.). 부유세를 소득·재산·금융 3대 분야로 나누어진 세목별 최대세율로 부과하는 방식으로 전면 개편해야한다.

이외 불로소득·투기수익·조세회피 분야에 한정해 일종의 벌칙을 부과하는 과세방안을 도입해야한다. 불로소득과 투기수익에 대해선 추가 세율을 부과하고, 조세회피범의 경우에는 대상재산을 전액 ‘몰수’하는 제재가 필요하다. 이는 최근 특히 엄하게 처벌하는 재산범죄인 횡령과 배임 등 특별범죄로 취급해 가중 처벌하는 방식이다.

다음은 유흥업 사업주인 생산자를 대상으로 한 대책이다. 버닝썬이 저지른 파렴치한 범죄도 그 본질은 영업이윤 제고다. 이에 고가의 서비스 상품에 대해 표준가격제를 신설 도입하거나 최고가격제를 매길 수 있다. 거액의 가격을 무리하게 매기는 비싼 상품(예컨대 양주세트상품)에 한정해 적용할 수도 있다. 행정 관할을 따지면 공정거래위원회 소관이지만, 지방자치단체(예를 들어 강남구 등)에 위임해 처리할 수 있다. 병행해 국세청이 유흥업소에 대한 업무감사와 함께 세제감사를 정기적으로 시행해, 해당업소가 영업이익을 성실하게 보고하는지도 점검해야한다.

정부의 이런 감시와 감독 체제가 완비돼야만 버닝썬 같은 사태가 다시 재발하지 않는다. 이에 앞서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접근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려는 노력도 기울여야한다. 버닝썬 같은 불법기업이 자생하고 확장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근본적이면서도, 가장 기본적인 접근이다. 하나는 남녀간 어떤 차별도 없는 평등한 인간관계를 기초로 하는 상식적인 국가사회를 확립하는 일이다. 다른 하나는 어떤 직업이나 학벌에 따른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 공평한 사회 건설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교육과정에서부터 노동의 중요성과 인간 존중의 가치를 가르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