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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쓰레기 대란 1년…쓰레기의 역습은 이제 시작이다
편리함을 포기하고 삶의 방식을 바꿔야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 기사입력2019-04-02 16:28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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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편리했다. e커머스의 새벽배송을 이용해 잠들기 전에 주문하니, 아침 7시 전 아침 먹거리를 받아볼 수 있었다. 계란, 우유를 비롯해 신선식품 7,8품목을 주문했더니, 다음날 새벽 현관 앞에 배송제품들이 차곡차곡 쌓여있었다. 제품마다 아이스팩으로 꼼꼼하고 정성스레 포장돼 있었다. 반가움도 잠시, 포장을 벗겨냈더니 작은 쓰레기 산이 생겼다.
e커머스들의 배송전쟁 덕에 오늘 주문한 상품을 내일 받아보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배달음식은 어떤가. 배달대행업체들의 등장으로 맛집 음식부터, 커피, 디저트까지 이제 집안에서 먹지 못할 음식은 없다. 음식배달 또한 어김없이 일회용 용기에 담겨온다.
주말이면 쓰레기와 전쟁이다. 분리수거를 담당하는 남편은 “식구도 없는 집에 웬 쓰레기가 이렇게 많냐”며 투덜댄다. 생활의 편리함과 쾌적함을 쫓다보니 넘치는 쓰레기에 뒤통수를 맞았다. 남편에게 새벽배송과 배달음식을 끊겠노라 약속하고서야 분리수거 일을 계속 맡길 수 있었다.
우리집 만의 일은 아니다. 폐기물 재활용업체들이 수도권 공동주택 폐비닐 수거를 거부했던 쓰레기 대란이 일어난지 오늘로 꼭 1년이 된다. 그 사이 한국기업이 필리핀에 불법으로 쓰레기를 수출한 사실이 알려져, 필리핀 환경단체들이 한국대사관 앞에서 시위까지 벌이는 망신도 당했다. 포화상태인 수도권 쓰레기매립지 뒤를 이를 대체매립지를 찾는 일도 쉽지 않다는 보도가 나왔다. 중국, 동남아 등 세계 각국 또한 플라스틱 폐기물의 수입규제를 강화한다는 소식도 나온다.
환경부는 지난해 4월 쓰레기 대란 이후 재활용 폐기물 종합대책을 수립했다. 음료, 생수병은 2020년까지 재활용이 쉬운 무색으로 전량 대체된다. 커피전문점 내에서 1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을 금지하고, 대형마트와 슈퍼에서 비닐봉투 사용도 금지됐다. 그러나 아직 쓰레기가 항복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그런데 당장의 편리함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다. 가까운 일본은 재활용 분리 배출에 대한 구체적인 방식을 규정해, 높은 재활용률·자국내 처리율을 자랑하고 있다. 폐기물의 관리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제품 및 서비스 이용 후 처리방식에 대한 고민과 대안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과대포장이 더이상 용인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강화도 요구된다. 소비자는 질 좋고 편리한 상품을 원한다. 겉보기에 그럴듯한 상품보다 제품의 포장을 줄여 품질을 높인다면, 소비자의 선택도 자연스레 따라갈 수밖에 없다.
아이디어를 모아야 한다. 최근 창업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 각 부처는 분야별 창업기업을 키우기 위한 재원을 아끼지 않는다. 환경산업분야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을 통해 과대포장을 개선하고, 사용 후 재활용률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낼 수도 있다. 편리함에 익숙해진 소비자에서, 이젠 환경을 먼저 생각하는 소비자가 될 수 있는 지혜가 모아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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