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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종교 권력의 야합…더이상은 용납 안된다

종교인에게 과세하는 게 아니라 국민에게 납세의무 이행하라는 것 

기사입력2019-04-05 11:06
안호덕 객원 기자 (minju815@hanmail.net) 다른기사보기
해마다 종교인 과세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또다시 대형교회 목사나 종교계 원로들에게 막대한 이익을 안겨주는 소득세법 개정안이 발의돼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7년 한국납세자연맹이 종교인 세금혜택을 중단하라며 개최한 기자회견.<사진=뉴시스>
종교인 과세가 몇 차례 유예를 거듭하다, 사회적 비난 여론에 밀려 시행된지 1년을 조금 넘겼다. 종교인 과세 소득세법은 발표 당시부터 종교활동비 범위를 놓고 공평과세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을 받았다. 일반 국민과 비교해 특혜에 가까운 종교인 과세를 공정·공평하게 바로잡아야 할 국회가, 또다시 조세정의를 흔드는 법을 발의한 행태는 입법권의 폭거에 가깝다. 정의당을 제외한 여야 4당 10명의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 정부조차 적극 찬성하고 나섰다니, 힘없는 국민만 봉이라는 볼멘소리가 절로 나올 만하다.

이번 소득세법 개정안의 핵심은 종교인의 퇴직금에 붙는 세금을 깎아주는 것이다. 퇴직소득세를 부과하면서 과세기준을 재직기간이 아닌, 2018년 종교인 과세가 시작된 시점으로 명시했다. 이렇게 하면 30년 재직한 종교인의 퇴직소득세는 일반 납세자보다 약 30배정도 줄어든다. 30년 재직 종교인의 퇴직금을 10억원이라 가정하면 일반인은 1억5000만원을 세금으로 내야하지만, 종교인은 500만원만 낸다는 게 조세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명백한 차별과세로 조세기본원칙인 공평과세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 

종교인 세금특혜 개정안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지난해 11월 한국교회법학회 회장 등의 청원이 있자, 2월1일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기획재정위원장 등 10명의 의원이 청원을 수용해 개정안을 만들었다, 이후 지난 3월2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 3월29일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하고 공평과세원칙에 반한다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소득세법 개정안은 여론수렴 과정도 변변한 공청회 한번도 거치지 않고 졸속으로 추진됐다. 

입법 권력과 종교 권력의 야합이고, 현대판 삼정문란이라는 세간의 비난과 함께 국민 여론이 들끓은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5일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뒀던 소득세법 개정안이 4일 법사위원회에서 제동이 걸린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법사위는 개정안을 법안심사2소위로 넘겨 추가로 검토한다는 입장으로, 종교인 세금특혜 법안은 여전히 살아있다. 국민들이 감시의 눈길을 거두면, 종교인 세금특혜 법안은 언제라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오마이뉴스 의뢰로 리얼미터가 2일 실시한 종교인 퇴직금 소득세법 개정안 여론조사 결과.<자료=리얼미터>

이번 소득세법 개정안은 입법 취지나 내용에서 어떤 합리성도 찾아보기 어렵다, 개정안은 입법 취지를 종교 관련종사자의 퇴직소득 과세범위를 2018년 이후 해당분으로 명확히 해, 퇴직소득에 대한 과세의 합리성을 제고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반 과세자와의 형평성 문제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고, 이 개정안으로 혜택을 볼 수 있는 종교인 또한 제한적이다. 근속연수가 오래 될수록, 퇴직금이 많을수록 혜택이 클 수밖에 없다. 대형교회 목사들이나 고위 종교인들을 위한 맞춤형 개정안이란 비판을 받는 이유다. 

종교인 과세는 걸음마 수준이다. 과세가 시행되기 전 종교계의 반발이 있자, 종교단체 회계에 대한 세무조사를 하지 않겠다고 정부가 먼저 고개를 숙인 예도 있다. 일반 납세자와의 형평성으로 본다면, 종교인 과세는 ‘알아서 신고하고 알아서 내라’는 수준의 특혜가 지속되는 셈이다. 또 종교단체 수입에 대한 과세는 아직 논의조차 없다. 이런 처지에서 또다시 대형교회 목사나 종교계 원로들에게 막대한 이익을 안겨주는 소득세법 개정안 발의는 이해할 수 없는 처사다. 종교계의 힘에 굴복하거나 그들이 가진 표를 총선으로 연결해보자는 계산이 깔린 비열한 입법행위다.

이번 소득세법 개정안은 발의 자체도 문제지만 국회 본회의 통과는 여야가 비난을 자초하는 일이며, 해서도 안 되는 일이다. ‘소득이 있는 곳이 세금이 있다’는 과세의 정당성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이번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지 말고, 지금이라도 당장 폐기해야한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정부가 나서 종교인 과세를 일반 납세자와 형평성을 맞출 수 있도록 하루빨리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종교인 과세라는 용어부터 없애야 한다. 종교인에게 과세하는 게 아니라 종교인인 국민에게 납세의무를 이행하라는 것이다. 국회의 결단을 촉구한다.(중기이코노미=안호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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