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에서 근로자 이동 3.5% 불과…퇴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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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자영업에서 근로자 이동 3.5% 불과…퇴로가 없다 자영업자 소득 불평등도 근로자 가구보다 높고, 부채 부담도 심각

기사입력2019-04-09 18:08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자영업자의 소득 불평등도가 근로자 가구의 소득 불평등도보다 높게 나타났다. 소득분위별로 사업소득이 가장 낮은 1분위 계층의 경우, 절대적인 소득점유율은 2%대로 낮고 그마저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고소득층인 5분위 계층은 소득점유율이 50%를 초과해 절대적으로 높다.

중소기업연구원이 지난 7일 발표한 ‘자영업 불평등도의 분석과 지원방향’ 보고서는 우리나라 자영업자가 처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7년의 전 기간 동안 자영업 가구의 소득 불평등도가 근로자 가구보다 높았다. 2017년 자영업 가구의 지니계수는 0.492수준이다. 지니계수는 불평등도의 측도로 완전 평등할 때 최소치 0이며, 불평등할수록 완전 불평등한 상태에서 1의 값을 지닌다. 근로자 가구의 지니계수는 0.425였다.

자영업자의 소득 차이는 학력이 높을수록 평균 사업소득이 높았고, 학력이 낮을수록 낮게 나타났다. 연령대로 보면 60대 이상 고령층 내에서의 소득이 낮았다. 저학력층과 고령층 자영업자에 대한 대책이 절실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국의 취업자 중 자영업자의 비율은 2017년 25.4%로 OECD국가 중 그리스, 터키, 멕시코, 칠레 다음으로 높다. 자영업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자영업의 재정건전성이 전체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그러나 낮은 생산성과 자영업주의 고령화, 부채 증가로 인해 재정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비율은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2005년 이후 자영업의 구조조정이 시작됐고 2008년 세계 경제위기 영향으로 내수 경기가 악화돼 자영업자의 휴폐업이 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영업자에서 임금근로자 등으로 이동하는 확률은 3.5%에 불과하며, 나머지 92.1%는 다른 자영업으로 이동하고 4.4%는 무직이 됐다. 정규직 근로자가 다른 정규직으로 이동하는 비율은 92.5%, 임시직 이동이 1.4%, 자영업 이동이 0.9%, 무직이 5.1%였다.

더 심각한 문제는 자영업자의 부채가 최근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향후 경기에 부정적인 충격이 왔을 때, 차주의 채무상환능력이 악화되고 대출 부실 위험이 다른 부분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와같은 자영업의 구조변화에 따라 한계 자영업자의 재취업을 위한 퇴로 마련이 시급하다. 또, 부채 부담완화를 위한 정책도 요구된다. 보고서에서는 ▲한계 자영업자에 대한 사회복지적 접근 ▲생산성 혁신 지원 ▲베이비붐 세대의 자영업 진입 속도조절 등을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양극화 문제는 비단 자영업 분야만 떼어놓고 볼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자영업 시장을 지배하는 불평등과 불공정한 룰은 지속적으로 시장을 황폐화 시킬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대량으로 발생한 실업자를 정부는 자영업 시장으로 몰아넣었다. 부족한 사회안전망으로 인해 이들을 끌어안을 대책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계 자영업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고 회전문 창업도 계속되고 있지만,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자영업 대책은 곳곳에서 반대에 부딪혀 아직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소득 3만불 시대를 맞이하고도, 우리나라는 부의 양극화와 경제적 불평등이 세계에서 가장 극심한 나라라는 오명 속에서 여전히 한숨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전체 근로자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자영업 내 불평등이 심화되는 상황을 바로잡지 않으면, 한계 자영업자들을 저소득층으로 전락시켜 국가경제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가능성이 크다. 한계 자영업자의 퇴로를 마련하고 사회안전망을 확충해 자영업을 건강하게 키우는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