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서두르면 장사가 아니다’…관계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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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중국서 ‘서두르면 장사가 아니다’…관계 만들기 식사는 서둘러도, 비즈니스는 상대방이 매달리도록 느긋하게

기사입력2019-04-19 16:27

동옥분 객원 기자 (yufen75@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클래스통번역 동옥분 대표

중국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꽌시(关系:관계, 인맥)문화를 가장 먼저 입에 오르내리곤 한다. 상대방하고 사이가 가까워지면 좋을 것이라 생각하고 간혹 파트너와의 식사자리에서 스스럼없이 대하게 되는데, 그러나 비즈니스 측면에서 보면 그다지 좋은 ‘전략’이 아니라고 본다.

첫 만남부터 형님, 동생이라 부르고 사업얘기는 안하고 개인사부터 얘기하면, 상대방은 무지 난감해진다. 이는 자기 자신을 과도하게 노출시켜 상대방한테 너무 일방적인 느낌을 받게 해, 사업하면서 밀고 당기는데 필요한 거리감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판을 이끌어가지 못한다. 오죽하면 ‘서두르면 장사가 아니다(赶着不是买卖)’라는 속담도 있을까 싶다.

동한환제(东汉桓帝)때, 환제는 왕권을 장악하는데 공이 크다고 해 십상시 장양(张让)더러 조정을 장악하게 했다. 인사관리를 장양이 알아서 하게 되자, 너도나도 찾아와 매관매직을 일삼았다고 한다. 멍룬(孟伦)이라는 상인이 경성을 지나다가 이를 알고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기회라 여겨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그는 장양이 궁중에서 황제 시중을 들고 있기에, 집사를 통해야만 장양을 만날 수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다. 이 집사가 어느 술집에서 술을 먹는지 알아보고 그 술집에 드나들기 시작했다. 어느 날 집사가 술을 먹고 돈을 안 갖고 왔다. 술집 주인하고 안면도 있고 해서 다음에 준다고 했는데, 이때 멍룬이 나타나 술값을 대신 내준다. 집사는 고맙기도 해서 멍룬한테 말을 걸기 시작했다.

중국하면 꽌시(关系:관계, 인맥)문화를 가장 먼저 입에 오르내리곤 한다. 상대방하고 가까워지면 좋을 것이라 생각하고 서둘러 스스럼없이 대하게 되는데, 비즈니스 측면에서 보면 그다지 좋은 ‘전략’이 아니라고 본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서로 안면도 트고 밥 사주고 하더니 사이가 가까워졌다. 멍룬은 내심 기뻤지만 내색을 내지 않았다. 집사하고 친구처럼 지내자고만 했다. 조바심이 난건 집사였다. 집사가 “뭘 원해?”라고 자꾸 묻자, 그제야 “원하는 것은 없고 그냥 사람 많은데서 90도로 경례만 해줘”라고 답했다. 그러자 노예근성이 있던 집사는 그게 뭐가 어렵냐는 듯이 냉큼 허락을 했다.

다음날 멍룬이 장양 집을 찾아갔더니 문 앞에 벌써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집사는 멍룬을 알아보고 얼른 달려와 깍듯이 인사를 했다. 그러자 집사 밑에서 일하던 사람들도 덩달아 쫓아와서 인사를 하고 집안까지 안내를 해줬다. 멍룬은 차만 마시고 나왔지만, 집사한테 문전박대를 당하고 이 광경을 지켜본 사람들은 멍룬한테 와서 예물을 주며 장양을 제발 만나게 해달라고 사정을 한다. 멍룬은 그 많은 사람들의 예물을 받아먹고 하루아침에 사라져버렸다고 한다.

이와 비슷한 일을 경험한 적이 있다. 한국의 한 화장품업체 사장인데, 멍룬처럼 느긋했다. 중국업체 사장이 서둘러 제발 계약하자고 계약금으로 1억원을 준다고 사정한 적이 있었다. 계약이 무산될까 우려돼 회사 직원을 총동원해 식사를 하는데, ‘제발 우리와 같이 일합시다’ 하는 애원의 눈빛을 직원들에게서 엿볼 수 있을 정도였다. 이 정도로 매달릴 줄은 생각도 못했다. 꽌시문화의 그 꽌시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을 새삼 느끼게 했다.(중기이코노미 객원=클래스통번역 동옥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