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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벌써 5년, 하지만 여전히 그날”

진상규명·책임자처벌 전제돼야…무엇을 기억할 것인지 알 수 있다 

기사입력2019-04-22 11:59
김영규 객원 기자 (hjlee1000@gmail.com) 다른기사보기
인하대 김영규 명예교수
우리가 결코 잊을 수 없는 많은 사건이 4월에 일어났다. 누군가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말했던가. 4월은 우리에게 잔인하기도 하지만 부끄러운 달이기도 하다. 4·3제주 민중항쟁, 4·16세월호 참사, 이어 4·19 민주항쟁을 잊을 수 없다. 이 사건들은 국민을 위한 국가와 정부를 갖지 못했던 비극의 일부다. 지난해 30·50클럽으로 도약한 선진경제 ‘대한민국’의 가슴 아픈 역사다.

21세기 들어 과거의 부끄러운 역사를 지우고자 했지만 그것은 유령처럼 다시 되살아났다.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다. 벌써 5주기를 맞은 올해도 안산·인천·진도 등 전국 곳곳에서 304명의 희생자를 기억하기 위한 추모제(기억식)가 있었다. 추모의 주제는 ‘생명과 안전의 기억’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세월호 참사를 진정으로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알고 있는가? 원래 인간의 생명과 안전이란 지켜야만 하는 가치이고 도리이기 때문에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와 사회가 반드시 이행해야 할 책무에 대해선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식’에 빠져있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5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아무도 이에 대해 답을 준적이 없는 참담한 세상만 가로놓여 있다.

세월호 5주기가 하루 지난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기억공간에 마련된 ‘안산 단원고 1학년 수련회 반별 단체사진’ 전시장에 시민들이 놓고 간 노란 꽃다발이 놓여있다.<사진=뉴시스>

그러나 세월호 참사에 대해 정부가 부담했어야만 할 책임과 의무는 분명했다.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고 생명과 안전을 기억하기 전에, 다시 5년 전으로 돌아가 침몰의 진상을 파헤쳐야한다는 사실이다. 아직도 바닷속에 잠겨 있는 진실, 그것을 인양할 책임은 분명 정부에 있다. 지난 4월16일 5000여명이 참석했던 안산의 기억식에서 세월호 생존 학생이 편지 글을 통해 ‘별’이 된 친구에게 전한, “진실이 밝혀지는 날에는 너희에게 사과할 기회를 줄래?”라는 호소는 참석자 모두의 바람을 대변한 말이다. 

지금까지 세월호 참사의 진실이 드러나지 못한 이유는 딱 한가지다. 재벌과의 뇌물유착, 문화예술계의 블랙리스트 조작 등의 국정농단으로 탄핵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청와대, 해양수산부 등이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은폐했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 조사를 받거나 재판중인 피의자들은 진실은폐는 물론 왜곡 심지어 조작까지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세월호 참사 규명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특별조사위원회가 만들어졌음에도, 이들은 진실을 밝히려는 양심 대신 조사활동을 방해하는 등 법을 휴지조각으로 만들었다.

유가족들은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가 아니라 범죄라고 선언하고, 그 범죄자들을 찾아내야한다”고 말한다. 전 정권에서 참사로 기록했지만, 이제는 참사가 아니라 학살로 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협의회 장훈 운영위원장은 “세월호 사고는 우리 아이들을 죽이지 않았다. 우리 아이들을 죽인 것은 사람들이다. 그들을 처벌해야한다”고 외친다. “누가, 왜 304명을 구하지 않고 죽였는지 밝히고 처벌하는 것이 진상규명”이란 얘기다. 이것이야 말로 세월호 비극이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대책이다.

그렇다. 세월호 유가족의 요구는 국민 모두에게 공감을 준다. 세월호 참사의 주범을 가려내는 것, 이른바 ‘촛불정부’라는 문재인 정권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지난 4·16 안산의 기억식에서 정부대표로 참석한 유은혜 교육부장관은 추도사를 통해 “세월호 참사 5년이 지났어도 슬픔은 그대로”라며 “문재인 정부는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인양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세월호 5주기다. 늘 기억하고 있다”며 “다시는 같은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각오를 되새긴다”고 써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그렇다면 현 정부는 유가족협의회가 요구하는 철저한 진상규명 요구를 수용하고 과감히 실천해야한다. 이를 위해 지금의 2기특별조사위(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를 다시 구성하고 임무를 분명히 해야 한다. 또한 특조위에 수사권을 부여할 수도 있지만, 정부의 결단으로 특별검사단을 구성해 법적 처리를 완결할 수도 있다. 유가족협의회가 주장하는 참사 책임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 황교안 전 법무부 장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성명불상의 해양경찰청 상황실 해경, 성명불상의 목포해양경찰서 상황실 해경 등 모두 18명이다. 이들의 죄목은 침몰 후 즉각적인 회선명령을 하지 않은 죄, 진상규명을 방해하고 은폐한 죄, 재난상황 대응을 잘못한 죄 등이다. 

고의든 과실이든 재난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정부는 공권력을 동원해 그에 따른 법적책임 소재를 분명히 가르고, 공사 배상책임이 이행될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 이런 면에서 유가족의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요구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한 국가에게 그에 따른 책임을 묻고자하는 당연한 권리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 지난해 민사법원이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배상책임과는 별개로 정부에 대해서도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를 역사로 기억해야 한다. 그러나 진실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한 후에야, 비로소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를 깨달을 수 있다. 세월호 유가족의 당연한 요구는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국가배상책임을 초래한 책임자들을 형사법정에서 세워 사회적 참사에 합당한 책임을 추궁해 달라는 게 그들의 요구다. 정부와 국가가 자신의 본분을 망각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외면해 발생하는 사회적 참사가 더 이상 이 땅에서 재발되지 않기를 염원하는 마음. 세월호 유가족의 바람이고, ‘나라다운 나라’을 기대하는 모든 국민의 마음이다. 올해 시간이 좀 늦었지만, 삼가 세월호 희생자 영령들의 명복을 다시한번 빈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인하대 김영규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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