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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나경원 ‘헌법수호’와 홍준표 ‘좌파타령’

자유한국당의 극단적 고립주의, 축구에서 자살골을 먹는 행위 

기사입력2019-04-29 12:21
김영규 객원 기자 (hjlee1000@gmail.com) 다른기사보기
인하대 김영규 명예교수
4월 임시국회가 ‘개점휴업’ 또는 ‘빈손국회’란 오명과 함께 정당 간 극단적인 갈등국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개혁법안을 담은 패스트트랙 지정을 반대하는 제1야당, 자유한국당의 장외집회·물리력을 동반한 회의방해가 난장판 국회가 된 직접적인 원인이다. 

패스트트랙 안건은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합의한 선거제도 개혁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검경수사권 조정에 필요한 제·개정 입법안이다. 집권당인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4당 원내대표들은 지난 4월22일 공직선거법 개정안, 공수처 설치법안, 검경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 및 검찰청법 개정안 등 4개 법안 단일안을 마련해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패스트트랙 지정 합의에 앞서 이견이 있었던 공수처 권한과 관련 바른미래당 요구를 수용, 판사·검사·경무관급이상경찰 사건에만 기소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사실 지난해 말 자유한국당을 포함한 여야 5당은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포함 선거개혁법안을 올 1월말까지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당대표 선거·당원징계 문제 등 당내사정으로 차일피일 미루자, 나머지 여야 4당이 합의안을 마련해 패스트트랙을 태우기로 결정했다. 

선거제 개편안과 사법제도 개혁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놓고 여야의 극한 대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2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본청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과 위원들이 패스트트랙 법안을 저지할려는 자유한국당 의원 및 당직자들과 대치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국회법상 패스트트랙으로 법안을 처리하는데 걸리는 기간은 최소 270일 최장 330일. 이처럼 ‘신속’하게 처리해도, 패스트트랙 일정상 선거법 개정은 빨라야 내년 1월 중순이다. 내년 4·15 총선 이전에 선거구 획정이 이루어져야하기에 선거법 개정을 위해 남은 시간은 초읽기에 들어갔다. 그럼에도 패스트트랙을 이행하기 위한 첫날 4월25일,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 모두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회의장 점거농성, 감금과 봉쇄 그에 따른 충돌로 회의 자체가 무산됐다. 이후 우여곡절을 거쳐 사개특위는 개회를 했지만, 29일 오전까지 정개특위는 개회조차 못하는 등 말 그대로 안개정국이다.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국회의석을 300석으로 고정하는 대신 지역구를 225석으로 줄이고, 연동율 50%를 적용해 권역별 비례를 75석으로 확대하는 안이다. 이에 자유한국당은 뒤늦게 의원정수를 30명 줄이고, 비례대표를 폐지하는 안을 들고 나왔다. 비례대표를 아예 없애버리자는 자유한국당 안은 현행 소선거구제의 폐단을 완화하기보다 심화시킨다는 지적이 많았다. 지역주의 갈등을 이용해 민생법안을 지연시키는 대결구도를 그대로 존치시키기 위한 ‘밥그릇지키기’란 여론의 비난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반면 연동형비례대표제는 정당의 실제 득표율과 의석수 간 괴리를 줄여, 다양한 민의를 수렴할 수 있는 민주적 개혁안이란 점에서 우리도 물론 환영한다.

자유한국당은 다른 정당과의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협상을 거부하는 등 본격적으로 고립주의를 선택했다. 개혁입법에 대한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대하는 자유한국당의 저항은 이제 그 시작일 뿐이다. 자유한국당의 극단적인 고립주의는 촛불항쟁으로 박근혜 정권이 몰락한 후, 자신들을 수구·적폐 정당으로 규정하는 민심과 여론에 밀리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정치적 선택이다. 연동형비례대표제 선거로 지금의 소수정당들이 유리해지는 환경을 저지하기 위한 실리적인 계산도 깔려있다. 여기에 제1야당임에도 그간 민생정책에 어떠한 대안도 제시하지 못하고 무조건 반대했던 행태를 감안하면, 자유한국당이 내년 총선 구도를 진보대 보수로 가져간다는 정략을 가동했다고 봐야한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이 스스로 택한 고립주의는 축구에서 자살골을 먹는 행위와 같다. 누구나 고립되는 상황에 빠지면 극단적인 행동을 취하는 게 일반적인데, 자유한국당 행태 역시 똑같은 논리로 설명이 가능하다. 자유한국당은 자신의 정체성을 보수로 규정했지만 극우적 성향이 당의 주류가 되면서, 전통 보수의 가치를 외면하고 보수정당으로서의 목표도 실종됐다. 문재인 정부를 ‘좌파독재’, 민주당을 ‘운동권정당’으로 매도하는 억지주장은 자유한국당 자신의 극단·극우 성향을 감추기 위한 발버둥에 다름 아니다.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의 ‘헌법수호’ 주장은 과거 홍준표의 전매특허나 다름없었던 ‘좌파타령’과 맥을 같이한다. 이런 일탈행위를 선전용 전술로 이해할 수도 있지만, 지나칠 경우에는 자유한국당 지지자들에게도 혼란과 함께 분열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알아야한다.

자유한국당이 국민을 대표하는 공당의 이미지를 찾으려면, 무엇보다 당의 이념인 보수의 정체성을 회복해야한다. 사회의 변화를 올바르게 인식하고, 그것이 전통적으로 지켜야 할 가치에 부합하도록 지도해 나가는 게 보수정당의 역할이다. 이를 위해 자유한국당이 당장 풀어야 할 과제는 당 지도부가 올바른 세계관(당이 지켜야 할 가치관)을 정립하고, 그 정체성을 자당 의원뿐만 아니라 당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시키는 일이다. 그럼에도 자유한국당 지도부는 ‘보수혁신’에 역행해 수구·퇴행의 늪으로 빠져들었고, 소속 의원 누구도 그 길이 막다른 골목임을 지적하지 않는다. 게다가 자유한국당 당원 상당수는 기득권 세습의 노예가 된 채, 진정한 보수가치에 대한 자아인식조차도 결여된 상태다. 결론적으로 자유한국당과 당원 모두 보수의 가치를 망각할 수밖에 없고. 나아가 사회전체의 가치를 주도할 정치세력으로 자리잡을 수 없음은 너무 당연하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1주일 내내 국회 본연의 역할인 대화와 협상 대신 물리력을 동원한 회의실 점거 등 反의회민주주의 행태로 일관했다. 억지논리를 치장한 막무가내식 반대로 보수의 품격은 고사하고, 합리적 이성과 상식을 가진 자유한국당 지지층마저 부끄럽게 만들었다. 여기서 멈추지 않으면 외연확장은 실패할 것이고, 자유한국당은 촛불항쟁 이후 서서히 다져지는 민주주의에서 탈락되는 운명을 맞을 수밖에 없다. 

자유한국당이 합리적인 비판과 건설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공당으로 다시 서기 위해 주어진 시간은 그다지 많지 않다. 지금처럼 정부·여당의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인 반짝 지지율에 취해 구태를 반복한다면, 내년 총선승리나 수권정당의 꿈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자유한국당 이제라도 자성해, 국민을 위해 정도를 찾는 당으로 거듭 나기를 바란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인하대 김영규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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