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하지 못해 빚내는 자영업자, 공정경제가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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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망하지 못해 빚내는 자영업자, 공정경제가 해법 대기업 시장독점을 해체하지 않고는 자영업자의 살길을 열 수 없다

기사입력2019-05-07 16:19

안호덕 객원 기자 (minju815@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가계대출 증가세가 다시 가파라졌다. 1/4분기 주춤하던 은행권 가계대출은 4월말기준 전달보다 3조3779억원 늘었다. 가계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과 감소세였던 개인신용대출 모두 증가했다. 더 우려스러운 대목은 자영업대출이 4월기준 전달 대비 1조7087억원 늘어나 올 들어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그만큼 살기 어려워졌다는 방증이다. 특히 자영업자의 어려운 삶은 출구가 보이지 않는 암흑 터널과도 같다. 소비패턴의 변화, 임대료와 부대경비 증가, 출혈경쟁, 불공정한 갑을관계 등 한국경제의 모순이 고스란히 응축된 부문이 자영업시장이다. 폐업도 할 수 없어 또다시 빚을 내야하는 악순환, 그래서 시간이 갈수록 자영업자의 삶은 나아지기는커녕 점점 더 수렁에 빠지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월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자영업·소상공인과의 대화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자유한국당 등 극우·보수 집단은 백천간두에 선 자영업 위기를 모두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탓으로 돌렸다. 문재인 정부 들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 임금부담을 가중시켜 알바생보다 못한 처지로 전락시켰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편의점주와 알바생 간 싸움을 촉발시켰던 소득주도성장론 논쟁, 급기야 문재인 정부와 여당의 최저임금 공약 ‘2020년 1만원 실현’은 좌초됐다. 최저임금 인상이 가져온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 보수언론은 아예 거론조차 하지 않는다.

이렇게 해서 자영업이 살아나지 않는다. 대형마트에서 5000원짜리 통닭을 미끼상품으로 내걸고 손님을 독점하는 현실을 바꾸지 않고서, 골목상권을 살리고 자영업자를 보호하겠다는 말은 하나마나한 소리다. 골목이 활성화되면 건물주만 좋은 일시키는 임대차 관련법이 개정됐다지만 여전히 건물주 편이다. 프랜차이즈본사의 횡포는 두더지게임처럼 끊임없이 생겨나고 또 반복된다. 경제가 어려우니까 자영업자가 힘들다? 최저임금이 올라서 자영업자가 도산한다? 경제위기를 내세워 부를 쌓아온 대자본과 건물주의 입에 발린 소리일 뿐이다.

여전히 어렵지만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도 분명히 있다. 중위임금의 2/3미만의 저임금노동자가 작년 6월 기준으로 20%아래로 떨어졌다. 임금 상하위 격차도 5배아래로 줄었다. 저임금노동자의 소득이 증가됐음에도 곧바로 내수활성화나 소비진작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이들이 아직도 빚 갚기 빠듯한 삶을 살아서다.

최저임금 인상, 갈 길은 여전히 멀다. 극우·보수 정치집단과 언론의 얼토당토 않는 주장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이 원래의 목표를 잃어 버렸다. 이 참에 이미 오른 최저임금도 되돌려 놓아야 한다는 이들의 요구에 굴복한다면 소득주도성장론이 설 자리는 더 이상 없다.

문재인 정부에서 소득주도성장론과 같이 주창돼온 경제기조가 공정경제다. 대기업이 규모의 경제를 무기로 시장을 독점하고, 프랜차이즈 가맹점주가 노예처럼 사는 구조를 방치하고서는 자영업자의 살길은 열리지 않는다. 돈을 벌어 최저임금 1만원도 주고 빚도 갚을 수 있는 사회, 풍족하진 않지만 노력한 만큼 벌 수 있다는 상식이 통용되는 사회가 자영업자가 원하는 사회다.

자영업자 대출이 늘어난다고 무조건 대출규제를 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필요한 돈이 있는데 은행권마저 손사래를 치면, 대출은 제2금융권·사채시장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누가 뭐래도 돈 벌어 빚 갚고 살 수 있는 사회가 우선이다. 소득주도성장이 임금노동자에게 안정적인 삶을 보장해 줄 수 있다면, 공정경제는 자영업자가 나락에서 탈출할 수 있는 마지막 동아줄이다.(중기이코노미=안호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