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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권한으로 할 수 있는 재벌개혁 왜 안하나

“입법 어려움 핑계”…법 개정 없이 시행령, 규칙 개정으로 할 수 있어 

기사입력2019-05-08 18:11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재벌개혁이 눈에 띄는 성과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재벌 지배구조개선은 거의 진척이 없고, 경영의사결정에서 재벌의 독단은 변함이 없으며, 원하청간 불공정 행위나 영세소상공인에 대한 대자본의 횡포 역시 해소되지 않았다. 특권과 비민주, 양극화, 비정규직, 불공정을 길러내는 온상인 재벌체제에 대한 경제구조 개혁 없이는 혁신성장도 소득주도성장도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뒤따른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과 민중당 김종훈 의원, 민주노총, 민중공동행동, 을들의연대,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경제민주화네트워크,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등은 8일 ‘문재인 정권 2년, 재벌개혁은 어디에’ 토론회를 공동 주최했다.   ©중기이코노미

 

박상인 서울대학교 교수는 정의당 추혜선 의원과 민중당 김종훈 의원 등의 주최로 8일 국회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 2, 재벌개혁은 어디에토론회에서 문재인 정권 2년이 지났지만, 재벌개혁 속도가 늦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재벌정책으로 방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이대로 가면 경제위기가 올 수밖에 없고, 최대 피해자는 사회적 약자인 자영업자·소상공인과 노동자들이다. 재벌개혁을 반드시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입법 어려움 핑계로 사실상 재벌개혁 포기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재벌개혁 공약에는 황제경영 방지를 위한 법적 기반 구축 재벌총수 일가의 편법적인 지배력 강화 방지 및 투명한 지배구조 체제 구축 일감몰아주기, 부당내부거래, 납품단가 후려치기, 기술탈취 등에 대한 규제 및 처벌 강화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제한 및 금융그룹 통합감독시스템 도입 등이 담겨 있었다.

 

박상인 서울대학교 교수는 “문재인 정권 2년이 지났지만 재벌개혁의 속도가 늦은 것이 문제가 아닌 親재벌정책으로 방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중기이코노미
박 교수가 평가한 1년차 문재인 정부는 갑을문제에 집중했다. 하도급·가맹·유통·대리점 불공정행위를 적극 조사하는 한편, 대규모유통업법 위반과 관련 과징금 고시를 강화하기도 했다. , ‘기업집단국을 신설하고 위장 계열사를 이용한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행정력을 동원한 감시에 한계가 있음이 나타났으며, 시행령과 법규 개정으로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재벌개혁에 있어서는 대·중소기업의 상생협력 모범사례를 만들고 기존 법률과 행정조치를 엄격히 집행하는 등 자발적 변화를 유도해왔지만, 기존 법률만 잘 지키면 재벌개혁이 필요없다는 잘못된 가정에 기초하고 있어 재벌개혁을 위한 법제도 개정이 요구된다. 2년차에는 개혁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에 입법을 통한 개혁을 주창했지만, 금융그룹감독법, 상법 개정안,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중이다.

 

박상인 교수는 공약 자체도 실효성에 의문이 있었지만, 이마저도 입법의 어려움을 핑계로 사실상 재벌개혁은 포기한 상태라고 비판했다. 갑을문제 해결로 재벌개혁을 넘어가려는 것인지 의문이라는 얘기다.

 

대통령 권한으로 시작할 수 있는 개혁도 방기한 상태

 

특히 대통령 권한으로 시작할 수 있는 개혁은 방기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가령 비지배주주 다수결(Majority of Minority) 규칙을 거래소 상장규칙에 도입하면, 상법개정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이뤄지지 않고 있다. ,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철저히 적용함으로써 기업 지배구조개선을 유도할 수 있음에도 여전히 국민연금의 의결권행사에는 정경유착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박 교수는 지난해 지방선거 이후로 현 정부는 은산분리 원칙을 허무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제정이나, 최근에는 차등의결권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개인정보보호법의 개악과 의료민영화 및 국민건강보험 단일 체계 훼손을 지속적으로 시도하는 등 오히려 친재벌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재벌개혁을 위해 경제력 집중 해소 지배주주 이해상충 방지 갑을문제 해소 등을 강조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경제력 집중 해소=우선 기업집단의 출자를 규제해야 한다. 계열사(출자계열사)에게서 출자받은 계열사(피출자계열사)는 다른 계열사에 출자를 금지(출자를 2층 구조로 제한)하되, 100% 출자는 적용을 제외하는 방안이다. 이를 통해 지주회사 규제, 순환출자 규제를 별도로 둘 필요도 없고, 규제 회피도 불가능하다는 것이 박 교수의 설명이다. 출자규제는 5대 재벌(또는 10대재벌),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공시대상기업집단 순으로 순차 적용할 수 있다.

 

이와함께 주요 금융회사(그룹)와 주요 실물회사(그룹)를 동시에 지배하는 것을 금지하는 구조적 금산분리가 필요하다. , 공익법인과 금융·보험사의 보유 계열사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금지하는 것도 제안했다.

 

지배주주 이해상충 방지=박 교수는 MoM(Majority of Minority, 비지배주주 다수결) 규칙 도입을 제안했다. MoM 규칙은 주총에서 비지배주주의 다수결로 의결이 필요한 사항들을 의미한다. 총수일가의 이사와 임원 임명, 총수와 이들의 보수, 계열사 간의 M&A, 일정규모 이상의 내부거래에 대해 MoM 규칙을 적용할 수 있다. MoM 규칙은 공정거래법 11조에 신설항을 삽입하거나, 거래소 상장규칙에 반영하면 가능하다.

 

또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처분할 경우에 신주발행절차를 준용하고, 회사가 분할이나 분할 합병할 경우에 자사주에 분할신주 배정을 금지하는 상법 개정도 제안했다. 이와함께 준칙주의에 기초한 스튜어드십 코드 적용과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막는 규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갑을문제 해소=대리점·가맹사업자 문제에서는 지난해 가맹본부의 보복행위 금지 신설을 내용으로 하는 가맹사업법 개정과 광역지자체에 분쟁조정위원회 설치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의 가맹사업법, 대리점법이 개정됐다. 이와 별도로 대형유통업체의 보복행위 금지 사유 확대를 내용으로 하는 대규모유통업법 개정과 가맹사업자, 대리점사업자 등 을의 협상력 강화를 위해 단체구성권을 부여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단체협약 권리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

 

대규모유통업, 하도급 문제에 있어서는 대규모 유통업자의 착취와 하도급 사업자에 대한 단가후려치기에 대해 공정거래법 상의 수요독점 규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를 위해서는 수요독점에 의한 가격 착취의 부당성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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