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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주도성장론, 文정부 핵심정책인지 묻는다

정부, 노동소득·가계소득 분배율을 높일 획기적인 방안 내놔야  

기사입력2019-05-11 00:30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한국사회에서 ‘소득주도성장론’의 이론적 토대인 ‘저임금 고생산성’의 진위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진다는 일부 언론보도가 있다. 그러나 분명히 말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 노동(자)의 ‘저임금 고생산성’에 대한 논란은 존재하지 않는다. 보수성향의 경제학자 박정수 서강대 교수가 논문을 통해 임금상승률과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유사했다는 주장만 있을 뿐이다. 엉뚱한 통계와 잘못된 보고서를 인용한 박 교수의 틀린 주장을 일부 언론이 확대 재생산하는 상황이다. 그리고 진보성향의 주상영·전수민 건국대 교수가 실증자료를 동원해 박 교수 주장에 대한 반박논문을 내놓은 게 논란의 전부다.

지난 1월10일 ‘2019 문재인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을 시민들이 TV를 통해 보고 있다.<사진=뉴시스>
소득주도성장론을 공격하는 일부 언론에 부화뇌동하고픈 생각은 없다. 그래도 팩트체크 차원에서 박정수 교수의 인식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박 교수의 주장을 요약하면, 2000~2017년까지 한국 노동자의 임금수준은 노동생산성에 상응했기에 저임금이 아니란 결론이다. 그 근거로 박 교수는 같은기간 취업자 1인당 명목GDP(노동생산성)가 연평균 4.6% 증가했고, 노동자의 명목임금 또한 4.5% 증가해, 양자 사이엔 별 차이가 없다고 했다. 

박 교수 주장이 있었기에 다음과 같은 신문기사 제목이 나올 수 있었다. “소주성 잘못된 통계로 설계…지금이라도 방향 바꿔야(서울경제, 5.10)”, “‘임금상승률 정체됐다’는 소주성 이론…통계 허점서 생긴 오류(한국경제, 5.6일)”, “통계 오류 논란에 소환된 장하성(중앙일보, 5.8)” 등. 나아가 이들은 기업이 노동자에게 일한만큼 돈을 충분히 줬다는 전제하에, “韓경제 문제는 저임금 아닌 저생산성…규제·노동개혁에 사활 걸어야(한국경제, 5.6)”한다며 훈장질까지 해댄다. 

주상영·전수민 교수에 따르면 박정수 교수가 곁길로 빠진 이유는 포섭대상이 다른 두 개념, 5인이상 사업장 노동자가 받는 명목임금과 취업자 1인당 GDP를 비교했기 때문이다. 주상영·전수민 교수는 반박논문을 통해 두 개념을 설명하고, “5인이상 사업장에서 일하는 상용근로자는 총 취업자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1975~2017년 사이 노동소득분배율이 많게는 15.1%p, 적게는 7.2%p 떨어졌다는 주장도 펼쳤다.

노동소득분배율이 낮다는 얘기는 기업소득이 늘어났다는 말이다. 2018년 말 기준 30대재벌 곳간에 쌓인 사내유보금은 949조5231억원에 달한다. 전년대비 66조6180억원(7.5%)이나 증가할 수 있었던 이유도 낮은 노동소득분배율 때문이다. 같은기간 기업소득분배율이 늘어나면서 30대재벌의 사내유보금 증가율 또한 국민총생산(GDP) 증가율(2.7%)의 약 3배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박정수 교수를 포함 보수 경제학자와 보수·극우 언론은 최저임금 동결·소득주도성장론 폐기 등 노동자의 고통전담만을 요구하고 있다. 

(재벌)대기업 총수 일가, 도대체 얼마나 더 벌어야 직성이 풀린다는 말인가. 입법조사처가 OECD 통계를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1988년 한국의 총국민소득(GNI)대비 가계소득 비중은 72.8%, OECD 24개국 평균(68.8%)보다 4%p 높았다. 이후 20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가계소득 비중은 점점 낮아졌고 2017년에는 61.3%까지 떨어졌다. 우리나라 가계소득 비중이 11.5%p 감소하는 동안 OECD 24개국 평균 가계소득 비중은 68.8%에서 64.6%, 4.2%p 떨어졌다. 신자유주의 득세로 글로벌 차원에서 가계소득이 줄어드는 추세지만, 한국 가계의 빈곤화 추세는 너무 가파르다. 

가계소득이 악화일로를 걷는 반면 기업소득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1998년 총국민소득대비 기업비중은 13.9%로 OECD 24개국 평균(17.7%)보다 3.8%p 낮았으나, 점차 높아져 2017년 24.5%까지 폭등했다. 같은기간 OECD 24개국 평균 기업소득 비중은 17.7%에서 19.1%로 1.4%p 증가했지만, 우리나라 기업소득 비중은 10.6%p 급증했다. 외환위기 이후 (재벌)대기업이 신자유주의 특수를 독점함으로써 기업소득 폭증과 함께 천문학적 규모의 가욋돈을 챙겼다. 반면 가계는 1600조원이 넘는 빚더미에 올라앉아 골병을 앓고 있다. 

더 이상은 곤란하다. 기업의 몫을 대폭 줄이고, 가계소득분배율과 노동소득분배율을 획기적으로 높이지 못하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기업과 가계,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빈부 및 성별 간 차별·격차에 따른 극심한 갈등이 우리공동체의 존립 자체를 위협한다. 공동체 유지·존속을 위해서도 생산물시장에서 망가진 분배기능을 되살리고, 공정경제를 조성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아울러 조세와 재정 정책을 통해 2차 분배기능을 강화해 복지국가를 만드는 것 또한 정부의 책무다. 

1·2차 분배기능을 복원하고 기업과 가계 그리고 노동자가 공존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소득주도성장뿐이다. 특히 재벌대기업에 사회적 책임을 강제하고, 공정한 시정경제 환경을 조성해 중소기업에 적정한 이윤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이 소득주도성장이다. 재벌대기업과 공존을 통해 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 모두 경영여건을 개선하고, 노동자에게 최저임금 이상의 생활임금을 감당할 수 있는 대안이 소득주도성장이다. 

소득주도성장은 선택의 대상이 아닌 한국경제 생존을 위한 필요 요건이다.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한 공격, 수세 차원을 넘어 공세적인 대응이 시급하고 또 절실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년, 내내 보수·극우 세력의 공세에 너무 밀렸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대목은 지금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핵심기조가 소득주도성장인가 하는 의구심을 가지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사실이다.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날, 촛불정부가 출범한 역사적인 날, 헛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중기이코노미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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