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이코노미

중견·중소기업 소상공인 매체
2019/08/24(토) 20:39 편집

주요메뉴

중기비즈니스지원단
메일 페이스북 트위터 프린트
오피니언기자수첩

근로·자녀 장려금 수령…‘나랏돈’ 아닌 ‘내 돈’

저임금노동자·영세자영업자에게 사회안전망 제공은 국가의 의무 

기사입력2019-05-14 18:37

며칠 전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들이 모였다. 이러저런 대화가 오가다, 50줄에 들어선 가까운 일가 한분이 주섬주섬 우편물을 하나 꺼냈다. 정부가 근로장려금 지급대상자에게 보낸 신청안내문이었다. 지급받을 수 있는 근로장려금이 얼마인지 등 세세한 내용을 기자에게 묻더니 한숨을 푹 쉰다.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작은 가게를 운영한지 3년여 만에 ‘나랏돈’을 받는 준공무원이 됐다며 웃음을 보였지만, 눈에 쓴맛이 훤히 보였다.

 

근로장려금은 헌법이 정한 기본권 보장을 위해 정부가 국민에게 지급했다는 점에서 ‘나랏돈’이 아닌 ‘내돈’이다. 정부는 국민의 위임에 따라 세금이란 형태로 돈을 잠시 보관했다가, 근로장려금 지급이란 의무를 이행한 것이고, 국민은 정부를 상대로 근로장려금 청구권을 행사한 것일 뿐이다.<사진=이미지투데이>
마음 한편으론 일가 어른의 착잡한 심정도 짐작이 된다. 그럼에도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은 근로장려금을 나랏돈이라고 규정한 그 어른의 생각이다. 기자를 포함 그 분이 직장생활을 하면서 냈던 세금으로 조성한 게 근로장려금이다. 내 이웃과 우리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십시일반으로 낸 세금을 재원으로 해, 상대적으로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주는 복지수당이다. 근로장려금은 헌법이 정한 기본권 보장을 위해 정부가 국민에게 지급했다는 점에서 ‘나랏돈’이 아닌 ‘내돈’이다. 정부는 국민의 위임에 따라 세금이란 형태로 돈을 잠시 보관했다가, 근로장려금 지급이란 의무를 이행한 것이고, 국민은 정부를 상대로 근로장려금 청구권을 행사한 것일 뿐이다.

 

누구는 말한다. 국가가 지급하는 근로장려금, 아동수당 등 각종 복지수당은 형편이 좋지 못한 사람이나 받는 것이라고. ‘못하다’는 기준이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함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틀린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그들의 삶 자체를 루저(Looser) 수준으로 여긴다면, 그들 인격에 대한 모독이고 스스로에 대한 오만이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공동체 구성원 대다수는 최근 늘어가는 각종 급여와 수당, 장려금을 복지차원에서 이해하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7일기준 저소득가구의 근로를 장려하고 자녀 양육을 돕기 위해 도입한 근로·자녀 장려금 신청가구가 100만을 돌파했다. 전체 근로·자녀 장려금 신청대상 543만 가구를 대상으로 신청안내문을 보낸 지 이틀만이다. 5월말까지 신청기한이 적잖이 남았음에도, 근로·자녀 장려금을 신청하는 가구의 숫자가 빠르게 증가했다. 삶이 많이 팍팍해진 이유도 있겠지만, 우리사회가 복지제도에 따른 수혜를 권리로 이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근로·자녀 장려금이 영세자영업자들의 팍팍한 삶에 나름 위안을 준다는 소식이 반갑다. 노동자뿐 아니라 자영업자도 요건에 해당되면 근로·자녀 장려금을 받을 수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올해 아동수당 및 근로·자녀 장려금 대상자로 신청안내를 받은 영세자영업자는 189만명이다. 지난해 근로·자녀장려금을 받은 63만명과 비교하면 크게 늘었다. 늘어난 숫자만 보고, 사정이 어려운 영세자영업자가 그만큼 늘어날 정도로 경제가 힘들다고 정부 탓을 할 수도 있다. 물론 그런 이유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무엇보다 아동수당 및 근로·자녀 장려금 신청대상자들이 이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행정당국 또한 신규대상자 발굴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한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제는 복지제도를 잘 이용하는 것도 민주시민이 갖춰야 할 자격이 아닐까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을 잣대로 한 차등은 불가피하다. 그렇다고 불평등이 당연시 되는 세상은 옳지 않다. 열심히 일하지만 소득이 많지 않은 노동자와 자영업자, 이들이 인간다운 삶을 향유하고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을 제공하는 의무는 국가의 몫이다. 나아가 정부지원이 아니라도 이들이 열심히 일한 만큼의 수익을 보장받는 공정한 사회를 건설하는 것 또한 국가의 의무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목록 top

객원전문 기자칼럼

 
  • 기업법률
  • 프랜차이즈
  • 공정경제
  • 법률산책
  • 생활세무
  • 세금이야기
  • 인사급여
  • 4대보험
  • 노동정책
  • 판례리뷰
  • 이제IP
  • 무역실무
  • 알쓸신법
  • 부동산
  • 금융경제
  • 세상이야기
  • 가족여행
  • 예술만세
  • 작가노트
  • 현대미술
  • 시민경제
  • 무역물류
  • 이웃사람
  • 가맹거래
  • 미국문화
  • 중국상인
  • 블록체인
  • 신경제
  • 다른 세상
  • 상가법
  • 중국비즈
  • 민생희망
  • 지적재산권
이전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