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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지도부, 5·18 묘역에 갈 자격 없다
참배에 앞서, 속죄하는 마음으로 5·18 진상조사위 구성에 협력해라
- 기사입력2019-05-17 20:02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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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트랙에 반대하는 장외투쟁 일환으로 지난 3일 광주를 찾았다가, 광주민주화운동 유가족과 시민들로부터 거센 항의와 함께 물세례를 받았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18일 또다시 자유한국당 지도부를 이끌고, 5·18 묘역에서 열리는 제39주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을 강행할 모양새다.17일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자유한국당 지도부는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광주민주화운동을 최초로 인정한 것은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정당이고, 또 자유한국당 출신 대통령 김영삼 대통령이다”며 “자유한국당은 그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는 말씀을 다시 드린다”는 말도 덧붙였다.앞서 16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제1야당 대표로서 가는 게 도리”라 했던 입장을 나 원내대표가 재확인해 준 셈이다. 이날 황 대표는 “어려움이 있어도 광주시민들의 말씀을 듣고, 질타가 있으면 듣겠다”며 “피하는 것보다는 가서 듣도록 하겠다”는 말도 했다. 지난 3일 광주 방문 당시, 그가 겪었던 봉변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당연히 예상되는 광주시민의 ‘말씀’과 ‘질타’를 온전하게 수용할 덕망을 갖춘 군자인양 행세하는 게 영 불편하다.
5·18민주화운동 39주년을 하루 앞둔 17일 오후 광주 북구 자유한국당 광주시·전남도당 앞에서 진보 성향 대학생단체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기념식 참석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과 관련한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의 주장과 발언에는 진정성이란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다. 그나마 사실관계에 부합하는 대목이라면, 자유한국당의 전신 민주자유당 김영삼 전 대통령이 광주민주화운동을 최초로 ‘인정’했다는 정도다. 이마저도 민주자유당의 전신이 민주정의당이고, 그 당을 만든 당사자가 전두환이란 역사적 사실이 더해지면 평가가 달라진다. 민주자유당 노태우와 전두환은 600명이상 무고한 광주시민을 학살하면서까지 쿠데타를 벌인 죄로 이미 역사와 법정의 심판을 받았다.나경원 원내대표는 자유한국당이 5·18 정신을 이어간다고 했고, 그래선지 제1야당 황교안 대표는 5·18 기념식 참석이 ‘도리’라고 했다. 나 원내대표 주장과 달리 국민 대다수는 자유한국당이 5·18 정신을 계승하기는커녕 폄하하고 왜곡했다는 사실을 분명히 기억한다. 자유한국당 지도부의 5·18 기념식 참석이 도리라는 황 대표 주장과 다르게, 이들이 기념식을 외면하고 축소했다는 사실도 잊지 않고 있다.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재임 중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행사에 각각 한번씩 참석했다. 그것도 취임 첫해 마지못해 참석한 게 전부다. 국가기념일 행사에 대통령 이름으로 기념사도 내지 않았고, 국무총리가 기념사로 대체했다. 심지어 2015년 박근혜 정부에서는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총리대행 자격으로 직접 기념사도 쓰고, 낭독해 5·18의 의미를 격하시켰다. 당시 법무부장관이 황교안 대표다. 또 1997년 국가기념일 제정 이후 기념행사에서 줄곧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음에도, 이를 금지한 것도 이명박·박근혜 정권이다. 2016년 5·18 기념식에서 박승춘 보훈처장이 유족들의 반발로 쫓겨난 이유도,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당시 국무총리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다.5·18 기념식 행사에 참석조차 하지 않았던 대통령의 석방을 주장한 게 황교안 대표다. 5·18 기념식의 의미를 격하시키는데 앞장섰던 이가 황 대표다. 아무리 후안무치해도 ‘5·18 기념식 참석이 도리’라는 말이 그의 입에서 나올 수는 없다. 5·18을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라 한 이종명 의원을 내치지 못하면서 도리를 운운하는 게 가당키나 한 소린가. 5·18 유공자를 ‘괴물집단’이라고 망언을 한 김순례 의원이 선출직 최고위원이 될 수 있는 게 자유한국당이다. 이들 두 의원을 포함 자유한국당 내 5·18 역사를 부정하는 의원들을 청산하는 그날까지, 대표가 누가되든 자유한국당 대표는 5·18 묘역에 들어갈 자격이 없다.
지난해 제38주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인 광주 북구 망월동 5.18 옛 묘역 내 민족민주열사 묘역을 찾은 이낙연 국무총리가 참석자들과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사진=뉴시스>5·18 정신을 계승한다고 말하기 전에 또 5·18 기념식 참석을 얘기하기 앞서, 자유한국당이 먼저 해야 할 ‘도리’는 진상규명이다. 5·18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된지 7개월이 넘도록 진상조사위원조차 확정하지 못했다. 자유한국당 다수 의원들이 지만원씨 같은 ‘괴물’의 주장에 동조하면서, 진상규명을 사실상 보이콧 한 탓이다.여론에 밀려 마지못해 자유한국당이 추천한 진상조사위원 후보자 3명 모두 지만원씨의 ‘광수’ 주장에 동조하는 인사들이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지난 2월 자유한국당 추천인사 3명 중 1인을 진상조사위원으로 임명했다. 다만 법정요건을 결여한 나머지 후보 2인 교체를 요구하며 자유한국당의 재추천을 요청했다. 이후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자유한국당은 진상조사위원 후보를 추천하지 않고 있다. 5·18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의사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이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고도 5·18 정신 계승을 거론하며 5·18 기념식에 가겠다니. 황교안 대표가 지역감정을 부추길 구실을 만들고자, 맞으러 광주에 간다는 얘기는 그래서 나온다.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발포 직전인 1980년 5월20일 전두환씨가 광주를 방문해 시민군에 대한 ‘사살명령’을 내렸다는 증언이 나왔다. 광주시민을 대상으로 계엄군이 헬기사격을 했다는 증언·물증이 쏟아졌고, 전투기까지 출격을 대기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5·18 진상조사위가 아직 활동을 개시하지 않았음에도, 5·18 당시 벌어졌던 범죄의 실상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길게는 약 40년, 가깝게는 10년가까이 은폐됐던 진실이 수면으로 떠오르는 지금이다. 자유한국당! 원죄를 조금이라도 속죄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하루라도 빨리 5·18 진상조사위 구성에 협력해야한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은 그 이후 일이다. 중기이코노미 논설위원실<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