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이코노미

중견·중소기업 소상공인 매체
2019/06/17(월) 19:14 편집

주요메뉴

중기비즈니스지원단
메일 페이스북 트위터 프린트
경영정보정책법률

계약갱신요구권 기간 무관, 세입자 권리금 보호

일본 등 장기간 임대차 법제 통해 ‘100년 넘는 가게’ 만드는데 

기사입력2019-05-28 09:39
정하연 객원 기자 (myungkyungseoul@naver.com) 다른기사보기

상가변호사닷컴(법무법인 명경 서울) 정하연 변호사
상가와 관련된 소송을 많이 하다 보니, 지인들로부터 이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얼마 전 일본을 다녀온 한 친구는 일본에는 유명한 초밥집의 경우 100년 넘게 장사를 하는 곳도 있는데, 우리나라는 왜 대를 이어 오랫동안 장사를 하는 가게가 없는지를 묻기도 했다.

 

우리나라에 일본과 같은 가게가 없는 이유는 단 하나다. 법이 세입자가 장기간 장사를 할 수 있도록 제대로 보호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본에는 대를 이어 장기간 가게가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제도가 마련돼 있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계약갱신요구권을 최초임대차계약을 한 날로부터 5년까지만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가, 2018년에 법을 개정해 이를 10년까지 연장했다. 그런데 구법에 의하면, 세입자가 아무리 가게에 공을 들이고 영업을 열심히 해 상권을 발전시켰어도, 건물주가 5년이 다 되어서 나가달라고 하면 나가는 수밖에 없다. 우리 법에 의하면 젠트리피케이션을 막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반면에 일본, 프랑스, 영국, 독일 등 OECD 국가들 대부분은 장기간의 임대차를 유도하는 법제를 운영하고 있다. 상가임대차의 경우 9~15년 동안 내지는 무기한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서 제도적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이 방지된다.

 

세입자가 장사를 잘해서 상권이 발전하고 거리가 붐비기 시작하면, 건물주가 세입자에게 높은 폭의 월세인상을 요구하게 되고, 이를 감당할 수 없는 세입자는 결국 다른 골목으로 떠나게 되는데, 언론에서는 이같은 현상을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표현한다.

 

이를 막고자 2015년에는 국회에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 세입자의 권리금을 보호하는 조항을 마련하기도 했다.

 

일본, 프랑스, 영국, 독일 등 OECD 국가들 대부분은 장기간의 임대차를 유도하는 법제를 운영해, 제도적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을 방지한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하지만 일부 법원에서 별다른 근거 없이 ‘5년이 경과하여 계약갱신요구권이 없는 세입자는 권리금 회수기회를 보호받지 못한다, 입법취지에 역행하는 판결을 내리는 경우가 많았다. 권리금을 보호해주라는 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잘못된 판결 때문에 세입자들이 패소하는 사례가 많았다. 법을 만들어 놓았는데도 상가 세입자들의 권리금은 실질적으로 보호받지 못했던 것이다.

 

최근 대법원 판결의 당사자인 원고(상가 세입자)도 같은 이유로 1심과 2심 모두에서 패소했었다. 2심은 구 상가임대차법 제10(계약갱신 요구 등)의 입법취지와 제10조의4(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등)의 신설취지에 비추어 전체 임대차기간이 5년을 초과하여 임차인이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에는 임대인에게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해, 원고는 권리금 손해배상 청구의 소에서 패소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1, 2심과 전혀 반대되는 판단을 했다. ‘구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의 문언과 내용, 입법취지에 비추어, 최초의 임대차기간을 포함한 전체 임대차기간이 5년을 초과하여 임차인이 같은 법 제10조에 따른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에도 임대인은 같은 법 제10조의4 1항에 따른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를 부담한다고 판시했다. 전체 임대차기간이 5년을 초과했다는 이유로 피고가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하는 속 시원한판결을 내린 것이다.

 

권리금 보호조항이 신설되기 이전 세입자의 경우, 투자한 비용이나 영업활동 결과로 형성된 지명도·신용 등의 경제적 이익이 건물주의 계약갱신거절에 의해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했다. 그 결과 건물주는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고 새로운 세입자로부터 직접 권리금을 받거나 기존 세입자가 형성한 영업적 가치를 아무런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었다

 

반면에, 세입자는 장사를 계속하기 위해 새로운 곳을 구해서 권리금을 지급하고 시설비를 다시 투자하고 지명도 형성을 위해 상당한 기간 동안 영업 손실을 입었다근로자에 비유하자면, 직장에서 해고를 당하고 한 푼의 퇴직금도 없이 거리로 쫓겨난 후 다시 직장을 얻기 위해서 권리금이란 돈을 누군가에게 지불하게 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대법원은 다시 한 번 권리금이 세입자의 정당한 권리라는 것을 확인해줬다. 이번 판결을 통해 세입자의 권리금을 임대인에게 빼앗긴 채 쫓겨나는 악순환이 근절되고, 상가 세입자들이 임대공포에서 조금이라도 해방되기를 기대한다.(중기이코노미 객원=상가변호사닷컴 정하연 변호사)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목록 top

객원전문 기자칼럼

 
  • 기업법률
  • 프랜차이즈
  • 공정경제
  • 법률산책
  • 생활세무
  • 세금이야기
  • 인사급여
  • 4대보험
  • 노동정책
  • 판례리뷰
  • 이제IP
  • 무역실무
  • 알쓸신법
  • 부동산
  • 금융경제
  • 세상이야기
  • 가족여행
  • 예술만세
  • 작가노트
  • 현대미술
  • 시민경제
  • 무역물류
  • 이웃사람
  • 가맹거래
  • 미국문화
  • 중국상인
  • 블록체인
  • 신경제
  • 다른 세상
  • 상가법
  • 중국비즈
  • 민생희망
  • 지적재산권
이전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