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 소멸 위기, 대학 인근상인 정부 머리 맞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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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지방대 소멸 위기, 대학 인근상인 정부 머리 맞대야 인근 소상인과 함께 했던 ‘대동제’가 사라진 대학축제 풍경

기사입력2019-05-28 18:13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5월 막바지다. 최근 몇 년은 미세먼지를 뒤집어쓴 계절의 여왕이었지만, 올해 5월은 그런대로 봄 풍경이 제법 좋았다. 취재를 다니다 보면 대학가를 지날 때가 있다. 평소에는 취업이나 어학연수, 학과 관련행사 현수막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5월에 내걸리는 현수막은 색채부터 다르다. 대학축제 기간이 시작됐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대중가수 누구를 초청하느냐가 축제를 성패를 가른다할 만큼 지금의 축제모습은 달라졌지만, 기자가 대학을 다닐 당시에는 5월대동제라는 이름으로 축제가 열렸다. 대동제는 말 그대로 크게 하나가 되는 행사다. 학생 자치기구는 저 마다 특색을 살려 학우들이 함께 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었다. 대학 캠퍼스 곳곳에는 사회성 짙은 대자보가 흩날렸다. 한시간 수강료만 수만원에 이르는 강의도 건너뛰고, 저녁이면 대학가 곳곳은 음주가무로 시끌시끌했다.

예전의 대동제가 요즈음 대학축제와 다른 점은 두 가지가 아닐까 한다. 첫번째는 학생들의 주체적인 참여였다. 학과별 또는 동아리별 특색과 장점을 살린 참여가 눈에 띄었다. 컴퓨터 관련 학과에서는 저마다 보물단지처럼 모시던 컴퓨터를 들고 나와 게임체험 행사를 가졌다. 식품관련 학과는 집중력에 도움을 주는 음식이라 홍보하며 판매했다. 철학과에서는 생뚱맞게도 사주관상 상담을 해준다며 학생들을 모았던 기억이 난다.

8할은 장난끼였다. 실제 창업을 해보겠다는 의지는 크게 없었을 것이다. 분명한건 이런 젊은이들의 엉뚱한 시도들이 진화해 ‘벤처기업’ 탄생의 큰 줄기를 만드는 계기가 됐다는 사실이다.

또 다른 점은 대학주변 상인들이 후원형식을 빌려 함께했다는 점이다. 요즘과 달리 당시 대학가에는 편의점이 거의 없었다. 오래된 슈퍼가 그 공간을 대신했다. 프랜차이즈 상점이 주를 이루는 지금과 달리, 당시 개성 넘치는 상호명의 식당들은 쿠폰을 나눠줘 축제장을 찾은 외부인에게 할인혜택을 줬다. 대학가 주변 인쇄소나 슈퍼를 운영했던 소상인 대다수가 총학생회가 주최한 대동제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던 기억이 난다. 학생들과 대학가 인근 소상인과의 연대는 그래서 쉽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대학축제가 단지 대중가수 몇몇을 불러 한때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주변 소상인과 창업을 꿈꾸는 청년이 함께 어울리는 그야말로 ‘대동제’였다.

언젠가 축제를 맞아 찾은 모교의 풍경은 뭔가 불편했다. 대기업 관계자들이 자회사 물품을 판매하기 위해 곳곳에 똬리를 틀고 앉았다. 축제는 그저 어느 유명가수의 콘서트였고, 또 취업과 학업에 짓눌린 학생들이 스트레스를 푸는 행사라는 느낌이었다.

내년부터는 전국 대학의 전체 입학생수가 당해연도 고등학교 졸업생수를 앞지른다. 경쟁력이 낮은 대학은 미달사태를 피할 수 없으며, 인근 상권의 쇠락 역시 불가피하다. 정부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 구조조정에 나선다고 했다. 지방대 소멸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올 정도로 수도둰 이외 지역민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필요이상 대학을 허가한 것도 정부이고, 필요에 따라 구조조정하는 주체 역시 정부다. 수도권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지역이 모든 책임을 떠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해서 대학 및 인근상권 구조조정에 앞서 정부는 연착륙시킬 수 있는 세심한 대책을 시급히 수립해야한다. 아울러 대학교와 인근 상권 모두 상생·협력을 통해, 구조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 마련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