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경제위기’ 조장은 저열한 생존전략

프린트

오피니언 ㅣ 칼럼 자유한국당 ‘경제위기’ 조장은 저열한 생존전략 진단도 틀리고, 대안도 없다…‘헬조선’이 그리운 지옥서 온 사자일 뿐

기사입력2019-05-31 05:00

안호덕 객원 기자 (minju815@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몇몇 극우·보수 언론, 특히 경제지를 보다보면 나라가 금방이라도 파국을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각종 경제지표가 발표될 때마다, 이를 인용해 암울·침체 등 자극적 용어를 동원해 불안감을 한층 키운다. 또 대통령이나 정부관료의 경제 관련 발언 뒤에는 극우·보수 야당의 성토와 비난이 줄을 잇는다. 이들이 주장하는 ‘경제폭망론’을 극우·보수 언론이 받아쓰고, 극우·보수 야당은 또다시 그 기사를 끌어들여 자신의 억지주장을 합리화한다. 대안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이대로 가다가는 대한민국 경제가 폭삭 망할 것이니,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싹 바꾸라는 게 전부다.

18일간의 민생투쟁대장정을 마쳤다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현장은 지옥이며 시민들이 살려달라고 절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한국사회를 제2의 IMF라고 규정하고, SNS를 통해 이 상황을 자신이 해결하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가와 국민을 모독하는 발언이라고 발끈했지만, 이 사회가 지옥으로 불린 건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다. 살려달라는 절규 역시 서민들의 처지에서 보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절박함의 표현일 수 있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 당시와 같은 지옥을 해결할 정치인이 황교안 대표이고, 자유한국당이 대안이라는 주장은 집권욕심을 숨긴 궤변일 뿐이다.

경제위기를 부풀리는 건 (재벌)대기업들의 나쁜 생존전략 중 하나다.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요구가 터져나오고, 총수일가 악행이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됐을 때면, 기업들은 예외없이 경제위기론을 들먹인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헬조선’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난 건 박근혜 정부에서다. 높은 실업률에 아랑곳하지 않고 청년들의 나태함을 꾸짖고 중동으로 가라고 등 떠밀었던 박근혜 정부, 당시 국무총리는 황교안 대표였다. 우리사회가 외환위기 시절을 떠올릴 정도로 어렵기는 하지만, 외환위기를 촉발시킨 신한국당을 계승한 자유한국당이 대안세력을 자처한다는 건 웃기는 소리다. 황교안 대표나 자유한국당의 경제철학에는 서민들을 지옥에서 꺼낼 지혜도 의지도 없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소득주도성장을 버려야한다’는 주장이 박근혜 정부 당시 헬조선으로 돌아가자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말이다.

극우·보수 언론은 경제현실을 왜곡하고 호도하는 등 언론이면 응당 가져야할 최소한의 중립성·공정성조차 지키지 않는다. 고용감소도 경기침체도, 수출부진도 모두 소득주도성장론 탓으로 결론 낸다. 폐업하는 자영업자의 인터뷰를 싣고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때문에 줄도산이 일어나고 있다고 진단한다. 시장을 독식한 대기업,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임대료, 프랜차이즈의 착취구조와 같은 갑을관계가 자영업자를 지옥과 같은 절망으로 몰아넣는다는 기사는 없다.

경제위기라는 주장이 1면 머리기사, 그렇지 않으면 경제면 헤드라인을 장식한다. 그러나 기사 어디에서도 올바른 진단이나 해법은 찾아볼 수가 없다.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론을 폐기해야한다는 자유한국당식 대안이 전부다.

위기를 부풀리는 건 (재벌)대기업들의 나쁜 생존전략 중 하나다.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요구가 터져나오고, 총수일가 악행이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됐을 때면, 기업들은 예외없이 경제위기론을 들먹인다. 자유한국당 등 극우·보수 야당, 이들과 이해관계가 동일한 극우·보수 언론이 연일 목소리를 높이는 ‘경제폭망론’도 저열한 생존전략이다. 진단 자체가 틀렸고 대안 또한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말 경제위기라고 생각한다면, 또 문재인 정부를 대신할 대안정당으로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자 한다면, 이런 모습이어서는 안된다.

생계를 감당하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서민들의 죽음, 일가족 전체가 사망하는 사건을 알리는 기사가 이제 낯설지 않다. 죽어간 사람들이나 살아남은 많은 사람들에게, 이 사회는 헬조선이고 지옥이다. 경기침체 국면 그 이상인 경제상황, 1차적인 책임은 국정운영을 책임진 문재인 정부와 집권여당에 있다.

그렇더라도 올바른 비판과 대안도 없이 경제위기론을 부풀려 정국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자유한국당, (재벌)대기업의 탐욕을 옹호하려는 극우·보수 언론은 헬조선을 꿈꾸는 지옥에서 온 사자들일 뿐이다. 그게 아니라면 소득주도성장론을 버리고, 어떻게 이 참혹한 죽음의 행렬들을 막을 것인지, 자유한국당과 극우·보수 언론이 답을 줘야한다. (중기이코노미=안호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