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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박한 소상공인 기본법 제정·재해 구제책 시급

“특별재난지역, 임차료지원 검토를”…소진공 김유호 서울강원본부장 

기사입력2019-06-02 09:00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찾아오는 소상공인들은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사업을 계속하자니 버겁지만, 내려놓으면 삶이 깨질 것 같아 대출을 받아서라도 버텨가려고 하는 사람들이죠. 매년 봄, 입학시즌이면 가게를 운영하는 어머니들이 찾아와 눈물로 사정을 합니다. 800만원이라도 좋으니 대출을 승인해달라고요. 장사가 안 되니 자녀 등록금조차 마련하기 어려운 것이죠.”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김유호 서울강원지역본부장은 특별재난지역의 경우 공급부족으로 임차료가 상승하는데, 정부가 이를 지원하는 방안을 강구해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이 재기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하 소진공) 김유호 서울강원지역본부장의 일과는 새벽 4시부터 시작된다. 3형제와 그들의 식솔 등 18명의 대가족이 함께 생활하는, 김 본부장의 가족은 떡집을 운영하고 있다. 새벽이면 떡시루에 불을 지피는 일이 첫 일과다. 40여년간 소상공인의 가족으로 살아온 그의 삶은 소상공인의 애환을 깊이 헤아리고 먼저 다가갈 수 있게 했다. 마라톤이 취미인 김 본부장은 매일 새벽 5시에 집을 나서 사무실까지 8를 뛰어서 출근을 한다.

 

재해에 취약한 소상공인화재공제사업 확대할 필요 있어

 

지난 4월 강원 고성 화재 당시, 김 본부장은 매일 현장을 찾아 소상공인들의 피해상황을 살피고 지원방법을 고민했다.

 

현장에서 직접 눈으로 보는 피해 상황은 뉴스에서 보는 것과는 또다른 모습이었습니다. 14억원의 빚을 내 식당을 시작한 한 상인은 화재로 모든 것을 잃었는데, 구제할 방법이 없어 망연자실했죠. 소상공인이 재해에 얼마나 취약한지 절감했습니다.”

 

김 본부장에 따르면, 지난 화재로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된 속초의 피해상황은 신고된 것만 275곳 소상공인이 936억원의 재산피해를, 66개의 중소기업이 407억원의 재산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현재로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에게 직접 지원을 해줄 수 있는 한도는 국민성금 2000만원이 전부다. 그 외에는 2억원 한도의 융자가 1.5% 금리로 지원된다.

 

농어민의 경우를 보면, 정부지원을 받을 수 있는 농기계종합보험, 농작물재해보험, 가축재해보험, 양식수산물재해보험 등 총 62종류의 보험이 있다. 하지만 소상공인의 경우, 소상공인용 풍수해보험이 유일한 정부지원 보험이다. 소상공인용 풍수해보험에라도 가입했다면 자연재해로 인한 상업시설의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소상공인의 풍수해보험 가입률은 저조하다. 시장 상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소상공인 화재공제사업을 소상공인 전체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임차료도 큰 문제다. 피해지역 소상공인들이 재기를 위해 새로운 건물을 임차하려고 해도 상가건물이 없어 임차료가 크게 오른다. 피해 소상공인이 다시 일어서려해도 발목을 잡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특별재난지역에 대해서는 소상공인의 임차료를 정부가 유예·감면·면제해주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서울강원지역본부.   ©중기이코노미
소상공인 기본법 제정 시급재난 피해지원은 강제조항으로

 

지난해 말 기준 소상공인은 546만명, 무급종사자 가족 110만여명을 포함하면, 자영업과 소상공인이 전체 취업자 2682만명의 25%를 차지한다. 김 본부장은 자영업자·소상공인을 독자적인 경제정책 영역으로 삼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한다. 자영업자는 경영과 노동을 동시에 수행하며, 호칭은 사장님이지만 실상은 자기고용 노동자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한 정책 수요도 변화되고 있다. 과거에는 창업과 경영안정 등과 같은 사업체 중심의 경제적 문제 해결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대기업과의 갈등, 사회안전망, 서민정책 등 사회구조적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정책도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 보호·지원대상에서 육성대상으로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김 본부장은 자영업자·소상공인은 새로운 경제주체로 직·간접적 영향력이 상당하다, “이들이 자생력을 확보했을 때 고용창출 효과를 유발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원동력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관련 정책과 제도의 지속성이 담보돼야 하고, 체계적으로 집행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기본법 제정은 가장 시급한 현안이다. 더불어민주당 홍의락 의원, 자유한국당 김명연·홍철호 의원, 무소속 이언주 의원 등 4명의 의원이 대표발의를 한 상태다. 주요 내용은 창업 육성지원 구조고도화 조직화 고용보험료 조세감면 사회보장 폐업지원 공제제도 운영 등이 포함돼 있다.

 

김 본부장은 발의안 중 특히 재해·재난 등으로 인한 피해지원 조항의 경우, ‘정부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3조 제1호에 따른 재난의 발생으로 영업에 심대한 피해를 입었거나 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는 소상공인에 대해 예방·대비·대응 및 복구 등 필요한 시책을 실시할 수 있다는 내용을 강제조항으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소진공은 정부안을 중소기업연구원에 발주해 마련 중이다. 앞서 발의된 4개의 법안과 정부안을 병합 심사해 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김유호 본부장의 가족은 떡집을 운영하고 있다. 40여년간 소상공인의 가족으로 살아온 그의 삶은 소상공인의 애환을 깊이 헤아리고 먼저 다가갈 수 있게 했다.   ©중기이코노미
“소상공인에 대한 정의도 다시 정립해야 할 것입니다. 소상공인을 포괄하는 자영업을 기본법에 포함함으로써, 현재 소상공인에 포함되지 못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소외계층도 소상공인 영역 안으로 들어와 일원이 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습니다. 개인사업을 하거나 하고자 하는 탈북민, 다문화가족, 편부모가족 등이 그 대상이 되겠죠.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자생력을 갖고 경제시스템 안으로 들어오게 해야 합니다.”

 

자영업·소상공인 사업영역 보호·사회안전망 강화 힘쓰겠다

 

지난해 2월 서울강원지역본부장으로 부임한 김 본부장은 시장경영진흥원 상권활성화본부장, 소진공 기획조정실장과 교육연구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서울강원지역본부는 서울과 강원의 9개 소상공인센터를 관할한다.

 

본부장으로 부임해 직원들에게 세 가지를 부탁했습니다. 첫째 인사를 잘하자’, 둘째 공부하자’, 셋째는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자입니다. 기본적인 것이지만, 우리 공단을 찾아오는 소상공인들에게 예의를 갖추는 마음으로 인사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 동료와 경쟁하기 보다는 어제보다 발전하는 내가 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작은 인연이라도 소중히 하는 마음이 우리 삶과 사회를 밝게 만든다고 봅니다.”

 

김 본부장은 일주일에 한번 강원도에서 근무를 하고 9개 센터를 자주 찾아 직원들과 소통하고 있다. 본부 직원들에게도 자율성을 최대한 부여해 자기개발과 개인의 삶을 돌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배려는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청년사관학교, 생활혁신사업 등 특별자금 조기 집행을 달성하고 협동조합 판매전에서 큰 성과을 냈으며 화재공제사업 가입률이 향상되는 등 전년대비 지역본부 평가에서 평균 10점이 올랐다.

 

김 본부장은 앞으로도 자영업이 가진 특수성을 반영해 사업영역 보호와 사회안전망 강화에 힘쓰겠다고 중기이코노미에 말했다. 소상공인·자영업 기본법 제정과 자영업정책 전담연구소 설치, 소상공인 시장진흥기금 확대 등 자영업정책 체계가 혁신될 수 있도록 돕겠다고도 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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