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안 전망, “모비스가 정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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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안 전망, “모비스가 정점” 지주사 전환, 글로비스 중심 지배구조 개편안…가능성 낮다

기사입력2019-06-17 18:55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현대차 그룹의 지배구조가 현대모비스를 정점으로 개편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중기이코노미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가 현대모비스를 정점으로 개편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 이사회 안건으로 할 가능성이 높다”

김준성 메리츠종금증권 수석연구원은 17일 전경련이 개최한 ‘2019년 하반기 산업 전망 세미나’가 끝난 뒤, 중기이코노미 기자의 질문에 “현대차가 지배구조 개편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이사회 안건으로 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전망의 근거는 지난해의 실패다. 김준성 수석연구원은 현대차가 지난해 모비스 분할과 글로비스 합병을 골자로 한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으나 결국 무산된 사실을 거론했다. 현대차가 다시 주주총회 절차를 거쳐야하는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기에는 너무 부담이 크다는 얘기다. 회사 분할·합병을 위한 주주총회보다는 이사회 의결을 통해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 거란 분석이다.

김준성 수석연구원이 이날 세미나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 정의선 수석부회장 등 총수일가가 보유한 현대차 지분은 약 2조원대다. 주력계열사 지분이어서 외부매각 가능성은 낮지만, 내부 현물출자의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은 가능하다. 이 지분을 모비스에 현물출자한 뒤, 신주배정 방식으로 모비스 지분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또는 총수일가가 보유한 현대글로비스·현대제철 지분과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맞바꾸는 방안도 가능하다.

어느 시나리오건, 실행될 경우 현대모비스가 현대차그룹의 최정점에 선다. 현대모비스가 현대차 지분을 보유하고, 그 아래에 있는 현대차가 글로비스·기아차·현대제철 지분을 보유하게 되는 구조다.

글로비스·이노션을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에서 빼내기

현대차그룹 계열사 사이에는 크게 4개의 순환출자 고리가 형성돼 있고, 현대모비스가 이들 순환출자 고리의 중심에 있다. 순환출자 고리의 핵심인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 현대차 사이에도 순환출자 고리가 형성돼 있다. 공정거래법이 강화될 경우 현대글로비스, 광고회사인 이노션 등 핵심계열사가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이 된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지배구조를 개편해 순환출자 고리를 끊으면서도, 이들 핵심계열사를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에서 빼내야 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가 현대모비스를 정점으로 개편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김준성 메리츠종금증권 수석연구원은 “현대차가 지배구조 개편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이사회 안건으로 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중기이코노미

김준성 수석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을 가장 낮다고 분석했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경우 가장 큰 부담은 금융계열사를 분리해야한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일반 지주회사가 금융계열사를 보유하지 못하도록 금지했기 때문이다. 중간금융지주회사를 도입하는 법안이 이전 국회에서 발의된 바 있지만 재벌특혜 논란으로 무산됐고, 이후 관련법이 제정될 가능성은 더 낮아졌다. 결국 지주회사 전환에는 금융계열사 정리라는 조건이 따르는데, 현대차그룹이 금융계열사를 정리하면서까지 지주회사로 전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특히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금융자회사를 보유한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 봐도, 지주회사 전환을 선택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글로비스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재편하는 방안을 주목하기도 한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3월 31일 현재 정의선 부회장은 글로비스 지분 23.29%, 정몽구 회장은 6.71%를 보유하고 있다. 두 사람의 현대모비스 지분율을 합하면 7%다. 총수일가 보유 지분율이 높은 글로비스를 그룹의 정점에 두는 시나리오가 거론되는 이유다.

구체적인 시나리오로는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글로비스가 직접 사들이는 방안이 있다. 또 모비스를 인적분할하고 기아차가 보유한 분할법인의 지분을 글로비스가 인수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글로비스가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이란 점이 문제다. 총수일가 보유지분을 처분할 경우 지배권 리스크가 부각될 수 있다.

2018년 3월 현대차가 추진하다 무산된 방안은 모비스를 그룹 정점에 두는 안이었다. 모비스를 분할하고 사업부문은 글로비스와 합병하고, 총수일가의 글로비스 지분을 기아차가 보유한 모비스 지분과 맞바꾸는 방안이다. 이렇게 되면 총수일가의 모비스 지분은 늘어나고, 글로비스는 기아차가 지배하는 구조로 바뀐다.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내고,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이 방안은 합병비율이 모비스 주주에 불리하고, 글로비스 주주에게만 유리하게 설정됐다는 반발을 샀고 끝내 무산됐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기관들도 일제히 반대 의견을 밝혔다. 단순히 분할·합병 비율을 조정해서 같은 방안을 추진하기에는 명분이 부족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 수석연구원은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 가정을 네 가지로 정리했다.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의 지분을 활용하면서, 비용 효율성보다는 절차의 공정성을 중시하고, 금융회사를 매각하지 않는 선에서, 향후 공정거래법 강화에 대비해 지배권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이다.

김준성 수석연구원은 최근 현대차가 주가 부양에 힘쓰고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현대차그룹이 “정공법을 선택할 것”이라며 이 방안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