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내 괴롭힘…개인간 문제가 아닌 조직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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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직장내 괴롭힘…개인간 문제가 아닌 조직 문제 기업주 포함 직장 구성원 모두 함께 해결해야

기사입력2019-07-18 11:19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16일 시행된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은, 기업주에게 직장내 괴롭힘을 예방하고 발생시 조치해야 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16일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됐다. 상사들은 하위직급 직원에게 심부름 하나 못 시키는 것이냐고 불만이다. 반면, 하위직급 직원들은 군대의 소원수리마냥 아무 실효성 없는 법이 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많다. 새로 시행되는 법인만큼 부작용이 없도록 현실을 꼼꼼히 살피고 신중히 적용해야한다. 특히 법의 취지와 내용에 대한 홍보에 힘을 기울여야한다. 법에 대해 사실과 다른 정보가 인터넷에서 나돌 지경이니, 대응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준이 모호하다는 인식은 새로운 법이 자리잡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는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정했다.

‘관계의 우위’나 ‘업무상 적정범위’라는 단어 자체는 법 전공자가 아닌 사람이 그냥 읽어서는 무슨 뜻인지 쉬이 파악하기 어렵다. 대법원의 판례를 통해 해석하면 판단이 불가능한 말은 결코 아니다. 고용노동부가 이미 상세한 사례를 담은 매뉴얼을 제작했고 질의응답 자료도 언론을 통해 배포했지만, 부정적 인식의 타파를 위해 보다 홍보에 힘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홍보 내용에 무엇이 새롭게 신설된 규정인지도 포함해야 한다. 이번에 새롭게 시행된 법은, 직장내 괴롭힘을 한 사람을 처벌하자는 법이 아니다. 처벌은 근로기준법이나 형법 등에 따라 과거에도 가능했다. 새롭게 시행되는 법의 핵심은 기업주의 역할에 관한 내용이다. 직장내 괴롭힘을 사전에 예방하고, 신고가 들어오면 묵살하는 대신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를 부과했다.

직장내 괴롭힘 관련 기사에는 도대체 왜, 이런 법을 새롭게 만들었는지 의문을 표하는 댓글도 많이 달렸다. 과거에도 처벌이 가능했다면 더욱 의문이 커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남녀고용평등법에 직장내 성희롱을 금지한다는 조항이 별도로 있다. 그런데 그 조항이 없다고 직장내 성희롱이 합법인 것은 아니다. 다만 피해자가 직장내 약자인 경우 일반적인 사건에 비해 신고하는 등 피해구제에 나서기 훨씬 힘드니, 기업에게 성희롱을 사전에 예방하고 발생시 조치의무를 부여해 피해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다.

과거에도 직장내 괴롭힘이 있어왔지만, 조직관리 기법의 일종으로 인정받아오거나 개인과 개인 간의 문제로 축소돼왔다. 그런데 이제는 직장내 괴롭힘이 기업과 사회에 미치는 여파가 너무 커졌다. 기업주는 물론 직장 구성원 모두가 직장내 괴롭힘을 바라보는 인식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법은 기업주에 의무를 부과했지만, 실제 직장내 괴롭힘의 근절은 직장 구성원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할 사안이기 때문이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