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이코노미

중견·중소기업 소상공인 매체
2020/02/29(토) 19:17 편집

주요메뉴

중기비즈니스지원단
메일 페이스북 트위터 프린트
라운지중국을 읽다

공직사회, 이슬만 먹는다는 매미의 청렴 본받아야

여전히 부조리한 잔재들이 우리사회 발전을 가로 막고 있다 

기사입력2019-08-05 10:53
문승용 객원 기자 (msy9769@nate.com) 다른기사보기
문승용 박사(중국 문학,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연구원)
요즘 같은 장마철이 되면 높은 기온에 후덥지근한 습도 때문에 잠 못 이루는 날이 많다. 여기에 시도 때도 없이 울어대는 매미소리가 짜증스럽기까지 하다. 특히 나무들이 울창한 아파트단지에서 매미가 한번 울기 시작하면, 옆 나무에 있던 매미까지 덩달아 울어대는 통에 귀가 다 먹먹할 지경이다.   

요즘은 매미의 천적들이 많이 사라져, 한여름만 되면 셀 수 없이 많은 매미가 제때를 만난 듯 기세를 부리게 됐다고 한다. 이처럼 매미들이 무더운 날씨에 드세게 울어대는 것도 자연생태계가 파괴돼 생긴 현상이라니 이 역시 걱정스럽다.

오늘날 매미가 징하게 울어대는 바람에 잠 못 이루는 사람들에게는 매미가 그저 원망스럽겠지만, 옛날에는 매미를 그처럼 짜증스러운 존재로 보지 않았다. 우리나라나 중국의 높은 관리들이 쓰는 관모(冠帽)의 날개깃은 모두 매미 날개를 본떠 만들었는데, 여기에는 관리들에게 매미의 덕목을 늘 배우라는 뜻이 담겨있다고 한다.   
 
중국 진(晉)나라 때 시인 육운(陸雲)은, 매미가 집을 짓지도 않고 곡식을 먹지 않고 오로지 이슬만 먹고 산다고 해서 청렴한 성품을 지녔다고 했다. 이런 이유로 관리들은 매미의 덕목을 배워야 한다고 해서 금이나 옥을 매미 모양으로 깎아서 늘 가지고 다녔다.<사진=국립중앙박물관>
중국 진(晉)나라 때 유명한 시인 육운(陸雲)은 「한선부(寒蟬賦)」서문에서, 매미는 다른 곤충들처럼 집을 짓지 않고 살아 검소하고, 사람이 먹는 곡식을 먹지 않고 오로지 이슬만 먹고산다 해서 청렴한 성품을 지녔다고 했다. 매미라고 해서 다른 벌레들을 잡아먹지 않고 이슬만 먹고살지는 않겠지만, 이른 새벽이슬에 흥건히 젖은 나무에 매달려 하루 종일 울어대는 것을 보고 그리 여겼으리라 짐작한다.  

그래서 매미의 생태를 군자가 배워야 할 덕목이라 해서, 관모의 매미 날개 모양의 양쪽 깃을 관리들이 서로 쳐다볼 때마다 매미의 청렴한 덕목을 떠올리며 정사를 잘 베풀라는 가르침이 담겨있던 것이다. 그리고 금이나 옥을 매미 모양으로 깎아서 늘 가지고 다니면서, 역시 관리로서 매미의 청렴한 덕목을 배우고자 했다.

「주례(周禮)」 보씨(保氏)편에는 공자가 이상적인 나라라고 여겼던 주(周) 왕조에서 관리가 될 귀족 자제들에게 육예(六藝)를 갖추도록 교육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육예는 관리가 지녀야 할 덕목인데, 예악사어서수(禮樂射御書數)로서 예의·음악·활쏘기·수레몰기·글쓰기·셈하기를 말한다. 이들 가운데 활쏘기와 수레몰기는 무인의 자질인 것으로 보아, 주나라 때까지만 해도 문관과 무관이 딱히 구분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공자는 관리의 덕목을 언급하면서 「논어」 미자(微子)편에서 “군자가 벼슬에 나아가서는 행동이 정의로워야한다.(君子之仕也, 行其義也.)”고 한 것이나, 위정(爲政)편에서 “군자는 근본을 힘써야 할 것이니 근본이 서야 도의가 드러난다.(君子務本, 本立而道生.)”고 한 것처럼 군자는 도의(道義)를 추구해야한다고 했다.

그밖에도 공자는 학이(學而)편에서 “군자는 배불리 먹는 것을 추구하지 않으며, 거처함에 편안함을 추구하지 않는다.(君子食無求飽, 居無求安.)”고 해, 권력을 누리는 자리에 있는 관리가 그 권력을 이용해 자신의 부귀나 안일함에 빠져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공자의 유가사상을 국가이념으로 떠받들던 한(漢)나라에서 관리를 뽑는 제도를 향거리선(鄕擧里選)이라고 한다. 이때는 향(鄕)과 리(里) 단위로 인재를 추천해 관리를 뽑았는데, 효렴(孝廉) 즉, 후보자의 효성과 청렴이 관리임용의 주요 관건이었다. 

위진남북조시대에는 구품중정제(九品中正制)라고 해서 중정관(中正官)이 관리후보자들의 출신과 성품 등을 기준으로 평가해뒀다가 필요할 때마다 관리로 임용했다. 수(隋)나라 때 과거(科擧)라는 시험제도가 시행되기 전의 관리임용제는 일종의 추천제로서 호족 출신이 관직을 독점하는 폐단이 있었다.

아무래도 효성과 청렴은 인성을 중시하는 매우 유교적인 잣대가 아닐 수 없다. 오늘날과 같이 전문적인 관리의 자질이 요구되는 시대에 부모에게 얼마나 효성스럽고, 세상일에 또 얼마나 청렴한지를 어떻게 판단해 관리에 올릴 수 있겠는가 의문스럽다. 그렇지만 관리들의 청렴도는 어느 시대에나 여전히 관리들이 꼭 살펴야하는 덕목이 아닐 수 없다.  

과거 합격자들이 쓰던 어사화(御賜花) 관모(冠帽)다. 과거 우리나라나 중국의 관리들이 매미의 생태를 군자가 배워야 할 덕목이라고 해서, 관리들이 쓰는 관모의 양쪽 깃을 매미 날개 모양으로 만들었다. 관리들이 서로 관모를 쳐다볼 때마다 매미의 청렴한 덕목을 늘 떠올리며 정사를 잘 베풀라는 뜻이 담겨있다.<사진=국립중앙박물관>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가청렴도 순위가 180개국 가운데 45위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가운데 30위라는 발표가 있었다. 전체 순위에서 전년도보다 여섯 계단이 상승했다니 그나마 위안이 된다지만, 여전히 하위권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청렴도가 하위권에 머무는 이유는 공무원들의 잘못 때문만은 아니다. 공무원들의 부정부패로 이익을 보는 일부 기업인들이나, 이것을 알고도 이제껏 관행이려니 하며 눈감아주는 더 많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사회에서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안전사고로 아까운 생명들이 희생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반복되는 이유도 청렴도와 무관하지 않다. 안전하게 시공해야 할 업자들이 눈앞의 작은 이익을 챙기느라 부실시공을 하고,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하는 공무원들이 이들의 부정을 덮어줌으로써 많은 인명피해와 사회적 손실 발생한다. 예로부터 매미의 청렴을 배우자고 했으면서도, 우리사회 안에는 여전히 부조리한 잔재들이 우리사회 발전을 가로 막고 있다.

곧 정부에서 개각이 있을 것이라고 한다. 공자의 말처럼 모름지기 정의롭고 청렴한 덕목을 갖춘 이가 관리에 오르기를 국민 모두가 기대한다. 한여름 뙤약볕 나무줄기에 매달려 청렴할 것을 일깨우기 위해 울어대는 매미의 덕목을 다시한번 되새겨야 할 때다. (중기이코노미 객원=한국외대 중국연구소 문승용 박사)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목록 top

객원전문 기자칼럼

 
  • 기업법률
  • 프랜차이즈
  • 공정경제
  • 법률산책
  • 생활세무
  • 세금이야기
  • 인사급여
  • 4대보험
  • 노동정책
  • 판례리뷰
  • 이제IP
  • 무역실무
  • 알쓸신법
  • 부동산
  • 금융경제
  • 세상이야기
  • 가족여행
  • 예술만세
  • 작가노트
  • 현대미술
  • 시민경제
  • 무역물류
  • 이웃사람
  • 가맹거래
  • 미국문화
  • 중국상인
  • 블록체인
  • 신경제
  • 다른 세상
  • 상가법
  • 번지는 행복
  • 민생희망
  • 지적재산권
  • 개인회생
  • 상생법률
이전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