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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으로 인해 퇴거하면 ‘퇴거보상제도’ 필요

건물 노후돼 안전사고 우려있거나, 법령에 따른 철거시 권리금 못받아 

기사입력2019-08-06 11:42
정하연 객원 기자 (myungkyungseoul@naver.com) 다른기사보기

상가변호사닷컴(법무법인 명경 서울) 정하연 변호사
상가 임대차 상담을 하다 보면, 재건축과 관련된 질문이 적지 않다. 특히 세입자들로부터 건물주가 건물을 재건축하는 경우 나가야 되나요?”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

 

한 상담사례를 소개하면, 의뢰인은 회사를 그만두고 퇴직금으로 장사를 한지 5년 정도 된 50대 남성이었다. 창업박람회도 다녀보고 여러 프랜차이즈 업체들과 상담도 해본 후 창업을 하면서 인테리어 시설, 집기류에 많은 투자를 했다. 건물주도 퇴직 후 열심히 생업을 이어나가려고 노력하는 의뢰인의 모습을 보고, 5년 동안 임대료 인상을 요구하지도 않고 잘 대해 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작년에 건물이 팔리고 새로운 건물주가 등장하면서 비극이 시작됐다. 새로운 건물주는 건물을 매매하는 계약이 체결된 건 더 이전이었고 최근에 등기를 마쳤다고 하며, 앞으로는 자신에게 임대료를 달라는 내용증명을 의뢰인에게 보냈는데, 앞으로의 일이 순탄하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새 건물주는 임대료를 올려달라고 하고, 또 얼마 지나지 않아 ‘3달 뒤면 임대차기간이 5년이 채워지니 가게를 비워달라는 내용증명을 의뢰인에게 보냈다. 건물주는 이 건물이 지은 지 오래돼 외관이 허름하고 안전상태도 걱정된다, ‘철거하고 새로 건물을 올려야하니 계약기간 종료에 맞춰 명도해달라고 요구했다.

 

의뢰인은 5년 전 가게에 새로 시설투자하고 조금씩 자리를 잡기 시작해 이제야 수익이 좀 나기 시작하는 상태였는데, 건물주가 재계약 안 해줄거니 나가라고 요구하자 큰 충격을 받았다. 이전 건물주는 임대료만 잘 낸다면 5년이고, 10년이고 영업을 계속해도 된다는 말을 해 3년차 되던 해에 재계약한 뒤 인테리어도 새로 추가했는데, 바뀐 건물주는 그 시설들을 뜯어 나가는 건 선택이고 아무런 보상도 없이 나가라고만 하고 있었다.

 

의뢰인의 이야기를 들으니, 우리나라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애환이 절실히 느껴져 안타까운 마음이 컸다. 세입자들이 이러한 재건축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서 임차인(세입자)의 영업기간을 보장해주고는 있지만, 최초의 임대차 개시로부터 5년까지만 보장을 해주고 있었다. 최근에 상가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 행사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했지만, 의뢰인은 법이 바뀌기 이전에 임대차계약을 체결했기에 10년 적용을 받지는 못한다. 일본, 프랑스, 영국, 독일 등 OECD 국가 상당수가 상가 임대차의 경우 9~15년 동안 내지는 무기한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 장기간의 임대차를 유도하는 법제를 운영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우리의 법은 아직도 임차인 보호에는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결국 의뢰인은 새 건물주를 상대로 임대차계약 갱신은 할 수 없었지만, 권리금에 관련된 주장은 가능한 상황이었다. 2015년에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개정돼, 임차인들끼리 권리금을 수수하기로 하고 임대인에게 계약체결을 요청했을 때, 임대인은 법으로 정한 정당한 사유가 없다면 계약체결에 응해야 한다. 이를 위반한 경우 임차인이 직접 임대인을 상대로 권리금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건물이 노후·훼손 또는 일부 멸실되는 등 안전사고 우려가 있는 경우와 다른 법령에 따라 철거 또는 재건축이 이뤄지는 경우, 세입자들은 권리금을 보호받을 수 없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사전 고지, 안전 우려, 법령에 따른 재건축아니면 손배청구

 

다만, 재건축에 관해 건물주에게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권리금 상당의 손해배상청구도 어렵다. 그러면 어떠한 경우에 건물주가 세입자에게 권리금을 보호해주지 않아도 되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1항 제7호는 정당한 사유가 되는 재건축을 세 가지로 규정해 놓았다.

 

첫째,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공사시기 및 소요기간 등을 포함한 철거 또는 재건축 계획을 임차인에게 구체적으로 고지하고 그 계획에 따르는 경우이고, 두 번째는 건물이 노후·훼손 또는 일부 멸실되는 등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는 경우, 세 번째는 다른 법령에 따라 철거 또는 재건축이 이루어지는 경우다.

 

사전에 재건축계획을 고지했거나 안전사고 우려로 재건축하거나 법령에 따라 이뤄지는 재건축에 한해, 임대인은 세입자의 권리금을 보호해주지 않아도 손해배상의무가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의뢰인의 경우 5년 전 종전 임대인과 계약을 체결할 당시에 재건축 계획을 고지받지 않았고, 새 건물주가 하는 재건축은 법령에 따라 이뤄지는 재건축은 아니었으므로, 건물이 오래돼 재건축을 해야만 할 정도로 안전사고 우려가 있는 상태인지만이 문제가 된다.

 

건축물의 재료나 구조에 따라 내구성에 차이가 있지만, 통상 철근콘크리트조 건물의 경우 내구연한이 30~50년에 이른다. 단순히 지은 지 오래됐다는 사정만으로 재건축해야할 정도로 위험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재건축해야할 정도로 노후한 건물이라는 점에 대해 다툼이 있다면, 소송절차에서는 구조기술사와 같은 안전진단 전문가의 감정을 받아 건물의 안전성여부에 대해 판단을 받는다. 안전진단 종합등급은 A(양호)~E(불량) 등급까지 있는데, 보통 D등급보다 낮은 경우 안전사고 우려가 있어 재건축할 필요가 있는 경우로 본다.

 

건물이 외관상으로도 균열이 심하고 기울기까지 하는 등 명백하게 안전사고 우려가 있는 경우라고 보인다면, 이러한 가게에 들어오려는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는 것이 어렵기도 하고 건물주가 계약체결을 거절할 수 있는 경우로 판단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 임대인을 상대로 소송을 하는 것이 부적절할 수 있다.

 

반면에 단지 관리가 제대로 안되어 외관이 불량할 뿐 안전문제는 없다고 보이는데, 임대인이 건물을 확장 공사해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한 것을 목적으로 재건축을 추진하는 경우라면 안전진단 등급도 양호하게 나와 임대인이 계약체결을 거절할 수 없는 사안이 돼 임대인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가 인정될 수 있다.

 

최근 국회에서는 재건축의 경우 세입자가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개정안이 지속적으로 발의되고 있다. 건물주가 재건축을 하려고 하는 경우 별도의 보상방안(퇴거보상비)은 반드시 필요하다.

 

건물이 노후·훼손 또는 일부 멸실되는 등 안전사고 우려가 있는 경우와 다른 법령에 따라 철거 또는 재건축이 이뤄지는 경우, 세입자들은 권리금을 보호받을 수 없다. 임대차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임대건물의 재건축 및 철거 등으로 퇴거하게 되는 경우 퇴거보상제도를 마련해 놓고 있는 독일, 일본 등과 달리 현행법에서는 이와 같은 제도를 도입하지 않고 있어 세입자 보호에 취약한 것이다.

 

철거 또는 재건축으로 계약갱신을 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권리금과는 별도로 퇴거보상금을 요구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개정돼 입법취지에 맞게 상가 세입자를 보호해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상가변호사닷컴 정하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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