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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약금이란 이름의 편의점 ‘덫’ 사라져야 한다

‘저매출 폐점’까지 가맹본부 미래수익 부담하는 운영위약금 부당 

기사입력2019-08-07 10:03
정종열 객원 기자 (ppibi80@naver.com) 다른기사보기

길프랜차이즈연구원 정종열 대표
불합리한 편의점 위약금이 저매출상황에서 점주들의 족쇄가 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자영업은 상당한 자본 등이 필요해 창업은 어렵지만, 장사가 안돼 폐업을 하고자 하는 경우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즉 진입장벽은 높다고 볼수 있으나 퇴거장벽은 낮은 특징이 있다. 그러나 편의점은 반대로 진입장벽은 낮은데 퇴거장벽은 높다. 가입비 700만원 정도에 일정한 보증금만 있으면, 누구나 창업이 가능하다. 많은 비용을 차지하는 인테리어·시설·간판 등의 비용은 가맹본부가 지원한다. 하지만 문을 연후 매출이 낮아 폐점을 할 경우, 가맹점주는 인테리어·시설·간판 등 잔존가를 가맹본부에 배상해야 하고, 이에 더해 본부의 미래수익에 대한 위약금까지 모두 부담해야 한다.

 

일단 출점을 하면, 중도 폐점 시에도 기존 투자금에 대한 잔존가와 가맹본부의 미래예상 수익까지 점주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가맹본부의 손실은 거의 없다. 사실상 출점에 대한 결정권도 가맹본부가 가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가맹본부는 그들이 주도적으로 판단해 출점을 한다. 규모의 경제상 조금만 매출이 나와도 수익이 나는 수익배분구조로 인해, 출점실패 시에도 투자금과 미래수익에 대한 보전까지 모두 편의점주에게서 받아낼 수 있어 위험부담까지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점주들이 어렵다고 아우성을 쳐도 가맹본부는 어떻게든 더 출점을 하려는 이유이고, 가맹본부로서는 세상에 둘도 없는 투자처인 셈이다.

 

이렇게 불합리한 구조가 만들어 진 것은 위약금과 수익배분구조 왜곡 때문이다. 먼저 전근대적인 노예계약적 성격이 아직까지 남아 맹위를 떨치고 있는 우리나라 편의점 위약금 구조를 들여다보자.

 

편의점 중도 폐점 시 위약금은 주로 가맹본부의 미래수익에 대한 보전금 성격인 운영위약금 인테리어·시설·간판 등 잔존가 폐점비용 등으로 구성된다. 원래 운영위약금의 경우 잔존 개월 전체의 미래수익을 위약금으로 부과하고, 인테리어 등 시설비는 가맹본부의 최초 시공가를 배상하도록 했다. 그러다 2013년 잇따른 편의점주 자살사건 이후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미니스톱과 세븐일레븐 점주들의 눈물겨운 싸움으로 운영위약금은 최대 6개월 이하로, 인테리어 등 시설비는 시공가에서 잔존가 배상으로 완화됐다.

 

그러나 일부 완화됐을 뿐 모순된 구조는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작년 여름부터 수개월 넘는 씨유 점주들의 농성이 이어졌다. 그 덕분에 저매출 폐점 시 본부의 미래예상수익분에 대한 배상인 운영위약금은 감면할 수 있도록 표준계약서가 개선돼 부담이 조금 더 덜어졌다.

 

특히 일부 브랜드의 경우 점주와의 상생을 표방하며 저매출 폐점 시 운영위약금을 없애고 인테리어 잔존가를 배분비율대로 분담하는 희망폐업제를 자체적으로 도입했다. 또 카드수수료 인하로 인한 가맹본부 수혜분을 취지에 맞게 점주에게 환원하고 최저수익보장제를 확대했다. 그간 씨유를 비롯한 편의점주들의 노력의 결실이자, 공존을 위한 가맹본부 의지의 표명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아직 대다수 브랜드가 이를 시행하지 않고 있고, 제도적으로도 개선되지 않았다.

 

작년 여름부터 수개월 넘도록 CU점주들의 농성이 이어졌고, 저매출 폐점 시 본부의 미래예상수익분에 대한 배상인 운영위약금은 감면할 수 있도록 표준계약서가 개선돼 부담이 완화됐다. 사진은 올해 2월 CU본사인 BGF리테일 앞 농성 현장.<사진=CU상생협약비상대책위원회>

 

다음으로, 편의점의 개폐점 구조가 기형적으로 형성된 원인은 불합리한 수익구조에 있다. 편의점 본사와 점주의 손익분기점이 상이해 편의점 가맹점주가 손해가 나는 경우에도 가맹본부는 수익이 나는 구간까지 존재하고, 전체 편의점 가맹점주와 가맹본부의 평균적 손익이 반비례하고 있다.

 

이는 프랜차이즈 출발이 선진적 경제모델이라기 보다는, 전통적인 공업생산적 결합구조로 단순한 자본과 노동력의 결합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프랜차이즈의 본질적인 성격은 노하우·기술·브랜드 등 무형적 가치를 보유했으나 자본력이 적은 가맹본부와 가맹점주의 소자본·노동력이 결합해 무형적 가치를 일반화·보편화시켜 사회적 효용을 높이는 산업이다. 전통적인 산업구조에 비해 가맹본부의 무형적 가치와 가맹점주의 소자본이 특징적인 요소다.

 

그러나 우리나라 주요 편의점의 경우 가맹본부는 대규모 유통재벌이고, 가맹점주는 자본 부담은 적으나 기본적으로 주 40시간을 훨씬 넘는 노동력을 투하하는 점주 노동집약적 산업이다. 단순히 자본과 노동력이 결합하는 전통적 노동관계 성격이 강하지만, 자영업자라는 외피상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장시간 노동에 혹사당하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에서 일단 점포를 출점해 매출이 조금이라도 나오면, 가맹점주의 손익과 무관하게 가맹본부는 수익이 남는 상황이 돼 어떻게든 가맹점주를 유치하려 한다. 일단 영업을 시작하면 퇴거하지 못하게 하는 노예계약적 구조가 형성돼, 진입장벽은 낮고 퇴거장벽은 높은 일종의 이 만들어진 것이다.

 

따라서 전근대적인 불합리한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시급히 제도적으로 퇴거장벽을 낮춰야 한다.

 

구체적으로, 편의점주 수익이 최저임금 미만 수준의 저매출 폐점까지도 가맹본부의 미래수익을 배상하는 부당한 운영위약금을 없애야 한다. 그리고 출점에 대한 귀책사유 비율에 따라 인테리어 잔존가를 분담해야 한다. 한시적으로, 이제까지 누적된 모순을 해소하기 위해 저매출 편의점에 대해 위약금이 전혀 없는 희망폐업제도 시행해야 한다. 다시 위기에 맞닥드리지 않도록 편의점주에게 퇴로를 만들어 줘야 한다.

 

나아가 전체 프랜차이즈 산업으로 확산해, 저매출 등 가맹점주의 귀책사유로 볼 수 없는 사유로 영업수지가 맞지 않아 가맹계약을 해지할 경우 위약금을 없애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중기이코노미 객원=길프랜차이즈연구원 정종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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