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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남성역할 키워줬다’ 女 각성, 男 반성을

언어의 위력, 메시지가 예술이 될 때…바바라 크루거㊦ 

기사입력2019-08-10 12:00
안진국 객원 기자 (critic.levahn@gmail.com) 다른기사보기

안진국 미술평론가(디지털문화정책학)
서울에서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바바라 크루거(Barbara Kruger, 1945~)의 작업은 단어의 배치나 크기 그리고 흑백사진과의 구성 등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상업적인 광고의 형식을 띠고 있다. 이런 형식적 특징은 그가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했던 것과 관계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예술가가 되기 전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급 잡지출판사인 콩데 나스트(Condé Nast)에서 디자이너로 일을 했다. 하지만 그곳에서 결코 이룰 수 없는 이상을 광고하는 이미지에 불편함을 느꼈고, 그래서 그러한 이미지를 잘라내기 시작했다. 이렇게 잘라낸 사진들을 흑백으로 변환한 뒤 여러 문장을 적어 작품화했다.

 

그는 눈에 확 들어 오는 대담한 레터링의 안팎(특히 바깥)에 빨간색을 사용함으로써 메시지의 강렬함을 배가시켰다. 그리고 의도적으로 1927년 만들어진 기하학적 디자인의 푸투라(Futura) 폰트를 사용함으로써 바우하우스의 이념을 메시지에 담았을 뿐만 아니라, 미래파 마리네티처럼 긴박감과 역동성을 강조하기 위해 자주 (이탤릭체처럼) 비스듬하게 푸투라 폰트를 사용했다. 이러한 그의 독특한 텍스트 스타일은 유명 브랜드 슈프림(Supreme)’ 로고 디자인에 영감을 줬다고 알려져 있다.

 

‘무제(당신의 몸은 전쟁터다)’, 1989, Photographic silkscreen on vinyl, 284.48×284.48cm<출처=위키피디아>
당신의 몸은 전쟁터다=사회적인 모순에 대해 다양한 작업을 선보였던 크루거의 작업 중, 특히 주목해야할 것은 페미니즘 작업이다. 그는 일찍이 1980년대초 무제(당신의 눈길이 내 뺨을 때린다, 1981)’ 등으로 페미니즘 미술을 선보였고, 1989무제(당신의 몸은 전쟁터다)’라는 작품을 통해서 페미니즘 미술가로서 명성을 확고히 했다.

 

특히 무제(당신의 몸은 전쟁터다)’, 이 작품은 그가 1989년 워싱턴 DC에서 있었던 낙태법 철회와 관련된 여성시위를 위해 1987년 작을 개작한 것으로, 임신은 여성의 몸에서 일어나는 것임에도 낙태에 관한 일은 여성이 아니라 남성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에 대해 은유적인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 외에도 무제(우리에게 더 이상 영웅은 필요 없어, 1987)’, ‘무제(우리는 움직이지 않도록 명령받아왔다, 1982)’ 등의 작품을 통해 여성의 불평등 문제를 지적해왔다.

 

이번 서울 개인전에서도 그는 페미니즘 미술가로서 성향을 강력히 드러낸다. 공간 전체를 큼지막한 글자로 도배한 무제(영원히)’ 설치작업에서 가장 눈에 띄는 메시지는 정면의 버지니아 울프의 글귀다. 그런데 크루거는 울프의 글귀를 타원형의 볼록거울 형태로 변형함으로써 더욱 두드러지게 보이도록 해 글귀의 내용처럼 확대해 비춰주는 마력을 갖게 했다

 

또한, 울프의 원본 글귀에 없는 ‘YOU. YOU KNOW THAT(당신. 당신은 이것을 알고 있다)’을 앞에 덧붙이고, ‘YOU’를 타원형의 거의 절반가량 크기로 확대해 놓음으로써 이것이 단순히 독백이 아니라, 너를 위한 글 즉 너 들으라고 하는 소리다라는 인상을 강하게 심어준다.

 

‘무제(영원히)’<제공=아모레퍼시픽미술관, 사진=정희승>

 

울프의 글이 여성이 남성의 역할을 키워줬다는 내용이기에 여기서 당신(you)’여성일 수 있지만, 남성 역할이 여성에 의해 키워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므로, ‘당신남성이기도 하다. 즉 여성에게는 각성하도록, 남성에게는 반성하도록 텍스트를 구성해 놓았다.

 

크루거의 작품을 통해 우리는 예술에서 언어의 위력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된다. 그리고 매스미디어가 문자와 이미지를 통해 우리에게 어떻게 메시지를 강요하고 있는지 크루거의 작업을 보며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안진국 미술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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