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전략의 핵심, 첨단산업 선정·육성에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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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성장전략의 핵심, 첨단산업 선정·육성에서부터 한국형 첨단산업 결정, R&D 등 기술 이외 이윤 비중도 고려해야㊦

기사입력2019-08-27 09:09

김영규 객원 기자 (hjlee1000@gmail.com) ㅣ다른기사보기

인하대 김영규 명예교수

일본 아베 정부의 수출규제가 한국경제에 던진 과제는 수출 견인차 노릇을 해 온 반도체 핵심 부품·소재·장비 분야의 대일 의존도를 줄이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수출규제 품목을 대체할 수 있는 수입처 다변화라는 새로운 국제관계의 모색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최근 경제강국들이 성장세 회복을 위해 제조업 혁신방안으로 추진 중인 스마트팩토리(지능형 공장) 도입과 함께 그것의 한국형 자립모델 구축이 시급하다.

한국경제는 동시에 현재 세계가 주목하는 첨단산업 육성과 발전을 중·장기적 경제과제로 세우고 실행해야한다. 지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유럽과 미국의 선진경제가 경기침체를 극복하고, 성장을 견인하기 위해 세운 목표가 바로 기간산업 첨단화 전략이다. 세계의 첨단산업 추진 경과와 발전 전략은 어떠하고, 한국형 첨단산업 개발 및 발전에 필요한 과제는 무엇일까.

우선 첨단산업에 대한 개념 정립이 필요하다. 1980년대 초는 기업이윤 확대가 정부주도의 산업정책으로 채택됐던 신자유주의 정책이 시작된 시기였다. 이때부터 첨단산업(high-tech industries)이란 용어가 미국에서 등장했다. 당시 학계에서는 첨단산업을 기술 집약적이면서도 기존의 정형화를 벗어난 산업으로 정의하기도 했다. 더 구체적으로는, 연구개발비용 및 이와 관련된 인적구성 비중이 종래에 비해 높은 분야를 첨단산업으로 간주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 세기가 지난 지금은 학술적 정의를 기초로 하되, 실용적 차원에서 대학과 기업 그리고 정부 등이 각각의 필요에 맞춰 개념을 정립해 온 관계로 다양한 정의가 존재한다.

경제강국들이 지금까지 추진해 온 첨단산업 육성 사례를 보면 역시 미국이 선도적인 지위를 차지한다. 미국은 특정산업에서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nd Mathematics)적용 직업군 비중이 높은 산업 그리고 노동자 1인당 R&D 비용이 높은 산업을 기준으로 첨단산업 여부를 결정한다. 이는 기업의 직업구성과 비용구성이란 두가지 요인을 기준으로 첨단산업 여부를 결정하는 방법으로, 지금 거의 모든 나라들이 따르는 기준이 됐다. 일본은 여기에 에너지 집약도를 추가해 에너지·기술집약적이며 기술혁신도가 높은 산업을 첨단산업으로 규정한다(한국은행, 해외경제포커스, 2019.8.2.).

한국경제는 현재 세계가 주목하는 첨단산업 육성과 발전을 중·장기적 경제과제로 세우고 실행해야한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첨단산업 육성에 절대적 조건인 기술에 관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제시한 전략에 따르면, 기술집약도인 R&D 지출이 부가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기준으로 제조업을 크게 네가지의 기술수준으로 구분해 육성한다. 그것들은 R&D 지출비용 기준으로 고위기술, 중고(中高)기술, 중저(中低)기술, 저위기술로 나뉜다. 특히 기술의 지출비중이 최상위인 ‘고위기술’ 그룹을 첨단산업으로 분류하고, 고위기술 그룹 육성과 개발에 금융자본과 정부지출이 우선 지원된다. 첨단산업으로 지원되는 분야는 항공우주, 컴퓨터, 전자통신, 반도체, 의약, 자동차, 풍력전달 등 7개 산업분야다(OECD, 1997, 1월 자료).

한국의 첨단산업의 지정과 육성 전략 역시 특정 산업의 STEM 분야 직업구성과 R&D지출 비용구성이 높은 분야를 기준으로 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경제강국의 경우 첨단산업 지정시 STEM 분야 직업구성과 R&D지출 비용구성 등 기술적 비용 이외 반드시 이윤의 비중을 기본적 요소로 본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기술적 비용이 기업의 이윤인 부가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첨단산업일수록 정부가 비용을 부담해 적극 육성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한다. 이같은 추세에 따라 기술 비용은 줄이되 이윤 편익을 늘리는 것이 첨단산업을 육성하는 과정에서 최대 과제가 됐다.

한국도 미국과 OECD의 첨단산업 육성 및 발전 전략을 대체로 따르고 있다. 우선 기술집약도가 높고 기술혁신 속도가 빠른 분야를 대상으로 첨단산업 여부를 결정한다. 산업발전법 제5조 역시 기술우위 분야들 가운데 기술이 산업구조화에 미친 기여, 기술에 대한 신규수요 및 부가가치 창출 등을 고려해 첨단 기술 및 제품을 규정했다. 여기에 한국형 첨단산업은 무엇보다 에너지 절약 산업이란 조건을 부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나아가 기후변화 완화와 생물다양성 보존이란 지구 자연환경까지 고려해 한국형 첨단산업을 결정해야한다.

끝으로 한국형 첨단산업의 중장기 발전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중국제조 2025’를 참고해 볼 수 있다. ‘중국제조 2025’는 첨단산업 육성 및 산업고도화를 통해 글로벌 제조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중장기 실행계획을 담았다(국무원, 2015.5.8.). 이에 따르면 중국정부는 우선 10대 핵심산업을 선정해 2045년까지 단계적인 산업구조 고도화를 추진한다. 차세대 IT기술, 고정밀 수치제어 및 로봇, 항공우주장비, 해양장비 및 첨단기술선박, 선진 궤도교통 설비, 에너지 절약 및 신에너지차, 전력설비, 농업기계장비, 신소재, 바이오 의약 및 고성능 의료기기 등이 10대 핵심산업이다.

중국정부는 ‘2025’ 계획을 통해 미국·독일·일본 등의 제조업 경쟁력 강화 추세에 대응하는 한편 과거 노동·자원 집약형 전통산업에서 기술집약형 첨단산업으로의 산업구조 개편을 도모하고 있다. 특히 중국정부의 적극적 지원정책에 힘입어 최근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및 신에너지차 산업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점이 괄목할 만하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인하대 김영규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