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균형발전 전제, 지방 시장실패 보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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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국가 균형발전 전제, 지방 시장실패 보완해야 포용적 자치분권…지역사정 고려하고, 지방정부 주도권 보장한다

기사입력2019-10-21 19:23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은 21일 ‘국회 자치분권 전략 세미나’를 개최했다. ©중기이코노미

지역적 불균형이 고착된 상황에서 국가-지방 이분법적이고, 획일적인 분권화는 낙후지역을 더 어렵게 할 수 있다. 지방의 이니셔티브를 최대한 보장하고, 부유한 지역과 빈약한 지역을 고려한 ‘포용적 성장을 위한 자치분권’ 확대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뒤따른다.

김석태 경북대학교 교수는 21일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이 개최한 ‘국회 자치분권 전략 세미나’에서 ‘포용적 성장을 위한 자치분권 확대’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중앙집권화가 원인이 되어 지역간 격차가 심해진 우리나라와 같은 경우, 종전의 획일적인 분권화 방식으로 포용성장을 이루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새로운 자치분권은 중앙-지방간 권한 공유에 바탕을 두고 지방의 이니셔티브 존중을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라며 “그 전략은 상대적으로 부유한 지역의 경우 지방이 추진하는 독자적인 정책에 대한 수용으로 포용을, 반면 상대적으로 빈약한 지역의 경우 지방의 자구노력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으로 포용을 이루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역경제 발전정책은 시장실패 교정이 목적

사회적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각해짐에 따라 OECD·IMF 등 세계경제기구들도 사회 양극화가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음을 경고하고 포용적 성장이 필요하다고 권고한다.

사회 양극화를 초래하는 시장실패의 요인은 금융시장 불완전성, 민간자본 부족, 기업가적 능력을 갖춘 사람 부족, 시장정보 부족, 사회간접자본 부족, 기술인력 부족 등이다. 시장실패는 국가 차원보다는 지역 단위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더 크다. 지역에 따라 민간 기업가가 없고 산업자본이 부족하며, 지역금융이 발달하지 못했거나 사회간접자본이 부족하고, 정보수집 애로가 더 심한 곳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산업화가 덜 되고, 정보화 낙후 지역일수록 시장기능이 약하다. 인력·민간자본·기술·정보 등에서 시장실패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지역경제 발전정책은 이런 시장실패를 교정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지방정부의 기업육성정책은 시장실패의 교정과 직접적인 관련을 맺어야 한다. 신용이 없어 대출이 어려운 중소기업에 자금을 지원하고, 지역기업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정책은 시장의 불완전성을 보완하는 방안이다. 해당 지역에서 기술인력을 교육시키고, 무역정보센터를 운영하는 등의 정책 또한 시장실패 가능성을 낮추기 위함이다.

지방분권이 균형발전 가져온다는 경험적 연구

김 교수에 따르면, 지방분권이 균형발전을 가져온다는 연구결과는 많다. 이탈리아의 경제학자 카날레타는 2004년 OECD 17개국(980년~2001년)의 자료를 분석해, 분권화 특히 재정적인 분권화와 지역격차는 부(否)의 관계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재정분권이 지역간 격차 완화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는 주장이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국내의 많은 학자 또한 지역불균형의 원인을 중앙집권적인 권력구조에서 찾는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2003년 8월 발표한 ‘국가균형발전 비전과 과제’에 따르면 지역불균형은 중앙집권의 부정적인 결과이고, 중앙집권은 우리나라 지역 불균형 발전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다.

지방자치시대에도 수도권 인구·경제력 집중 심화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 민선으로 본격적인 지방자치시대 이후, 특히 정부는 수도권 이외 지방의 균형발전을 위한 조치들을 연이어 내놨다. 수도권계획정비법에 따라 과밀억제권역, 성장관리권역, 자연보전권역을 지정해 수도권 성장을 억제했다. 수도권에서 비수도권으로 이전하는 기업에는 혜택도 줬다. 노무현 정부는 행정수도를 신설하고,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 150여개를 비수도권 11개 지역으로 이전하도록 했다.

그럼에도 수도권의 인구나 경제력 집중은 더욱 심화됐다. 김 교수는 규제의 힘보다 시장경제 집적의 힘이 훨씬 강력했음을 보여준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미 수도권-비수도권 격차가 심각한 상황에서, 종래의 획일적인 지방분권으로는 균형발전을 이루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지역격차 심각한 상황, 획일적 분권화는 효과 없어

김 교수는 이미 지역간 격차가 심해진 상황에서 획일적 분권화는 포용적 성장으로 가는 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지방이 상호 경쟁하도록 하는 분권화로는 균형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지방의 사정에 따라 다른 수준의 권한이양, 김 교수가 강조하는 ‘차등적 분권화’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김 교수는 지방이 하고 싶은 사안은 지방이 하고, 지방이 하고 싶지만 감당하기 어려운 일은 국가와 공동으로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지방의 이니셔티브 광범위하게 수용해야

권한 공유의 연장선상에서 광범위한 지방 이니셔티브 수용도 제안했다. 지방정부의 주도적 입법이 많은 미국, 버클리시와 필라델피아시는 ‘소다세’ 입법을 추진 중이다. 청량음료에 소비세를 추가적으로 부과함으로써 설탕소비를 줄이고 주민의 건강증진을 위한 입법이다. 샌프란시스코시는 대도시 근로자의 최저생활비를 보장하기 위해 ‘최저임금인상’을 입법했다.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인상하는 최저임금인상입법은 민주당의 정강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국가적 사안임에도 지역적 필요에 따른 선행된 입법, 국가정책의 실험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국내의 경우 국가적 사안과 관련된 대표적인 지방입법은 서울시 청년수당, 성남시 청년배당 등이다. 하지만 이런 지방 이니셔티브에 대해 중앙정부는 부정적으로 대응했다. 사회보장기본법 제26조에 따라 지방의 자체적인 복지사업을 사전에 통제하고, 이에 따르지 않으면 지방교부세를 감액하는 등 지방통제를 강화했다. 서울시 청년수당과 성남시 청년배당 문제가 현재 헌법재판소 권한쟁의심판에 올라간 이유다.

지방 이니셔티브는 지역의 사정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상대적으로 부유한 지역은 그 지역의 요구에 맞는 독자적인 정책을 추진하도록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는 게 김 교수의 주장이다. 반대로 상대적으로 빈곤한 지역은 지방 이니셔티브를 발휘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