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개도국지위 포기 압력, 실체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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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WTO 개도국지위 포기 압력, 실체는 무엇인가 횡포 막기위해 WTO 있는데…세계무역질서 정상화 필요성 다시 확인

기사입력2019-10-24 13:27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WTO 개도국지위 유지관철을 위한 농민공동행동 회원들이 지난 18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WTO 개도국지위 유지 촉구 기자회견을 했다. <사진=뉴시스>

“만약에 미국측에서 생각했던 바와 다른 의견이 나오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도 감내해야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최근 논란 중인 한국의 WTO 개도국 지위와 관련, 23일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한 발언이다.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이 정부가 개도국 지위 유지를 선언했을 경우 對미교역에 미칠 영향을 묻는 질문에, 논의를 해봐야 할 문제라고 전제하면서도 결정의 어려움을 내비쳤다.

미국은 어떤 조치를 취할지 이미 뚜렷하게 밝혔다. 한국의 의사와 무관하게, 일방적으로 개도국 대우를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지난 7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내용이다. 한국 등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는 나라들을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이후 브라질·싱가포르·아랍에미리트 등이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지금 정부는 개도국 지위와 농업분야 피해 문제를 놓고 미국과 협상 중이라고 한다. 결론이 어떻게 나더라도, 특히 농업분야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는 충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이 WTO협정에 따라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는 나라들에 불만을 표시한 데는 맥락이 있다. 1월에는 중국의 개도국 지위를 박탈해달라는 안건을 WTO 이사회에 제기했다. 2월에는 개도국 지위를 인정할 수 없는 4가지 기준을 WTO에 제출했다. 중국을 상대로 한 무역전쟁의 일환으로 좁게 해석할 일이 아니다.

결국 미국은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를 대상으로 자신의 요구를 확대했고, 개도국 지위 포기를 힘으로 관철했다. 그러나 개별 국가의 WTO 개도국 지위가 미국의 일방적인 결정과 압력으로 유지되고 박탈됐다는 사실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WTO와 같은 국제기구를 만들고 다자간 협정을 체결하고 대화의 룰을 만든 이유는, 이런 개별 국가의 횡포를 막기 위해서기 때문이다.

보복관세와 수출제한 조치가 난무하는 세계무역전쟁의 시대가 도래한지는 이미 오래됐다. 여기에 새로 횡포 하나가 더해졌을 뿐이라며 냉소적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세계무역전쟁은 전세계적 차원의 경기침체와 함께 세계경제의 불확실성만 키웠다. 모두가 공멸하는 치킨게임으로까지 번지기 이전에, 자유무역질서를 복원해야단다는 지적은 그래서 타당하다. 한국의 WTO 개도국 지위 문제를 통해, 세계무역질서 정상화의 필요성을 다시한번 확인하게 된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