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 3조원 투입한 전통시장, 매출만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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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혈세 3조원 투입한 전통시장, 매출만 떨어졌다 세금으로 리모델링, 임대료 올라간 ‘청년몰’…건물주만 돈 벌어

기사입력2019-10-29 19:14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재주는 정부와 청년상인이 부리고 돈은 건물주가 가져간다. 지난 국정감사에서는 573억원의 예산을 쏟아 붓고도, 높은 휴·폐업률을 보이는 ‘청년몰’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아울러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시설현대화사업 등 정부가 매년 수천억원이상 쏟아 부었음에도, 시장상인의 수익 및 영업환경은 더 팍팍해졌다는 질타도 있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2006년 전통시장들의 평균 일매출은 5787만원에서, 2016년 4988만원으로 13%이상 감소했다. 지난 10년간 전통시장에 3조원이상 지원했음에도, 전통시장 매출(2006~2016년)은 하락했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청년몰은 전통시장 및 상가 내 빈점포 등으로 방치된 구역에, 청년상인 입점을 유치해 시장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한 사업이다. 39세이하 청년상인이 20곳이상 입점하면, 고객들을 위한 휴게공간, 커뮤니티 공간 등 정부지원을 통해 Mall형태의 단지를 조성할 수 있다.

하지만 청년몰사업은 정부예산으로 리모델링한 상가건물 가격을 높였고, 치솟은 임대료 부담으로 절반 가까운 청년상인이 자신의 꿈을 접었다. 더불어민주당 이훈 의원에 따르면 서울의 대학가 청년몰의 경우 임대료 폭등으로 22개 청년몰 중 8개 점포가 사업을 포기했다. 정부의 임대료 지원기간이 종료된 이후, 매출액만으로는 임대료를 부담할 수 없다는 게 폐업사유다.

사업관리 부실에 따른 도덕적 해이가 문제되기도 했다. 경기지역 한 시장에서는 청년몰이 조성된지 5개월 만에, 건물주가 청년상인에게 보상금을 지불하고 내보냈다. 건물주는 정부예산으로 리모델링한 건물을 활용해 임대수익을 늘렸다. 청년상인 또한 건물주로부터 충분한 보상을 받았다.

전통시장 사정은 청년몰보다 더 심각했다. 중기부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전통시장 지원에 들어간 국비만 2조5000억원이 훌쩍 넘는다. 지자체가 부담하는 지방비까지 합하면 3조원이 넘는 예산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2006년 전통시장들의 평균 일매출은 5787만원에서, 2016년 4988만원으로 13%이상 감소했다. 지난 10년간 전통시장에 3조원이상 지원했음에도, 전통시장 매출(2006~2016년)은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점포 보증금과 임대료 평균은 각각 527만원(34%), 22만원(43%) 올랐다. 전통시장 점포의 자기소유 비율 또한 28.4%(2006년)에서 2016년 20.8%(2016년)로 떨어졌다.

3조원이상 국민혈세가 들어간 전통시장에서 매출하락, 보증금·임대료 인상, 자가점포 비중 하락이 발생했다. 과거와 같은 방식의 전통시장 지원은 예산낭비일 뿐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소비패턴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대형마트도 고전하는 최근 상황에서 예산투입 대비 효과는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시설현대화사업 등 공급자 중심의 하드웨어 지원 이외 전통시장 특성을 고려한 수요자 중심의 대안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은 그래서 타당하다.

지역경제의 실핏줄이자 거점, 전통시장이 죽으면 지역경제 또한 몰락한다. 청년몰·전통시장활성화 사업이 당초 취지에 맞게 성공할 수 있도록, 당사자인 상인과 시민사회·정부 모두 함께 고민해야 할 때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