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동의없이 가명정보 쓰면 개인식별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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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개인 동의없이 가명정보 쓰면 개인식별 못할까 특정 가능·민감정보 노출…“개인정보보호 위해 정부 엄중 대응해야”

기사입력2019-11-06 17:51

6일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5개 경제단체는 성명을 내고, 국회에 경제관련법의 조속한 입법을 촉구했다. 여기에는 이른바 ‘데이터 3법’이라고 불리는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보호법 개정도 포함됐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민주노총, 참여연대, 무상의료운동본부, 진보네트워크센터, 정의당 추혜선 의원, 민중당 김종훈 의원은 공동으로 ‘데이터 3법의 위험과 정보인권 보장 토론회’를 개최하고, 데이터 3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특히 개인의 동의 없이 가명정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점 등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백정현 교육연구국장은, 개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조치된 정보도 여러 가지를 결합하면 개인을 식별할 수 있다는 연구가 다수 있다고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가명정보로도 개인식별 가능하다는 연구 다수”=데이터 3법은 정부가 지난해 11월 의원발의 형식으로 국회에 제출한 법 개정안이다. 지난해 4차 산업혁명위원회 주관으로 관계부처·시민단체·산업계·법조계 등 각계 전문가가 참여한 ‘해커톤’ 회의에서 합의된 사항에, 국회의 4차 산업혁명 특별위원회가 권고한 사항을 반영해 만든 안이다.

정부는 이 법 개정안의 핵심으로, “데이터 이용 활성화를 위한 가명정보 개념을 도입”했다는 점을 들었다. 예를 들어 ‘서울 지역의 총 매출액’을 ‘A 지역의 총 매출액’으로 바꿔, 식별할 수 없는 조치를 거친 자료는 빅데이터 산업에서 활용할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이다. 개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조치된 데이터간의 결합도 허용된다. 가명정보의 경우 개개인의 개별적인 정보사용 동의 없이도 사용할 수 있게 한 점은 산업계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6일 토론회에서 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백정현 교육연구국장은, 개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조치된 정보도 여러 가지를 결합하면 개인을 식별할 수 있다는 연구가 다수 있다고 밝혔다. 빅데이터에 대한 분석을 통해 당초 수집목적과 다른 의미를 도출해내는 데이터마이닝 기법이 발달한 결과다.

실제로 언론에 보도된 2017년 당시 미래창조과학부가 발주해 작성된 보고서에 따르면, 이름과 전화번호를 알 수 없게 비식별 조치를 한 자료 5건에 다른 정보를 조합할 경우 개인을 특정할 수 있고 신용등급이나 연체율같은 민감정보도 확인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익명의 DNA데이터와 공개된 가계도 정보를 이용해, 익명화된 1940년대 실험 참가자의 97%에 대해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연구결과도 있었다.

백정현 국장은 “빅데이터 시대에는 프라이버시를 과거와 같이 보호할 수 없다”며, 정부가 강한 의지를 갖고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출된 데이터 건당 과태료 131원, 거래가는 500원=백 국장은 국회 국정감사 자료를 근거로,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정부의 미온적인 대응도 비판했다.

지난 10월 열린 국정감사 당시 민주당 박광온 의원은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개인정보 유출 신고시스템이 운영된 2012년 8월부터 올해 8월 사이 7428만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밝혔다.

이중 유출건수가 확인된 6234만건에 대해 8381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이는 건당 평균 131원 수준이다.

백정현 국장은 “블랙마켓에서 개인정보가 건당 500원 정도에 거래된다”며, 과태료가 시중에 판매되는 개인정보의 가격에도 미치지 못해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비판했다.

또, 개인정보 유출과 빅데이터가 결합되면 보이스피싱 범죄의 우려가 높아진다며, 정부의 엄중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