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성이 잘 된 그윽한 맛의 와인…‘a mellow w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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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미국을 읽다 숙성이 잘 된 그윽한 맛의 와인…‘a mellow wine’ Taste Metaphor②harsh, fresh, rotten, in every sense of the word

기사입력2019-11-11 14:55

이창봉 객원 기자 (cblee@catholic.ac.kr) ㅣ다른기사보기

이창봉 교수(가톨릭대학교 영어영문학부)

이번 글에서는 4가지 대표적인 맛(단맛, 짠맛, 신맛, 쓴맛) 이외, 음식을 만들 때 느끼는 다양한 다른 맛이 은유 확대된 표현을 살펴본다. 와인(wine)의 다양한 맛 중에는 미묘한 떫은 맛이 있다. 떫은 맛은 포도의 껍질이나 와인을 숙성하기 위해 사용하는 오크통에 포함된 탄닌(tannin)에서 나온다. 떫은 맛이 지나치면 와인의 맛을 떨어뜨리지만, 적당히 떫은 맛은 와인을 고급화한다. 이 때 영어에서 즐겨 쓰는 형용사는 ‘mellow’다. mellow는 ’떪은 맛이 승화돼 부드러우면서도 풍부하다’를 뜻하는 형용사로, ‘a mellow wine’은 숙성이 잘 된 그윽한 맛의 와인을 지칭한다. 반대로 떫은 맛이 과한 경우에는 부정적인 뜻의 형용사 ‘harsh’를 쓴다. 이 부정적인 의미가 은유 확대돼 harsh는 ‘unpleasant, disagreeable, severe, cruel’의 뜻을 나타낸다.

음식의 맛은 흔히 사람의 목소리를 은유하는 원천 영역이 된다. 잘 익고 적절한 떫은 맛의 와인처럼 부드러운 목소리를 ‘a mellow voice’라 하고, 듣기 거북한 목소리는 ‘a harsh voice’라고 표현한다. 예를 들어 60-70년대 유명한 남매 듀엣 ‘Carpenters’의 여성멤버인 ‘Karen Carpenters’는 형용사 mellow의 뜻에 딱 맞는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졌다고 평가받는다.

Karen Carpenter is my all-time favorite singer. She had the most beautiful voice of any voice ever. She had such a mellow voice like an angel.

형용사 ‘harsh’는 ‘harsh voice’ 외 ‘harsh punishment’, ‘harsh treatment’, ‘harsh land’ 등의 연어(collocation) 표현에서 보듯 그 뜻이 매우 부정적이다. 일상 회화에서 자주 사용되는 형용사이므로 반드시 익혀둬야 한다. 지나치게 상대방을 엄격히 대하거나 야단을 칠 때 흔히 쓰는 형용사가 ‘harsh’다. 예를 들어 부하직원을 지나치게 야단을 친 직장동료에게 ‘너무 심하다’ 혹은 ‘그렇게까지 해야 돼?’라는 취지의 의견을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Don't you think you're being too harsh on him?

한국어에서도 ‘떫다’를 뜻하는 형용사는 ‘몸가짐이나 언동이 불손하고 못마땅하다’는 의미로 은유 확대돼 널리 쓰인다. 흔히 건방진 사람 목전에서 ‘왜 쳐다 봐? 뭐 떪은 거 있어?’라는 시비조 표현에서 보듯, 떫은 맛이 부정적인 뜻으로 은유 확장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음식의 맛은 흔히 사람의 목소리를 은유하는 원천 영역이 된다. 잘 익고 적절한 떫은 맛의 와인처럼 부드러운 목소리를 ‘a mellow voice’라 하고, 듣기 거북한 목소리는 ‘a harsh voice’라고 표현한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과일이나 채소를 비롯해 날로 먹는 음식은 신선도가 맛을 좌우한다. 신선함을 표현하는 영어 형용사는 ‘fresh’다. ‘fresh vegetables’, ‘fresh milk’ 등에서 알 수 있듯, 많은 종류의 음식 앞에 수식어로 쓰면 거의 뜻이 통한다.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fresh out of ~ (somewhere)’란 표현을 익혀둘 필요가 있다. 우선 갓 구운 신선한 빵을 ‘fresh out of the oven’이라고 말한다. 다른 맥락에서도 널리 쓰이는 이 표현을 사용해, 대학을 갓 졸업한 신입사원을 다음과 같이 소개할 수 있다.

She is a new recruit in our team. She's fresh out of college.

필자가 미국에 살면서 알게 된, ‘fresh’에서 파생된 2개의 중요한 표현이 있다. 하나가 ‘fresh off the boat’다. 말 그대로 ‘막 배에서 내렸다’는 의미다. 미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언어나 관습이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이민자를 약간 조롱하듯 묘사할 때 사용한다. 그래선지 미국인의 농담 중에는 커피를 내려 마실 때, ‘fresh off the boat’는 크림과 설탕을 모두 넣는다고 말이 있다. 반면 영주권자는 크림만 넣어서, 시민권자는 블랙으로 마신다는 말이 이어진다.

또 다른 표현은 ‘refreshment’다. 주로 점심과 저녁 사이 오후 시간대에 과자·치즈, 과일 등을 커피·soda 등과 함께 먹는 가벼운 간식(light snack)을 뜻한다. 필자의 유학 시절, 펜실베이니아대학 캠퍼스에는 거의 매일 다양한 행사와 강연 등을 알리는 홍보물(flier)들이 곳곳에 붙어있었다. 중요 알림 사항을 안내하고, 끝부분에는 언제나 다음과 같은 전형적인 표현을 적었다.

Refreshment will be served.

신선해야 할 식품이 신선도가 떨어지거나 상했을 때 쓰는 형용사(상한, 삭은, 맛이 간 등)는 매우 부정적인 의미로 은유 확장돼 쓰인다. 이 부정적인 맥락의 뜻을 가장 강하게 전달하는 한국어 표현이 ‘썩었다’인데, 엉어에서는 같은 뜻으로 ‘rotten’이란 표현을 사용한다. 현재 한국에서는 ’개혁‘이 중요한 화두인데, 어떤 단체나 개인이 뿌리까지 부패가 심하고 문제가 심각한 상태라면, 영어로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This organization is rotten to the core.

음식 맛의 또 다른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밀도다. 특히 한국에서는 국과 찌개를 즐겨 먹는 식문화 영향으로 진한 농도의 국을 은유 확장한 표현이 많다. 예를 들어 한국어에서는 진실되고 정말 좋은 사람을 진한 맛이 제대로 우러난 국에 은유해 ‘그 사람 진국이다’라고 말한다. 이 표현을 그대로 직역 ‘He's a thick soup.’이라고 말하면, 국을 자주 먹는 식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미국사람들은 그 깊은 뜻을 이해하지 못한다. 영어에서는 이 뜻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in every sense of the word’같은 강의적 표현방식을 사용해 의미의 진정성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실력이 출중한 상사가 인격적으로도 훌륭하고 매너도 좋은 사람이라면, 다음과 같이 그 사람의 ‘진국성’을 표현할 수 있다.

My boss is a true gentleman in every sense of the word.

반대로 내용물이 충실하지 않고 맛의 밀도가 떨어지는 국을 한국어로는 ‘맹탕’이라 한다. 이 표현이 은유 확대돼 ‘실속 없는 일이나 사람’을 뜻하는 말로 자주 사용된다. 어떤 일을 맡겼을 때 말만 많고 진정성 없이 책임을 다하지 않는 사람을 묘사할 때, 영어로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He's not a reliable person. He's got no sense of responsibility. (중기이코노미 객원=가톨릭대학교 영어영문학부 이창봉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