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위약금 없는 한시적 희망폐업 시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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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편의점, 위약금 없는 한시적 희망폐업 시행해야 이익은 본사, 리스크는 점주가 전담…불공정한 구조 바꾸자

기사입력2019-11-18 09:42

정종열 객원 기자 (ppibi80@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길프랜차이즈연구원 정종열 대표

편의점이 어렵다지만 어느 정도 어려운지 정확하게 알 수 없어 답답하기도 했다. 그래선지 편의점업계 처지가 전체 자영업종에서 중위 수준은 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편의점업계 현실은 참담했다. 편의점 주요 3사의 매출구간 현황이 공개됐는데, 저매출에 따른 편의점주의 어려움은 예상보다 심각했다.

편의점 매출에 따른 편의점주와 편의점본사 간 수익배분 구조는 통상 7대3이다. 2018년 기준 편의점 일평균매출액이 80만원 미만이면 점주와 본사 모두 적자인데, 이 구간이 전체의 6.7%나 된다. 그리고 일평균매출 80만원이상 120만원미만으로, 본사는 흑자지만, 점주가 적자로 평가되는 구간이 19.8%에 이른다. 이어 점주가 월 200만원 안팎의 수익을 가져갈 것으로 평가되는 120만원이상 150만원미만 구간이 21.3%다. 편의점주 4명 중 1명 이상(26.5%)은 적자고, 2명 중 1명(47.6%)은 월 200만원도 벌지 못했다.

편의점 3사 통합구간 별 일평균매출액 현황 추이(2016~2018)

<자료=전국가맹점주협의회, 국회의원 우원식 의원실>

이 같은 통계도 주요 편의점 3사 기준으로 작성됐다. 사정이 더 열악한 나머지 편의점 모두 조사한다면, 그 정도가 훨씬 더 심각할 것이 분명하다. 이전에도 그랬지만, 편의점주의 어려운 경영여건, 2016년 이후 통계가 잘 보여준다. 2013년 잇따랐던 편의점주의 극단적 선택까지 우려되는 지금, 전체 사회가 당장 시급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우선, 적자상태로 편의점을 운영하는 편의점주의 멍에를 벗겨줘야 한다. 전체 편의점 전수조사를 통해 저매출 편의점주가 원할 경우, 위약금 없이 폐점할 수 있는 ‘한시적 희망폐업제’를 시행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저매출 가맹점 폐업시 가맹점주에게 ‘운영위약금’ 부과를 금지하는 내용의 가맹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최근 입법예고했다.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법정요건을 갖춘 가맹점주는 운영위약금 부담에서 벗어났다.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편의점업계에서 위약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인테리어 잔존가 부담까지 없애, 편의점본사에 지급하는 위약금이 전혀 없는 희망폐업을 한시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지난 9월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가맹점주 경영여건 개선대책 발표 및 우수 상생협력 사례 발표’에서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편의점의 경우 예상매출액 산정을 위한 정보나 경험·자본의 격차를 감안할 때, 저매출 책임의 대부분은 편의점본사에 있다. 또 저매출을 예상하고도 편의점본사가 출점을 강행한다는 것이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런 현실에서 저매출로 폐점하는 경우까지 편의점본사가 최초 투자한 인테리어 비용 등을 편의점주로부터 위약금으로 형태로 받는 게 타당한가. 손해는 편의점주가 부담하고 편의점본사는 위험을 부담하지 않는 불합리한 구조, 편의점본사가 무리한 출점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때문에 저매출로 인한 책임을 본사가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정부도 건물철거비 등 폐점비용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둘째, 최소한 무분별한 근접출점을 상당기간 중단해야 한다. 지난해 12월 체결한 편의점본사 간 자율규약 준수를 점검하고, 담배소매인 지정거리를 전국적으로 확대해 무분별한 근접출점을 막아야 한다.

셋째, 일평균매출액 150만원미만으로 수익이 미미한 차상위 점포에 대한 수익배분구조를 합리적으로 변경해야 한다. 편의점본사만 수익이 나고 편의점주에게 적정수익이 보장되지 않는 구조를 바꿔, 편의점본사와 편의점주 간 손익 배분배율을 조정해야 한다.

편의점주들도 현재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 지방정부, 국회, 중기부 등 관계기관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 어려운 현실, 혼자서는 헤어날 수 없을지 몰라도 함께 하면 벗어날 수 있다. 2013년이 그랬고, 다른 업종 점주들도 그렇게 극복했다. 편의점주들의 용기 있는 목소리, 관계기관의 빠른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중기이코노미 객원=길프랜차이즈연구원 정종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