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식이·하준이…입법과정에서 드러난 정치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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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민식이·하준이…입법과정에서 드러난 정치막장 국민의 생업·생명을 흥정대상으로 삼은 정치인 심판해야

기사입력2019-12-10 18:09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국회가 10일 본회의를 열고 ‘민식이법’·‘하준이법’ 등 어린이 교통안전법 3건을 통과시켰지만, 그 과정에서 정치의 막장을 보여줬다.

故김민식군은 지난 9월 충남 아산의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차량에 치어 사망했다. 민식이법은 어린이 보호구역 내 신호등과 과속단속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과 ▲스쿨존 내 사망사고시 3년이상 징역 부과 ▲음주운전·중앙선 침범 등 12대 중과실 교통사고 사망발생시 최대 무기징역까지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 2건으로 이뤄졌다.

故최하준군은 2017년 10월 경기도에 위치한 놀이공원 주차장에 세워둔 차가 굴러와 사고로 숨졌다. 하준이법은 ‘주차장법 개정안’과 ‘도로교통법 개정안’이다. 주차장법 개정안은 경사진 곳에 설치된 주차장에 고임목 등 미끄러짐을 방지하는 시설을 설치하고, 미끄럼 주의 안전표시를 의무화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아파트 단지를 도로에 포함시켰다.

함께 상정된 ‘해인이법’, ‘한음이법’은 통과되지 못했다. 해인이법은 2016년 4월 경기도 용인의 한 어린이집 앞에서 교통사고를 당하고, 어린이집의 응급조치가 늦어져 사망한 故해인양의 이름을 딴 ‘어린이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안’이다. 한음이법은 2017년 7월 광주에서 통학차량 안에서 방치돼 사망한 故한음군의 이름을 딴 ‘도로교통법 일부개정 법률안’ 등 3건의 법안으로, 어린이 통학버스 내 CCTV 설치를 의무화 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이 아이들의 부모들은 세상 전부를 잃었지만, 다른 아이들에게 또다시 불행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법 개정을 촉구했다. 그러나 지난 29일 자유한국당이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 설치법 통과를 막기 위해 전면적인 필리버스터를 신청함에 따라, 어린이 교통안전법을 포함한 민생법안 199건 처리가 무산됐고 정치권은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故 민식군의 어머니가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 비판 글이 악성댓글 테러를 당하며, 정치권을 포함한 이 사회의 공감능력이 얼마나 바닥에 내려와 있는가를 보여줬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 사이 어린이 교통사고는 총 5만6534건이 발생해 276명의 어린이가 세상을 떠났다. 같은 기간 스쿨존 내 어린이 교통사고는 총 2458건이 발생했고, 이 중 31명의 소중한 목숨이 스러졌다. 어린이 교통안전법은 아이들의 생명을 구하는 법이다.

故민식군의 아버지는 10일 국회 본회의 직후 기자들과의 대화에서 “민식이법이 선한 영향력이 되어 다시는 아이들이 다치거나 사망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이를 다시 볼 수 없는 아픔에서 헤어 나올 수는 없겠지만, 하늘나라에 가서도 다른 아이들 지켜주는 우리 착한 민식이 고맙고, 미안하고 많이 사랑한다”는 말도 함께였다.

국회가 의지만 있다면, 너무나 간단히 누군가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법안이 만들어진다. 20대국회 마지막 정기국회 종료일인 20일, 회기만료로 폐기 위기에 놓은 수많은 민생법안이 국회에 여전히 산적했다.

자신들의 정치적 생명을 지키기 위해 국민의 생업과 생명이 걸린 법률을 흥정의 대상으로 삼는 정치인들. 민식이법의 선한 영향력이 진정 국민을 위해 일하는 정치인을 가려내 주길 바란다. 아울러 하준이법 입법과정에 드러난 진실이 민생을 불모로 잡는 이들을 정치판에서 사라지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