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현장조사 조직적으로 방해 현대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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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공정위 현장조사 조직적으로 방해 현대중공업 PC교체·자료 은닉 과태료…하도급대금 부당 결정 과징금 208억원

기사입력2019-12-18 12: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현대중공업그룹의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이 공정거래위원회의 현장조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한 사실이 밝혀졌다.

공정위는 현대중공업이 하도급업체들에게 선박과 해양플랜트, 엔진 제조를 위탁하면서 사전에 계약서면을 발급하지 않고 하도급대금을 부당하게 결정한 행위에 대해 과징금 208억원을 부과하기로 17일 결정했다. 같은 위반행위에 대해 현대중공업그룹의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에도 시정명령과 함께 법인을 고발 조치했다. 아울러, 공정위의 현장조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했다며 법인에 과태료 1억원, 임직원 2명에 25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6월 한국조선해양으로 사명을 변경했고, 분할신설회사로 현대중공업을 설립한 바 있다. 조사사건 자체는 2014년부터 2018년 사이 현대중공업에서 벌어졌으나, 회사가 분할되면서 과징금 부과 대상이 신설회사인 현대중공업으로 결정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구 현대중공업(현 한국조선해양)과 직원들은 2018년 10월 공정위 현장조사 당시 조직적으로 조사대상 부서의 하드디스크 273개와 PC 101대를 교체했고, 관련 중요 자료들을 사내망의 공유 폴더와 외장 하드디스크에 숨겼다.

현장조사 과정에서 저장장치의 교체 사실과 외부저장장치의 존재를 확인한 공정위에 제출을 요구했으나, 현중 측은 제출을 거부하고 이를 은닉 또는 폐기했다. 공정위는 이 과정에서 “이러한 행위에 조사를 방해할 목적이 있었다는 증거를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이 공정거래위원회의 현장조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해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과거 현대중공업의 하도급 부당결정 등에 대한 과징금도 부과됐다. <사진=현대중공업/뉴시스>

공정위의 이번 현대중공업 조사는 2018년 4월부터 시행된 ‘다수 신고가 제기된 사업자에 대한 사건 처리 효율화·신속화 방안’에 따른 것이다. 다수의 신고로 제기된 사업자에 대해, 신고내용을 포함한 3년간의 하도급 거래 내역을 정밀 조사해 처리하는 방안이다.

조사결과, 현대중공업은 2015년 12월 선박엔진 관련 부품을 납품하는 사외하도급업체들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어 2016년 상반기에 일률적으로 10% 단가 인하를 해줄 것을 요청했고, 단가 인하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강제적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압박했다.

실제로 간담회 이후 단가계약 갱신 과정에서 하도급업체들의 단가를 일률적으로 10% 인하했고, 2016년 상반기 9만여 건의 발주 내역에서 48개 하도급업체를 대상으로 51억원의 하도급대금을 인하했다.

공정위는 “48개 하도급업체는 밸브, 파이프, 엔진블록, 판넬 등 납품하는 품목이 상이하고, 원자재, 거래규모, 경영상황 등도 각각 다르며, 일률적인 비율로 단가를 인하할 만한 정당한 사유는 존재하지 않았다”며, 이 같은 행위가 정당한 사유 없이 일률적인 비율로 단가인하를 금지하고 있는 하도급법의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은 또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사내하도급업체에 하도급대금을 결정하지 않은 채 1785건의 추가공사 작업을 위탁하고, 작업이 진행된 이후에 사내하도급업체의 제조원가보다 낮은 수준으로 하도급대금을 결정했다.

하도급대금이 공수(작업물량을 노동시간으로 환산한 단위)와 계약단가의 곱으로 결정되는 계약에서, 공수를 임의로 적게 인정해주는 방법을 통해 사내하도급업체들에 지급할 하도급대금을 삭감한 것이다.

예산부서는 합리적·객관적인 삭감 근거 없이 생산부서가 요청한 공수를 삭감했고, 이 과정에서 작업을 직접 수행하고 하도급대금을 받을 사내하도급업체와의 협의절차도 존재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사내협력사들의 인건비 구조·고용노동부 실태조사 자료·실제 채용 공고 사례 등을 바탕으로 작업에 소요되는 최소한의 ‘1공수 당 원가’ 기준을 판단한 결과, “현대중공업이 정한 하도급대금이 최소한의 제조원가 수준보다도 낮게 결정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밖에 207개 사내하도급업체에 4만8529건의 제조 작업을 위탁하면서, 작업 내용 및 하도급대금 등 주요 사항을 기재한 계약서를 작업이 이미 시작된 후에 발급한 사실도 확인됐다. 작업이 시작된 후 평균 9.43일 늦게 계약서를 발급했다.

공정위는 “조선업계의 경우 공수계약 등 불투명하고 복잡한 하도급대금 결정 방식으로 인해 하도급거래의 부당성을 입증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음에도, 집중적이고 심도 있는 조사를 통해 조선업계의 관행적인 불공정 행위를 제재 조치한 것”이라고 의의를 설명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