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위기, 원유수급 이외 ‘공정시장’ 대책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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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중동위기, 원유수급 이외 ‘공정시장’ 대책내야 더이상, 소상공인·中企 희생딛고 대기업에게 기회되면 안된다

기사입력2020-01-07 19:27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홍남기 부총리가 6일 중동 상황 관련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1974년과 1978년 오일쇼크는 한국경제사에 큰 변곡점으로 기록된다. 해외의존 경제구조를 가진 한국경제에 오일쇼크는 14세기 유럽의 흑사병만큼이나 충격이었다. 이후 40년 동안 대한민국 경제는 세계 최강국과도 견줘볼 만큼의 맷집을 키웠다.

지난해 8월 경제대국 일본은 한국경제 핵심 축인 반도체 관련 부품 수출을 거부했다. 경제전문가 대다수는 일본의 수출규제가 국내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한 달 두 달 시간이 지난 뒤 나온 통계자료를 보면, 우려했던 바와 달리 우리경제는 나약하지 않았다. 일본의 수출거부로 피해를 입은 일부 업종도 있기는 했다. 그럼에도 ‘경제개발 5개년 계획’으로 돌아가던 시절과는 달리, 대한민국 경제가 질적으로 달라졌음은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 중동 분위기가 심각하다. 미국은 3일 이란의 군부 실세 솔레이마니가 미국의 드론 공격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란과 미국 간의 갈등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이란은 사실상 ‘핵합의’ 탈퇴를 선언하고, 미국에 ‘가혹한 보복’을 경고했다. 이에 미국은 ‘무자비한 응징’을 공언하는 등 전쟁으로 치닫는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중동 위기 고조와 함께 두 차례 석유파동을 겪었던 국내경제는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석유수급 위기 발생시 비상대응 매뉴얼에 따라 비축유를 방출하는 등 비상대응조치를 적극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원유 대체 도입선 확보를 통해 물량확보에 문제가 없도록 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단기적으로 원유수급에는 문제가 없고, 상승세인 국제유가 역시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중동발 ‘외부충격’에 따른 불확실성이지만, 정부가 잘 통제하리라 믿는다. 그럼에도 우려되는 건 ‘경제는 심리’라는 말 때문이다. 경제주체가 심리적으로 불안하거나 시장이 불확실하면, 투자·소비 그리고 생산 등 모든 경제활동이 위축된다. 경제위축은 당연히 피해권역이 생기게 마련이고, 사물이 무너질 때는 가장 약한 곳부터 허물어진다.

역설적이지만, 국내에서 경제위기가 발생하면 대기업에겐 기회가 됐다. 국가경제가 어려워지면 정부는 대기업을 먼저 걱정했다. IMF를 전후로 달라진 대기업 편향의 시장구조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대기업이 망하면 나라경제가 망한다는 논리를 적용하면서 말이다. 그러면서 대기업에 국민혈세를 투입했고, 대기업은 중소상공인의 피땀을 흡수하며, 골목시장 파괴마저도 서슴지 않았다.

이번 미-이란 간 갈등이 전쟁은 물론이고, 제3의 석유파동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특히 양국 간 갈등이 대한민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그 중심에 중소상공인이 있도록 해서는 절대로 안된다. 선진국과 견줄 만큼 몸집을 키웠다 해도, 지금 상태에서 한국경제가 독자적 노선을 가기에는 역부족이다. 결국 정부 차원에서 현명한 정책을 내놔야 한다.

지금 정부가 고민해야 할 범위는 원유수급 그 이상이어야 한다. 자영업자·소상공인, 중소기업에게 공정한 시장을 보장하겠다는 원칙이 동반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대기업 한쪽만 비대해진 지금의 산업생태계를 바꾸지 못하면, 불안한 대내외 경제상황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없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