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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몰아주기, 재벌총수일가 이외 모두 피해자

상법·공정법 개정…회사·주주·노동자·협력사의 몫 보장해야  

기사입력2020-01-23 10:07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의 10대 중요 개혁과제
중기이코노미는 출범 3년차인 문재인 정부에서 뚜렷한 추진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재벌개혁과제와 경제민주화와 관련,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김남근 변호사가 제안한 10대 개혁과제를 중심으로 10회에 걸쳐 연재한다.

-싣는 순서- 
1. 독과점시장에 대한 구조개선 명령제 도입
2. 손자회사 규제 등 지주회사의 경제력집중 억제
3. 총수일가의 계열사 지배도구 공익재단·금융계열사·자사주 등 규제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재단 탈법행위에 악용 차단 
   <下>재벌기업집단 금융회사의 계열회사에 대한 의결권제한 강화

4. 총수일가의 사익편취와 편법 경영권승계수단 ‘일감몰아주기’ 규제
5. 독립적 이사의 선출을 통한 이사회의 견제기능 강화와 지배구조 개혁
6. 중소기업의 거래조건 개선을 위한 교섭권 강화
7. 하도급과 가맹·대리·유통에서의 ‘갑질’ 불공정행위 근절
8. 소상공인 적합업종과 골목상권 보호 및 소상공인 협업 강화
9. 소비자 구제와 불법행위 견제를 위한 집단소송과 징벌손배 도입
10. 전속고발권 제도 폐지 및 검찰 지자체 등과의 협력행정 강화
 

금속연구원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경쟁회사인 독일의 폭스바겐보다 재료비·부품비가 10% 낮아 경쟁력 우위다. 하청사로부터 낮은 단가로 재료·부품을 공급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차의 물류비·광고비·건설비 등 기타비용은 폭스바겐과 비교해 10%가까이 높아 경쟁력 열위다. 현대차 계열사인 이노션(광고), 글로비스(물류), 엠코(건설)와 높은 단가로 거래해서다. 현대차가 하청사를 수탈해 총수일가 지분이 많은 계열사에 돈을 몰아준다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일감몰아주기…기업 이외 노동자·주주·협력업체도 피해자 

 

재벌그룹은 주력기업에서 발생한 초과이익을 일감몰아주기 방식을 통해 총수일가가 최대주주인 계열사로 이전한다. 주력기업과 계열사 간 거래규모가 커질수록 총수일가 호주머니에 들어오는 돈이 더 많아지는 구조다. 삼성그룹의 경우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분이 많은 삼성 SDS에 일감을 몰아줘 기업가치와 주가를 키웠다.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 경영권을 승계받을 수 있었던 시드머니가 삼성SDS였던 셈이다. 

 

일감몰아주기에 따른 직접 피해자는 계열사에 일감을 주는 주력기업이다. 또 주력기업 수익으로 임금을 받는 노동자, 배당을 받아야 할 주주, 주력기업의 초과이윤을 보장하기 위해 낮은 단가로 하도급계약을 체결한 하청업체도 피해자다. 계열사에게 부당하게 일감이 쏠리면서, 하도급시장에서 중소기업의 영업기회가 박탈되는 문제도 크다. 

 

계열사로 일감몰아주기의 귀결점은 주력기업의 이익이 아니라 총수일가의 사적 이익이다. 때문에 총수일가의 사익편취라고도 한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부회장 김남근 변호사는 “일감몰아주기 행위는 경제정의에 행하는 불공정의 문제만이 아니라 경제력집중, 중소기업의 일감 감소, 세법과 형법 등에 위반되는 경영권승계 등 많은 사회적·경제적 쟁점들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3년 정부는 재벌기업집단 계열사 간 일감몰아주기를 강력하게 제재하겠다는 취지로 공정거래법을 개정했다. 법 개정 이전에는 일감몰아주기를 일반불공정행위로 취급해 제재했다. 법 개정을 통해 별도의 부당지원행위 규정을 신설해 일감몰아주기를 규제하고, 법 위반에 따른 과징금 상향 등 처벌수위도 높였다. 

 

박근혜 정부, 시행령으로 일감몰아주기 규제에 구멍 만들어

 

그러나 박근혜 정부에서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거래법 시행령을 통해 재벌총수 일가가 부당지원행위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시행령에 따라 공시대상 기업집단 회사의 특수관계인이 상장계열사 주식을 30%이상(비상장사 20%) 보유한 경우에만 사익편취 규제대상이 됐다. 현대차그룹은 상장 계열사인 글로비스의 총수일가 지분을 29.9%로 낮췄고, 비상장 계열사 엠코와 이노션의 지분을 20% 밑으로 떨어뜨려 부당지원행위 규제를 피했다.

 

SK·LG는 일감몰아주기 지원을 받는 계열사의 지분을 총수일가가 직접 보유하지 않는 방식으로 규제에서 벗어났다. 이들 기업은 총수일가의 지분이 많은 다른 계열사를 통해 일감몰아주기로 수혜받는 기업을 간접적으로 지배한다. 공정거래법 시행령이 보장한 일감몰아주기 규제 회피수단이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 종합적 사익편취행위 규율체계 필요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대상 기업은 감소했지만, 내부거래 금액과 비중은 증가했다. 2014년 159개였던 규제대상 기업이 2015년 147개로 12개 감소했다. 반면 내부거래 금액은 2014년 7조9000억원에서 2015년 8조9000억원으로 1조원 늘었다. 내부거래 비중도 2014년 11.4%에서 2015년 12.1%로 0.7%p 증가했고, 회사 한 곳당 내부거래 금액은 497억원에서 605억원으로 21%이상 급증했다. 

 

김 변호사는 총수일가의 사익편취행위는 상법과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규율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상법의 기본원리에 따라 ▲회사의 사업기회 유용 금지 ▲법령과 정관을 위배해 회사에 손해를 입히고, 총수일가에 이익을 준 이사에 대한 주주대표소송 활성화 ▲고의적인 법령, 정관 위반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공정거래법에서는 ▲부당지원행위 규정을 불공정거래행위의 장에서 경제력억제의 장으로 옳기고 ▲재벌기업집단 내 부당지원행위는 원칙적으로 불법으로 규정하고, 적법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정당성을 입증하도록 입증책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정거래법 전면개정 전이라도 시행령 개정으로 가능한 것부터  

 

시행령 개정을 통해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규제대상 계열사 지분 요건을 상장사의 경우에도 20%이상으로 강화할 수 있다. 총수일가의 직접지분이 아닌 계열사를 통해 간접지배하는 경우에도 규제대상에 올릴 수 있다. 

 

김 변호사는 “이러한 제도개선은 공정거래법 개정이 아니라 시행령의 개정만으로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이 부분도 야당을 핑계대면서 입법과제로 미룬다. 공정거래법 전면개정 이전이라도 시행령 개정을 통해 재벌기업집단 내부의 부당지원행위를 강력히 규제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게 김남근 변호사의 주장이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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