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법을 위반한 약정은 무효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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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하도급법을 위반한 약정은 무효로 해야 한다” 참여연대 김남주 변호사, 적용범위 확대 등 하도급법 개정 제안

기사입력2020-01-29 16:22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하도급법을 위반하고 수급사업자에게 불리한 약정을 무효로 하는 강행규정을 신설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29일 민주당 제윤경 국회의원,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가 공동으로 주최한 ‘하도급 불공정 문제 해결의 현황과 과제’ 국회 토론회에서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인 김남주 변호사는 발제를 통해 이러한 하도급법 개정 방향을 제시했다.

김 변호사는 “하도급법을 위반한 약정이 있더라도 그 약정이 무효냐에 대해서, 법원은 유효라고 생각을 갖고 있다”며, 이로 인해 하도급법 위반으로 피해를 입은 기업들이 피해구제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한다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는 여러 법에서는 이런 강행규정을 위반한 약정을 무효로 하는 규정이 있다”며 주택임대차보호법, 상가임대차보호법 등의 사례를 들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도급법에 “이 법의 규정을 위반된 약정으로서 수급사업자에게 불리한 것은 효력이 없다”는 규정을 명시하면, 피해기업의 피해구제가 수월해진다는 것이다.

김남주 변호사는 피해기업의 피해구제를 용이하게 하는 방향으로 하도급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기이코노미

◇피해구제 위해 법 실효성 높여야 한다=김남주 변호사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중소기업 중 44.5%가 하도급업체다. 이들 하도급업체는 매출액의 80.8%를 원사업자에 대한 납품으로 창출하고 있다. 이처럼 하도급 공정화가 중소기업계 전반의 최대 현안이라는 점을 인식한 듯 정부는 2017년 하도급 공정화 종합대책 발표 이후 기술유용 근절대책, 대중소기업 상생 생태계 구축방안 등을 잇따라 내놓기도 했다.

이같은 대책에도 불구하고 하도급 불공정거래가 근절되지 못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9년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에 하도급법 위반에 따른 과징금을 부과하고, 최근 삼성중공업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피해기업들은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이후에도 피해구제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민사소송에서는 증거확보 곤란으로 패소하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남주 변호사는 ▲적용범위 확대 ▲전속거래 강요 금지 ▲피해구제 강화 등을 담아 하도급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먼저, 하도급법이 적용되는 원사업자의 업종제한을 없애 적용범위를 넓혀야 한다. 현행 하도급법은 적용대상인 원사업자의 업종을 나열하고 있는데, 김 변호사는 “4차 산업혁명으로 새로운 산업이 많이 형성되고 있다. 이런 산업에 대한 하도급법 적용은 제한적”이라며, 산업변화에 따라 하도급법이 확장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조선산업의 경우 하도급대금을 산정하는 계산식과 각종 지수, 공수나 표준품셈 등 근거가 계약서에 포함돼 있지 않아 분쟁 원인이 되고 있다. 김남주 변호사는 하도급법 상 계약서에 포함해야 하는 내용으로 산정기준과 내역, 각종 지수와 계산식 등을 추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주는 자료도 전자로 돼 있는 경우가 많다”며, “삼성중공업 같은 경우, 사외 즉 삼성중공업 밖에서는 파일이 열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작업이 끝나 삼성중공업 현장에서 철수한 다음에는 자료를 열어볼 수 없어, 분쟁이 생겼을 때 피해를 입증할 수 없다는 의미다.

김 변호사는 일본 하도급법의 경우 전자문서를 교부할 때 “출력할 수 있도록 하거나 저장 또는 실행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 있다”며, 한국도 이같은 조항을 추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피해금액 산정기준 법에 명시해야 한다=현행 하도급법에는 피해기업 구제를 위해 피해액의 3배를 손해배상토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이 있다. 국회에서는 이를 10배로 늘리자는 제안도 나온 상태다.

그러나 김남주 변호사는 “손해배상액이 인정되지 않으면 거기에다 10배를 곱하든, 100배를 곱하든 0원이다. 전혀 피해구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손해액 입증을 어떻게 완화하고 전환하고 도움을 줄 것인가 이 부분에 조금 더 집중해서 제도개선이 이뤄지고, 그 다음에 징벌적 손해배상의 배수를 늘리는 일을 해야지, 그렇지 않고 배수만 늘리겠다고 하면 그림의 떡”이라고 비판했다.

따라서 통상의 하도급대금 추정방식을 법에 추가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이 되는 하도급법 위반 행위를 확대하며, 손해배상 청구 시 법원이 자료제출을 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현재 공정위에 있는 하도급대금의 정당성 입증책임도 원사업자에게 돌리고, 영업정지 업종을 확대하는 등 하도급법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법 개정 방향을 제시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