現 협력이익공유제, 하도급관계에 제한된 모델

프린트

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現 협력이익공유제, 하도급관계에 제한된 모델 대기업 참여도 제고하고, 산업전반에 적용할 방안 모색해야

기사입력2020-02-17 11:18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의 10대 중요 개혁과제

중기이코노미는 출범 3년차인 문재인 정부에서 뚜렷한 추진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재벌개혁과제와 경제민주화와 관련,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김남근 변호사가 제안한 10대 개혁과제를 중심으로 10회에 걸쳐 연재한다.

-싣는 순서-

1. 독과점시장에 대한 구조개선 명령제 도입

2. 손자회사 규제 등 지주회사의 경제력집중 억제

3. 총수일가의 계열사 지배도구 공익재단·금융계열사·자사주 등 규제

<上>대기업집단 소속 공익재단 탈법행위에 악용 차단

<下>재벌기업집단 금융회사의 계열회사에 대한 의결권제한 강화

4. 총수일가의 사익편취와 편법 경영권승계수단 ‘일감몰아주기’ 규제

5. 독립적 이사의 선출을 통한 이사회의 견제기능 강화와 지배구조 개혁

6. 중소기업의 거래조건 개선을 위한 교섭권 강화

<上>가맹점·대리점 단체 교섭권 현실화

<下>이익공유제의 실현

7. 하도급과 가맹·대리·유통에서의 ‘갑질’ 불공정행위 근절

8. 소상공인 적합업종과 골목상권 보호 및 소상공인 협업 강화

9. 소비자 구제와 불법행위 견제를 위한 집단소송과 징벌손배 도입

10. 전속고발권 제도 폐지 및 검찰 지자체 등과의 협력행정 강화

중소기업 수익률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연구개발 투자가 위축되면서, 중소기업의 경쟁력 또한 떨어질 수밖에 없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극심한 양극화 현상을 저지하고, 상생협력관계 도모를 위해 대기업의 성과나 이익을 중소기업과 공유하는 방안을 강화하자는 지적이 나온다.

2011년 정운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이 ‘초과이익공유제(profit sharing)’를 주장하면서 이익공유제 논의가 시작됐다. 당시 이건희 삼성회장은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서 이익공유제에 대해 공산주의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하는 등 재계의 반발이 컸다.

원자재가격 인상에도 납품단가 인하…성과공유제 도입 계기

정운찬 위원장이 초과이익공유제를 제기한 2009년, 세계금융위기 여진이 남아있던 시점이다. 원자재가격이 급등했지만, 대기업은 인상된 원자재 가격을 납품대금에 반영하지 않았다. 오히려 납품단가 인하를 통해 경기침체 국면을 돌파하려했다. 중소기업의 경영여건은 더욱 악화됐고, 납품단가와 원자재가격 연동제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2012년 정부는 ‘성과공유제’를 확산시키기 위해 상생협력법에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대중소기업협력재단이 관련 사업을 지원했다. 2012년 도입된 성과공유제는 2018년까지 155개사에서 5633건의 과제를 이행해 6360개 수탁기업을 지원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성과공유제, 원가절감 등을 통한 직접 이득만을 공유

그러나 성과공유제는 원가절감 등을 통한 직접 이득만을 공유하도록 해, 수탁기업이 투자한 R&D비용 등을 회수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수탁기업에게 돌아가는 현금성 공유도 과제당 1억원이 안되는 등 실질적 혜택도 제한적이다. 이와함께 제조업 등 하도급 관계에 적합한 계약모델로 다른 업종 및 플랫폼 등 새로운 비즈니스 협력관계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성과공유제 시행에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는 줄지 않았다. 이에따라 중소기업 활성화와 실질적인 지원을 위해서는 대기업이 협력사와 공동으로 창출한 이익을 사전 합의에 따라 나누는 ‘초과이익공유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초과이익공유제란 이익개선 등 수탁·위탁 기업 간에 합의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협력하고. 위탁기업의 이익 중 합의한 목표를 초과한 이익을 사전에 합의한 배분 규칙에 따라 수탁·위탁 기업이 공유하는 계약모델을 말한다.

문재인 정부, 협력이익공유제 도입

문재인 정부는 초과이익공유제 근본취지를 수용, 한국형 이익공유 동반성장모델로 협력이익공유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대기업 옥죄기라는 비난을 지나치게 의식한 탓인지, 협력이익공유제는 주로 세제혜택 등 대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인센티브 제공 정책만으로는 이익공유제를 도입할 대기업이 많지 않을 것이며, 결국 기업의 자발적인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비판은 그래서 나온다.

글로벌플랫폼 경제를 선도하는 구글·애플·아마존 등은 이익공유제 등을 통해 수많은 콘텐츠 생산업체와 네트워크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국내에서도 서울도시철도공사 등 공기업들은 부품 납품업체들 성과공유제 협약을 체결하고, 부품의 국산화 개발 등에 성공한 경우 그 성과에 따른 이익을 나눈다. 융합기술이 중심이 되는 4차산업혁명시대에는 대기업과 협력업체 관계가 수직적 종속관계가 아닌 수평적 협력관계가 돼야 한다는 것이 김남근 변호사의 의견이다.

중소기업연구원 이동주 상생협력본부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협력이이공유제 도입 당시 반대의견이 많아서 정부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고, 추진한 건에 대해서도 실질적으로 효과가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중소기업협력재단에 따르면 현재 협력이익공유제에 등록한 기업은 56개, 전체 협력기업은 507개에 그친다.

이 본부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여전히 하도급 거래가 많은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어 협력이익공유제는 이와같은 하도급 구조에서 손쉽게 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라며 “향후 4차산업혁명시대에는 지금까지의 하도급 거래와는 달리 각각의 기업들이 서로의 역량을 가지고 대등하게 거래하는 네트워크 구조가 되기 때문에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이익공유제도 더 고도화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