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자영업자·소비자에게 비용폭탄 떠 넘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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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배민’, 자영업자·소비자에게 비용폭탄 떠 넘겨 국민의 관심, 수수료체계 개선 넘어 배달의민족이 가는 방향

기사입력2020-04-07 19:23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과 함께 우원식·제윤경 등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의원들이 지난 1월 6일 국회 정론관에서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와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참여연대 등과 함께 '배달의민족·딜리버리히어로 기업결합 심사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을지로위원회>

㈜우아한형제들이 현재 우리민족 중 가장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는 외식업 자영업자들에게 상처를 남겼다. 음식 배달 어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이 수수료를 ‘인상’한다는 소식. 가뜩이나 ‘딜리버리히어로-우아아형제들’의 기업결합 소식에 마음 졸였던 소상공인 외식업자들이다. 코로나19로 얼어붙은 소비심리와 싸우던 중 배달의민족에게 뒤통수를 제대로 맞았다.

배민이 이달 1일부터 변경 시행 중인 요금체계는 ‘오픈 서비스’다. 기존 8만8000원 정액제 광고료(울트라콜) 방식에서 주문건당 결제금액의 5.8%를 부과하는 정률제(오픈서비스)로 전환했다.

소상공인연합회에 따르면 새 요금체계는 매출규모에 따라 수수료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월 매출 1000만원 업소의 경우 매월 58만원, 월 매출 3000만원 업소는 매월 174만원을 내야한다. 기존 지역별로 3,4건의 울트라콜로 이용하면 26만~35만원 정도였는데, 그 비용이 많게는 140여만원까지 늘었다는 주장이다.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반발했고 정치권도 발끈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더불어시민당과 함께 특별법제정, 무료앱개발 등 배달의민족 수수료문제를 당 차원에서 대응키로 했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도 7일 배달의민족 본사가 있는 8호선 몽촌토성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수료 인하와 함께 배민의 고통분담을 촉구했다. 경기도도 민관 TF를 구성해 경기도주식회사를 중심으로 공공배달앱 개발을 추진하는 한편,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배달의민족 기업결합 심사에서 독과점과 같은 부정적 측면을 감안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우아한형제들은 6일 입장문을 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외식업주들이 어려워진 상황을 헤아리지 못하고, 새요금 체계를 도입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고 고개숙여 사과드린다”며 새요금 체계를 개선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배달의민족 어플리케이션 설치 안내 화면 <자료=배달의민족홈페이지>

우아한형제들은 문제가 된 수수료 체계를 폐기하지 않고 유지하면서 개선방안을 마련한다고 했다. 우아한형제들이 간과한 것이 있다. 배달앱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5조원 규모로 키우기까지는, 앱을 설치하고 이용한 소비자·자영업자의 땀과 공이 쌓여있다는 사실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 배민은 얼어붙은 소비 속에서 배달 한 건이라도 더해야 직원월급을 주고, 가족들을 건사할 수 있는 자영업자들에게 수수료 폭탄을 안겼다는 사실이 전해졌다. 그동안 편리하다는 이유로 애용했던 배달앱 성장의 뒷면에는 울며겨자먹기로 소상공인이 지불해야했던 비용, 배달노동자에 대한 부당한 처우도 알려졌다. 아울러 배달앱으로 배달음식 가격이 인상되고, 배달비용 대부분을 소비자가 부담한다는 진실도 드러났다. 배민을 바라보는 소비자의 시선이 싸늘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우리가 어떤 민족인가. 벌써 SNS를 중심으로 ‘착한소비’ 해시태그가 번지고 있다. 배달앱을 이용하지 않고 업체에 직접 전화주문해 자영업자의 부담을 줄여주자는 운동이다. 배달의민족 앱을 삭제하는 화면을 캡처해 공유하기도 한다.

혹자는 배달의민족에 대한 정치권과 언론의 비난이 혁신을 위축시킬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낸다. 그러나 아무리 위대한 혁신이라도, 누군가에게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한다면 옳은 방향의 혁신이라 할 수 없다. 기업결합이 성사되면 국내 배달앱 시장의 99%를 장악하게 될 배달의민족의 횡포. 소비자들은 이미 직감하고 또 우려한다.

그래서 소비자들의 요구는 단순히 수수료 체계의 개선에 머물지 않는다. 배달의민족이 어느 방향을 향해 가고 있는가, 지금 소비자들이 주목하는 관심사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