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이 남아야 투자한다는 자본의 논리 씁쓸

프린트

라운지 ㅣ 중국을 읽다 이익이 남아야 투자한다는 자본의 논리 씁쓸 진시황제의 불사약과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개발

기사입력2020-04-20 13:53

문승용 객원 기자 (msy9769@nate.com) ㅣ다른기사보기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확진자는 200만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도 16만명을 넘을 만큼 확산세가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각국의 유명 제약회사에서 코로나바이러스를 물리칠 수 있는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서 밤낮으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신약이라는 것이 마치 도깨비 방망이를 뚝딱 치면 한순간에 개발되는 것이 아닌 만큼 안전하게 임상시험까지 마치려면 앞으로 1년 정도의 기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고대 중국에서도 신약개발에 매진한 인물이 있었다. 그가 바로 영원히 죽지 않기를 염원하며 불사약을 만들고자 했던 진(秦)나라 시황제(始皇帝)다. 시황제는 중국 최초의 통일제국을 이룬 이후, 자신이 이 세상에서 이룰 수 있는 것은 다 이루었다고 여겼다. 이어서 시황제는 영원히 죽지 않는 ‘위대한 신’이 되고자 해 그때까지 불리던 왕(王)이라는 호칭을 황제(皇帝)로 바꾸었다.

병마용갱 앞에 있는 진시황제의 석상이다. 중국 최초의 제국인 진나라를 세우고 문자와 도량형 등을 정비해, 이후 통일 왕조의 기틀을 닦고 영원히 죽지 않기 위해서 불사약을 먹었지만, 그 역시 50세의 이른 나이에 죽었다.<사진제공=문승용 박사>

흔히 황제(皇帝)를 왕(王)과 같은 뜻으로 새기지만, 본래 황(皇)은 ‘위대하다’라는 뜻이고 제(帝)는 조물주와 같은 ‘신(神)’이라는 의미인데 여기에다 처음이라는 뜻의 ‘시(始)’자를 붙여서 자신을 시황제(始皇帝)라고 부르게 하고 자신은 영원히 죽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자 영원히 늙지 않는 비법이 있다면서 시황제를 속이는 일이 잦아졌다.

당시 방사(方士)들은 신선(神仙)의 술법(術法)을 닦는 사람들로서 역시 불로장생을 꿈꾸던 이들이었다. 한번은 방사인 서복(徐福)이라는 자가 시황제에게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바다 끝 신산(神山)에 다녀온다고 하고는 아이 3000명과 여비를 챙겨 서해로 떠났다.

전설에는 그가 우리나라 제주도 서귀포(西歸浦)에 왔으며, ‘서쪽으로 돌아가는 포구’라는 의미로 서귀포라는 이름도 그로부터 지어진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는 진나라로 돌아가지는 못한 것 같다. 하긴 불로초를 발견했으면 자신이 먹고 영원히 죽지 않았을 터인데, 그것을 시황제에게 바치기 위해 애써서 진나라로 돌아갔을 리는 없었을 것이다.

또 방사들 가운데 어떤 이는 신선이 되기 위한 도(道)를 수련하는 것 이외에 죽음을 면하게 하는 불사약(不死藥)을 만들고자 했다. 이들 역시 시황제가 죽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용해서 시황제를 속여 많은 돈을 받아냈다.

불사약을 만들지 못한 방사들은 가짜 약을 만들어서 시황제에게 바쳤고, 시황제는 그들에게 속아 약을 먹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방사들이 만든 불사약이 그저 보통의 약재로만 만들었더라면 차라리 진시황의 몸에 아무런 탈은 없었을 것인데, 시황제로부터 큰돈을 받고 만든 약이다 보니, 자신들의 약이 좀 특별하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서 황제에게 바치는 가짜 약에 중금속과 마약 성분을 첨가했다.

진시황제의 능이다. 높이가 약 55m 되는 야트막한 산처럼 보인다. 아직까지 발굴이 되지 않았다. 혹시 앞으로 시황제의 시신이 발굴되면 기록에서처럼 그가 가짜 불사약을 먹고 약물중독으로 죽었는지 확인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사진제공=문승용 박사>

나중에야 어찌 되든지 간에 영원히 죽지 않는 극적인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서, 일단 약을 먹으면 정신이 알딸딸해지면서 공중에 붕붕 뜨는 것과 같이 느끼게 해 마치 신선이 되어 하늘로 곧 오르는 것 같은 환각작용을 일으키게 했다.

인간의 영원한 꿈인 불로불사(不老不死)의 유혹에 빠져 있던 시황제가 방사들에게 놀아났던 것이다. 얄궂게도 먹으면 죽는 약은 바로 검증할 수 있지만, 죽지 않는 약은 그 약을 먹고 죽는지 안 죽는지를 그 자리에서 확인할 수가 없었다는 데에 문제가 있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것저것 좋다는 성분을 마구 섞어서 불사약을 만들던 과정에서 부산물로 만들어진 것이 ‘불나는 약’이라는 뜻의 화약(火藥)이다. 화약이 어느 시절 누가 어떻게 만들었는지 분명하게 알려진 것은 아니지만, 이후 세계사를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한 다이너마이트의 시초가 불사약을 만들려고 했던 실험으로부터 만들어졌던 것이다.

어찌 된 일인지 날이 갈수록 불사약을 먹으면 먹을수록 몸에서 이상 증상을 느끼게 되면서, 시황제는 혹시 방사들이 자신을 속이고 있는 것이 아닌지 차츰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방사들을 한번 잡아다가 족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황제의 마음을 알아차린 방사들은 일제히 도망을 쳤다. 당연히 시황제는 군대를 풀어서 그들을 잡아들였고, 이들은 황제를 속였다는 명목으로 땅에 파묻히는 형벌에 처해졌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분서갱유(焚書坑儒) 가운데 갱유(坑儒)의 사건이다.

백신을 개발하는 데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투자한 비용도 제대로 건질 수 없기 때문에 큰돈을 투자할 수 없다는 자본의 논리가 씁쓸하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전하기로는 이때 땅에 묻혀 죽은 자가 460명 정도라고 하는데, 이들 가운데 시황제의 정책에 반대했던 정치인 유학자들이 몇 명 끼어 있었다. 그런데 훗날 시황제의 폭정에 반대하던 유학자들이 파묻혀 죽은 것처럼 잘못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황제를 속인 방사들이었다.

결국, 시황제는 50세의 이른 나이에 죽었다. 그의 사인은 불사약인 줄 알았던 중금속 오염 덩이를 지나치게 많이 먹어서 생긴 약물중독이었을 것이라고 한다. 만약에 앞으로 시황제의 능이 발굴되어 혹시 시황제의 시신이 나오기라도 한다면, 그의 사인을 밝힐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통일 전쟁을 수행하면서 너무나 많은 사람을 죽이고도 정작 자신은 죽지 않으려고 발버둥질 치며 불사약을 먹어댔지만, 시황제 역시 하늘의 섭리를 어길 수는 없었다.

인간이 영원히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게 할 수 있는 신약의 개발은 아직 요원하더라도 진작에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이 개발되어 있었더라면, 전 세계가 오늘날과 같은 큰 피해를 입지 않을 수도 있었을 텐데, 어째서 제약회사에서는 백신을 미리 개발해 두지 않았던 것인지 의아해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의약 전문가들은 바이러스가 계속 변종을 일으키기 때문에 그때마다 신속하게 대처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백신을 개발하는 데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도 하지만, 이번과 같은 전염병이 후진국에서 유행하게 될 경우에는 투자한 비용도 제대로 건질 수 없기 때문에 역시 큰돈을 투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이 감염되어 고통을 받고 죽어가는 데도 이익이 남아야 투자한다는 자본의 논리가 여기에도 어김없이 적용된다니 참으로 씁쓸할 따름이다. (중기이코노미 객원=한국외대 중국연구소 문승용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