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협동조합 법적지위…중기인듯 아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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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중소기업협동조합 법적지위…중기인듯 아닌듯 중기기본법 개정해, 중기협동조합의 중기사업자 지위 명시해야

기사입력2020-05-14 09:06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한국제약공업협동조합은 약품을 제조하는 97개 중소기업이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각각의 조합원이 약품을 제조과정에서 발생한 오·폐수를 모아 공동으로 처리하는 폐수처리시설을 운영했다.

폐수처리시설의 효율화를 위해 환경부로부터 악취저감기술을 지원받고자 했는데, 관련 규정은 지원대상을 중소기업 사업장으로 제한했다. 이에 따라 지원사업을 위탁 운영하는 기관에서 제약공업협동조합에 추가적인 자료 제출과 소명을 요구했다. 중소기업 지위가 인정됐다면 당연히 지원대상인 사업임에도, 한국제약공업협동조합은 추가적인 절차를 거치고 나서야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중기기본법 개정해 중기협동조합의 중기사업자 지위를 명시해야

KBIZ중소기업연구소 송재일 정책연구위원은 13일 열린 ‘중소기업협동조합, 중소기업간 연결의 힘으로’에서 이같은 사례를 소개하며, 중소기업협동조합의 중소기업 사업자 지위를 명시하는 방향으로 중소기업기본법을 개정해야한다고 주장했다.

KBIZ중소기업연구소 송재일 정책연구위원은 중소기업협동조합의 중소기업 사업자 지위를 명시하는 방향으로 중소기업기본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기이코노미

중소기업중앙회가 개최한 이번 토론회에서는 지난 2월 개소한 KBIZ중소기업연구소의 정책연구단이 진행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중소기업협동조합에 대한 정책대안이 논의됐다.

송재일 연구위원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이 모여 만든 중소기업협동조합이 중소기업 지원사업을 신청하고서 추가자료 제출과 소명절차를 요구받은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펌프제조 중소기업 129개사가 조합원인 한국펌프공업협동조합은 R&D와 시험·검사를 목적으로 부설연구소를 설치해 운영했다. 중소기업을 위한 기업부설연구소 지원사업에 신청했는데, 중소기업 지위 인정 문제로 추가 자료 제출과 소명을 거친 이후에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중기 모인 협동조합인데, “시책별 특성에 따라” 지위 불안정

앞서 인용한 사례 외에도 중소기업 지위가 문제되는 중소기업 대상 지원사업은 다양하다. 대체로 중소기업기본법 제2조제1항에 따른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업종별 매출액과 자산기준, 소유와 경영관계의 독립성 등을 충족할 경우 중소기업으로 본다.

중소기업협동조합에 대해서는 별도의 규정이 있다. 중소기업기본법 제2조제4항은 “중소기업시책별 특성에 따라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중소기업협동조합법이나 그 밖의 법률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중소기업협동조합이나 그 밖의 법인·단체 등을 중소기업자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협동조합은 규모 기준과 독립성 기준을 모두 충족하더라도, 중소기업으로서의 지위를 인정받지는 못한다. ‘시책별 특성에 따라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되는지 여부를 따져야 한다. 법이 이렇게 돼 있으니, 중소기업 지원기관들도 임의로 판단을 내릴 수 없다. 중소기업협동조합들이 중소기업을 위한 공동의 협동사업을 하기 위해 지원을 요청해도, 복잡한 절차를 거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협동조합기본법·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 따른 협동조합은 중기 지위 인정

실제 중소기업협동조합들의 중소기업 지원사업 신청과 승인 사례를 조사한 송재일 연구위원은 “무조건 결론적으로 안 되는 건 아니었다”면서도 “어떻게든 하긴 했는데, 어렵게 어렵게 했다”고 말했다. 또 중소기업협동조합들이 지원사업 대상이 되는지 여부를 사전에 예측할 수 없다는 문제점도 지적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에게만 유독 별도의 규정을 적용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현행 중소기업기본법은 협동조합기본법에 따른 협동조합과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에 따른 조합과 연합회는 중소기업 지위가 인정된다. 반면 중소기업기본법에 따라 설립되는 중소기업협동조합에게만 유독 시책별 특성에 따라, 그때그때 중소기업 지위를 판단한다. 이를 두고 송재일 연구위원은 헌법상 평등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중소기업기본법을 개정해야한다. 시책별 특성에 따라 예외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대상에서 중소기업협동조합을 빼고, 중소기업 범위에 중소기업협동조합을 명시하는 방안이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