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하고 협력행정 강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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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하고 협력행정 강화를 책임 다했다면 경제민주화 앞당겼을 것…기업부담 가중 반론도

기사입력2020-06-05 17:22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의 10대 중요 개혁과제

중기이코노미는 출범 3년차인 문재인 정부에서 뚜렷한 추진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재벌개혁과제와 경제민주화와 관련,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김남근 변호사가 제안한 10대 개혁과제를 중심으로 10회에 걸쳐 연재한다.

-싣는 순서-

1. 독과점시장에 대한 구조개선 명령제 도입

2. 손자회사 규제 등 지주회사의 경제력집중 억제

3. 총수일가의 계열사 지배도구 공익재단·금융계열사·자사주 등 규제

<上>대기업집단 소속 공익재단 탈법행위에 악용 차단

<下>재벌기업집단 금융회사의 계열회사에 대한 의결권제한 강화

4. 총수일가의 사익편취와 편법 경영권승계수단 ‘일감몰아주기’ 규제

5. 독립적 이사의 선출을 통한 이사회의 견제기능 강화와 지배구조 개혁

6. 중소기업의 거래조건 개선을 위한 교섭권 강화

<上>가맹점·대리점 단체 교섭권 현실화

<下>이익공유제의 실현

7. 하도급과 가맹·대리·유통에서의 ‘갑질’ 불공정행위 근절

<上>전속거래구조탈피·공동협업

<下>거래상지위남용 행위 근절

8. 소상공인 적합업종과 골목상권 보호 및 소상공인 협업 강화

<上>소상공인·중소기업 적합업종

<下>복합쇼핑몰 등 초대규모 유통점 진출규제

9. 소비자 구제와 불법행위 견제를 위한 집단소송과 징벌손배 도입

10. 전속고발권 제도 폐지 및 검찰 지자체 등과의 협력행정 강화

경제검찰이라고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그 책임과 권한을 다 했다면, 경제민주화를 앞당겼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를 위한 수많은 입법과제들이 제시되고 있는데, 무엇보다 공정거래 행정개혁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김남근 변호사는 “공정거래 행정개혁의 핵심은 그 권한을 검찰, 중기부, 지자체 등과 나누고 협력행정을 통해 우리 시대 과제인 불공정행위, 갑질문화 등을 근절하자는데 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공정거래 행정개혁은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에서 시작한다는 것이다.

공정거래법은 위반 정도가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중대해, 경쟁질서를 현저히 저해한다고 인정하는 경우 공정위가 검찰총장에게 고발하는 전속고발권 규정을 두고 있다.

하지만 공정위가 중대한 행위에 대해서도 고발하지 않거나 공소시효에 임박해 고발하는 등 소극적으로 고발권을 행사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2013년 ‘의무고발요청권’ 도입됐다. 그러나 이 또한 실효성이 없다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공정위가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상황에서 검찰과 조달청, 감사원, 중기부 등이 고발요청권을 행사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2018년 공정위와 법무부는 가격담합·공급제한·시장분할·입찰담합 등 중대한 경성담합에 대한 전속고발권 폐지를 합의하고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공정위가 2018년 입법예고한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은 20대 국회에서 비쟁점 조항들만 통과되고, 전속고발권 폐지 등 공정경제 실현을 위한 조항들은 20대 국회 종료와 함께 폐기됐다.

이로써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에 대한 논의는 21대 국회에서 다시 이어지겠지만, 기업의 반발과 검찰개혁이라는 난제를 함께 풀어가야 하는 난관에 봉착해있다.

김 변호사는 원칙적으로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고 검찰과 조달청, 감사원, 중기부, 지방자치단체 등 관련 사건을 다루는 행정기관에 조사부를 신설하도록 해 서로 협력행정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서는 관련 행정기관에 조사부를 둘 수 있는 근거규정과, 검찰 등과 협력행정을 구체화 할 수 있는 미국의 업무협력 프로그램과 같은 행정지침을 만들 수 있도록 근거규정을 공정거래법에 마련할 필요가 있다.

“기업운영에 부담 가중”…전속고발권 유지 주장도

공정위가 전속고발권을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경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과거 공정거래법 전면개정 국회 세미나에서 전속고발권 폐지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 이유는 우선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위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정거래법 위반행위는 기업활동과 밀접하거나, 그 자체이기 때문에 고소·고발의 증가는 기업의 활동을 위축시킬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또, 고소·고발 남용에 따른 중소·중견기업의 부담이 가중될 것도 우려했다. 경쟁사의 악의적 음해성 고발 등 고소·고발 남용으로 검찰의 수사선상에 놓일 기업 수가 증가하고, 특히 변호사 선임 등 법적 대응력이 부족한 중소·중견기업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경제관련 불공정행위에 대한 처벌은 형벌은 지양하고 경제적인 처벌 즉, 부담이 큰 과징금 등으로 처벌해야한다고 했다.

이에대해 김남근 변호사는, 지금까지 불공정행위 제재에 대한 민사소송 손해배상이나 과징금 등 제재 효과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이러한 민사상, 행정상 제재만으로도 불공정행위의 예방과 제재 효과를 가질 때까지는 형사 처벌 유지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다.

전속고발권 폐지…범정부 차원 협력행정 전제돼야

전속고발권 폐지를 위해서는 공정위와 검찰, 지방자치단체 등 범정부 차원의 협력행정이 전제돼야 한다.

조사대상 사업자의 임의적인 자료제출에 의존하는 경우, 해당 사업자가 자료제출을 거부하거나 해태, 조사방해 등으로 신속한 조사나 사건 해결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임의적 조사방법에 한계가 있는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과의 협력을 통해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거나 소환조사를 통해 강제수사로 전환하고, 공정위가 검찰수사에 협력하는 방식으로 조사를 진행할 필요도 있다는 것이 김 변호사의 견해다. 임의조사와 강제수사가 유기적으로 결합할 수 있도록 검찰과 공정위가 협력하는 것이 조사절차 개선의 핵심과제가 돼야 한다는 얘기다.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행정도 필수다. 김상조 전 공정거래위원장은 2017년 서울시와 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와의 업무협약을 통해 서울과 경기지역에 분쟁·조정협의회를 설치하고, 원스톱 민원 처리를 위한 공정거래 지원센터 설립에 합의했다. 이후 가맹거래법과 대리점법을 개정해 가맹사업 정보공개서 등록 사업과 가맹점주와 대리점주 등의 분쟁조정기능을 지방자치단체와 공유하도록 했다.

이와 더불어 김 변호사는 지방자치단체 간에도 지방자치법에 따라 가맹·대리·유통하도급 등 지역경제와 밀접하게 연결된 불공정거래 사건에 대한 상담·교육·조사·분쟁조정 등을 협력하기 위한 ‘공정거래 지방자치단체협의회’ 등을 구성해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