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죽하면 ‘일하는 국회법’까지 만들겠다고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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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오죽하면 ‘일하는 국회법’까지 만들겠다고 하나 법안처리율, 20대국회 36%…16대(63%) 이후 예외없이 떨어졌다

기사입력2020-06-10 11: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21대 국회의원 임기가 개시된지 벌써 10일을 넘겼다. 여야를 막론하고 일하는 국회가 되겠다고 다짐했던 21대국회다. 원 구성을 둘러싼 여야간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20대국회 판박이가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국민들이 기억하는 20대국회. 야당의 장외집회와 등원거부에 따른 식물국회다. 회의실 점거 및 폭력까지 동반했던 동물국회 모습도 함께였다. 국회운영과 관련 대표적인 적폐인 동물·식물 국회를 동시에 보여줬던 20대국회. 성적이 낙제라는 건 통계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오죽했으면 일하는 국회법을 만들겠다고 한다. 20대국회 당시에도 발의됐고 폐기된 법안이다. 21대국회가 20대국회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려면, 일하는 국회법부터 먼저 처리해야한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국회의안정보시스템 법률안 통계에 따르면 20대국회에 접수된 법안은 총 2만4141개. 이중 20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된 법안만 1만5125개에 달한다. 발의법안 대비 처리법안 비중은 36%에 불과하다. 19대국회 처리법안 비중(43%)과 비교하면, 7%p 떨어진 수치다.

그렇다고 19대국회는 일을 잘했나. 20대국회가 워낙 아수라장이어서 그렇지,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다. 19대국회 법안처리 비중 또한 18대국회에 비해 6%p 낮았다. 18대국회( 49%) 역시 17대국회(53%)보다 낮았다. 17대국회도 16대국회(63%)와 비교하면 처리법안 비중이 떨어졌다.

세상이 복잡해졌고 규율대상 자체가 늘어나, 발의법안 자체가 증가했다는 변명도 가능하다. 그래도 20국회의 태만을 감싸기에는 논거가 너무 빈약하다. 동물·식물 흉내 낼 시간에 법안을 처리했다면, 20대국회 법안처리율은 지금보다 훨씬 높아졌을 것임이 분명해서다. 21대국회 들어 여야를 불문하고, 국회의원 모두가 일하는 국회를 만들자는 말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21대국회가 개원하자마자 이른바 ‘일하는 국회법’이 줄줄이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대표발의 한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따르면 법안발의 후 숙려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발의법안이 상임위원회에 상정된다. 이후 30일이 지나면 소위원회에 회부하도록 해, 절차에 따라 신속하게 법안을 처리하는 내용을 담았다.

더불어민주당 이정문 의원도 ‘국회법 개정안’, ‘국회의원수당법 개정안’,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법’ 등 3개 법률안으로 구성된 일하는 국회법을 대표발의했다. ▲상시 국회 도입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 심사권한 폐지 ▲정당한 사유없이 회의에 출석하지 않는 국회의원에 대해 세비 삭감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 도입 등의 내용을 담았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입법부 구성원으로서 국회의원의 의무 중 하나는 성실한 입법활동이다. 국회를 열고 발의법안을 검토하고 협의해 제때 처리하는 일은, 직장인이 출근해 업무를 처리하는 것처럼 당연한 책무다.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 스스로 헌법이 정한 자신의 소임을 다하지 못해, 이를 법률로 강제하는 상황. 이런 국회가 정상인가 싶다.

오죽했으면 일하는 국회법을 만들겠다고 한다. 20대국회 당시에도 발의됐고 폐기된 법안이다. 21대국회가 20대국회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려면, 일하는 국회법부터 먼저 처리해야한다. 국민들이 더 이상 국회를 믿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20대국회에서 폐기된 1만5000여개 발의법안 중 시급한 민생법안을 찾아 처리해 줄 것을 촉구한다. 21대국회가 또다시 한심한 작태를 반복하지 않는지 지켜보겠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