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제품 불매운동 1년…아직도 갈길이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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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일본제품 불매운동 1년…아직도 갈길이 멀었다 과거사 문제를 포함 반성없는 일본과 타협할 이유가 없다

기사입력2020-07-01 09:1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사)한국마트협회와 한국중소상인자영업총연합회 등은 지난해 7월 5일 일본 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소상인·자영업자들은 향후 일본제품 판매중지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사진=한국마트협회>

일본이 한국의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핵심소재 수출규제를 강행한지 1년이 됐다. 대한민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대한 보복조치였다. 나름 한국경제에 대한 맥도 제대로 짚었고, 시기도 적절했다. 무엇보다 국제 여론전에 오랫동안 공을 기울였기 때문에, 경제보복조치가 나름 성과를 낼 것이라 판단했을 수 있다. 여기에 정권유지 수단으로써 한국때리기만큼 좋은 것이 없다는 학습효과도 도발을 감행한 배경일 수 있다.

때문에 일본의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음에도, 아베정권은 경제보복을 감행했다. 감히 과거사에 대한 법적조치를 취한, 그 옛날 식민국을 혼쭐내고픈 심정이었을 수 있다. 혹은 독립 70여년 만에 경제는 물론 영향력까지 동아시아 중심이 된 한국을 흔들고 싶은 속내도 있었을 게다.

일본의 수출규제가 본격화되자, 우리나라 극우·보수 정치권은 물론 언론·경제계까지 나서, ‘습관성 공포감’을 드러내며 머리를 조아려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 관광청이 2019년 공개한 관광백서를 보면, 2018년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753만명이다. 중국에 이어 2위다. 한국인 관광객 등이 일본에서 사용한 돈이 6조4300억원에 달한다.

국내 수입맥주 시장에서 일본맥주는 부동의 1위였다. 자동차 강국 한국에서도 일본 브랜드 차가 매년 늘었다. 이뿐 인가. 유니클로로 대표되는 중저가 의류브랜드를 비롯 우리생활 곳곳에는 시나브로 스며든 일본산제품이 차고 넘쳤다. 아베정권이 한국을 함부로 대해도 괜찮을 것이라 허황된 자신감을 가졌던 이유일 수 있다. 역으로 보면 한국의 극우·보수 정치인 등 일부가 습관성 공포감을 보였던 배경일 수 있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은 달랐다. 오래가지 못할 거라던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일본 의류브랜드를 이 땅에서 물러나게 했다. 닛산이 한국철수를 결정하는 등 일본차의 한국매출은 급격하게 떨어졌다. 반면 소재·부품·장비 국산화와 함께 수입대체선 발굴로 국내 생산차질도 크지 않았다. 나아가 일본의존에서 탈피해 기술력으로 세계시장을 잡겠다는 자신감마저 보인다. 일본맥주는 국내시장에서 사실상 자취를 감췄고, 일본담배 또한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일본언론이 뒤늦게 한탄하는 이유다.

1년 전 일본산 불매운동 현장을 확인하기 위해 찾았던 편의점. 당시 한 편의점주가 한 말이 떠오른다. “불매운동에 동참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먹고 살려면 일본산뿐 아니라 뭐라도 팔아야 한다”고 했다. 그 편의점주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 1년여 만에 다시 찾은 그 편의점. 젊은 직원에게 일본맥주 판매유무를 묻자 단호하게 말한다. “없어요.” 혹시 창고에 남은 것이라도 없냐는 물음에도 명확했다. “없어요.”

일본은 알량한 경제논리로 대한민국 국민 자존심을 건드려 혹독하게 혼나고 있음을 알아야한다. 무엇보다 아직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는 이상 용서란 있을 수 없다. 어떤 이는 1년 됐으니 불매운동이 시들해졌다느니, 이웃과 사이좋게 지내야한다는 등의 얘기를 한다. 그런 진부한 소리는 그만하고 대한민국 입장에서 미래를 보자. 답은 정해져 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