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절반이상, 재벌개혁이 경제성장 도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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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국민 절반이상, 재벌개혁이 경제성장 도움된다 文정부 재벌개혁 학점…A와 B 49.7% vs D와 F 17.3%

기사입력2020-07-09 17:04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 점수에 대해 D나 F 학점을 주겠다는 응답이 늘고, A나 B 학점을 준다는 응답은 소폭 감소했다. 하지만 재벌개혁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탄탄했다. 이런 국민여론을 믿고 재벌개혁에 속도를 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제개혁연구소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7월 중 만 18세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재벌개혁 점수를 D 또는 F로 평가한 응답은 17.3%로, 2020년 1월(14.9%)보다 2.4%p 늘었다. 전체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는 A 또는 B 학점을 줬지만(49.7%), 1월 조사(50.2%)에 비해 다소 감소했다.

기업정책이 대기업 중심(37.9%)이라는 인식은 소폭 감소한 반면 중소기업 중심(37.3%)이란 응답은 1월 조사결과보다 늘었다. 중소기업에 무게를 뒀다는 인식이 늘었다지만, 예외적인 조사결과다. 2018년 1월부터 올 7월까지 11번의 반기별 조사결과 중 중소기업 중심이란 평가가 더 많았던 건 단 두 차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기업정책이 이전 정부와 동일하게 대기업 중심 기조를 유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시민들의 인식에 정부는 억울할지 모르겠다.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각종 갑질행위 단속과 표준계약서 도입 등등 재벌개혁과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추진해온 정부정책이 적지는 않다.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이나 기업 지배구조개선을 담은 관련 법 개정을 2018년부터 추진했지만 미완이다. 사진은 지난해 12월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20대국회 규탄 기자회견.<사진=뉴시스> ©중기이코노미

하지만 인색한 평가에 이의를 제기하기 전에, 점수가 낮게 나온 결과를 먼저 겸허히 반성해야한다. 근본적인 개혁이 미뤄졌거나 지지부진하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이나 기업 지배구조개선을 담은 관련 법 개정을 2018년부터 추진했지만 미완이다. 또다시 정부가 21대국회에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을 제출했지만, 개혁안 내용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문재인 정부의 개혁의지 자체가 의심받는 상황에서, 법원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수사심의위는 검찰을 향해 이 부회장에 대한 불기소와 함께 수사중단까지 권고했다. 이외에도 재벌총수가 범죄를 저지르고도 법망을 빠져나간 사건은 많다.재벌개혁 점수가 낮아질 만한 요인이 한둘이 아니란 얘기다.

재벌개혁, 쉬운 일 아니다. 총수일가의 전횡을 막고 주주총회와 이사회 내실화를 위해서는 법제도 개선이 선행돼야한다. 불공정거래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단속과 처벌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의 협상력을 키울 수 있는 정책도 만들어야한다. 특히 재벌로의 경제력 집중 현상은 단시일 내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그럼에도, 재벌개혁 정책을 지지하고 성원하는 국민의 기대는 높다. 7월 조사결과 재벌개혁이 경제성장에 도움이 된다는데 동의하는 의견이 53.5%, 동의하지 않는다(39.4%)는 의견을 크게 앞섰다. 지난 1월 조사에서 동의한다는 의견이 절반 아래로 내려왔지만, 이번 조사결과 다시 절반을 넘어섰다는 점도 주목해야한다.

재벌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이를 믿고 과감하게 재벌개혁에 나서야한다. 재벌개혁보다 더 시급한 문제는 많지 않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원청과 하청,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 여러 경제주체 간의 갈등은 재벌개혁과 안팎으로 연결돼있다. 재벌개혁에 다 같이 잘 사는 길이 담겼다는 국민 인식을, 정부가 무겁게 바라보기를 바란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