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배임죄 인용의 핵심 키…“미전실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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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이재용 배임죄 인용의 핵심 키…“미전실 지시” 검찰, 이사회 판단 없이 이재용·미전실 지시로 삼성물산 합병

기사입력2020-09-16 18:33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참여연대 정책위원인 김남근 변호사는 16일 기자간담회에서, 검찰의 판단에 대해 “제일모직의 이사회와 삼성물산의 이사회가 각각 경영적 판단을 한 것이 아니라, 미전실의 지시에 의해서 추진한 것”이 핵심이라고 풀이했다. ©중기이코노미

“위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업무상 임무에 위배하여 피고인 이재용에게 (삼성)물산 및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 확보 등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적극적 협상 등을 통해 적정 합병 거래조건 및 구조의 설정 또는 합병 외 다른 대안의 선택 등으로 보장받을 수 있었던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 증대 기회의 상실이라는 재산상 손해를 피해자인 물산 및 물산 주주에 가하였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 불기소 권고로 촉발된 검찰의 고심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기소로 일단락됐다. 지난 6월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기소까지 3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이재용 부회장의 신청으로 열린 검찰수사심의위가 불기소와 수사중단을 권고하는 등 중간에 곡절도 있었다. 끝내 기소가 이뤄지면서, 삼성물산 합병을 둘러싼 검찰수사는 재판을 통해 진위가 밝혀지게 됐다.

◇구속영장에 적시되지 않았던 업무상 배임죄=130쪽이 넘는 공소장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종전 검찰이 청구했던 구속영장과 달라진 부분이 주목받는다. 자본시장법과 외감법 위반 혐의는 구속영장에 적시됐지만, 배임죄 부분은 없었다. 앞서 인용한 것처럼, 검찰은 이재용 부회장과 최지성 당시 미래전략실 실장, 삼성물산 임원 등이 삼성물산과 주주들에게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구속영장에는 없었던 내용이다. 검찰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이뤄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회사와 주주에게 손해를 입혔다고 판단했다. 형법상 업무상 배임죄는 10년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이하 벌금에 해당하는 범죄다.

◇배임죄 무죄사건과 삼성물산 합병의 차이점=참여연대 정책위원 김남근 변호사는 16일 기자간담회에서, 검찰의 판단에 대해 “제일모직 이사회와 삼성물산 이사회가 각각 경영적 판단을 한 것이 아니라, 미전실 지시에 의해 추진한 것”이 핵심이라고 풀이했다.

법원은 배임죄 적용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요구한다. 김남근 변호사에 따르면 임원이나 이사회의 경영상 판단에 따른 결정이란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무죄가 선고되는 사례가 많다.

예컨대 자금회수를 할 수 없는 개연성이 큰데도, 담보 등을 확보하지 않고 계열사를 지원해 배임죄로 기소된 사건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그룹 단위의 경영상 판단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이재용 부회장을 배임죄로 기소한 이유는, 수사과정에서 이 부회장과 미전실의 결정에 삼성물산 이사들이 따르기만 했을 뿐이라는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지시 전까지 삼성물산 내부적으로 합병 검토 없어”=공소장에서 검찰은, 2015년 4월 하순 경 이재용 부회장과 미전실이 지시를 내리기 전까지 삼성물산 내부적으로 “이 사건 합병에 대해 아무런 검토나 준비가 없었던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2014년 12월 상장 이후 제일모직 주가가 고평가된 반면, 삼성물산은 2014년 하반기 이후 주가가 낮게 형성돼, 합병 당시에는 “물산의 시가총액은 총자산의 1/3 수준에 불과하였을 뿐만 아니라 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4.06%) 등 상장사 주식들의 시가총액 합계 약 13조원보다도 약 4조1000억원이나 낮아 저평가되어 있다는 것이 시장의 지배적 견해”였던 상황이다. “경영적 판단”에 의한 합병이었다면, 삼성물산 이사들은 양사의 주가 추이에 대해 면밀한 검토를 통해 합병 시기와 조건을 조절했어야 한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그러나 삼성물산 이사들은 이런 업무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 이재용 부회장과 미전실이 삼성물산과 주주들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은 채, 모직의 주가가 높고 물산의 주가가 낮아 합병비율이 이재용 부회장과 제일모직에 유리한 시기에 추진하는 등의 계획을 정해 하달하자, 계획을 그대로 실행했다. 경영적 판단이 아닌 이재용 부회장과 미전실 지시에 따른 합병으로 회사와 주주가 손해를 입었으므로, 이재용 부회장 등의 배임 혐의가 성립한다고 봤다.

◇이재용 부회장, 합병으로 최대주주 등극=당초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물산 지분이 없었다. 검찰은 합병 동기를 “추가 비용없이 물산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4.06%)을 안정적으로 확보하여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겠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합병 결과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물산 주식 16.54%를 소유한 최대 주주가 됐다. 동시에 이건희 회장(2.86%)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5.51%),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5.51%)과 계열사 등 특수관계인 주식까지 합산하면 합계 39.85%에 이르는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그러나 합병 결과 “삼성물산의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물산 주식 평가손실이 약 3000억원 상당으로 추산되는 등, 물산 주식을 계속 보유한 주주들의 손실이 현실화되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김남근 변호사는 이에 대해, 배임죄의 피해자는 주주가 아니라 회사라는 게 대법원 판례의 입장이므로, 회사가 어떤 손해를 입었는지가 배임죄 혐의의 판단을 가르는 잣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