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이코노미

중견·중소기업 소상공인 매체
2020/12/05(토) 11:59 편집

주요메뉴

메일 페이스북 트위터 프린트
라운지미국을 읽다

오랜 노사협상에도 진전없을 때 쓰는 체스 용어는

Game Metaphor ③good move, checkmate, stalemate, opening gambit, pawn 

기사입력2020-09-29 09:46
이창봉 객원 기자 (cblee@catholic.ac.kr) 다른기사보기

이창봉 교수(가톨릭대학교 영어영문학부)
미국사람들이 실내에서 즐겨하는 게임들 중 대표적인 것이 체스(chess). 한국문화에서 바둑과 장기가 가장 전통적이고 대중적인 게임이라면, 미국문화에서는 바로 체스를 꼽을 수 있다.

 

한국문화에서 바둑의 막강한 영향력은 한국어에 널리 발달되어 퍼져 있는 바둑 은유 표현들에서 확인할 수 있다. ‘포석, 정석, 묘수, 초강수, 자충수, 꼼수, 노림수, 무리수, 승부수, 수읽기, 패착, 꽃놀이패, 장고, 미생, 고수, (눈치) 9, 복기등 본래 바둑에서 쓰는 용어들이 은유 확대된 수많은 표현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장기의 경우에도 장군 멍군을 주고받다혹은 차포를 떼고도 이기다등의 표현이 쉽게 떠오른다.

 

시대가 많이 변해서 요즘 젊은 세대들은 컴퓨터 게임에 빠져 있지만, 1970~1990년대에는 동네 어귀에서 어르신들이 바둑과 장기를 두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으며, 청소년 시기에 많은 사람들이 부모님이나 어른들로부터 바둑이나 장기를 두는 법을 배우곤 했다. 특히 바둑의 경우에는 그 오랜 역사와 깊은 전통과 대중성 때문에 현대 한국사회에 들어와서도 비록 바둑을 잘 두지 못하는 사람들도 그 은유 확대 표현들의 의미를 잘 이해하며, 그것이 은유 확대 표현인지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고도 광범위한 분야에서 널리 사용하고 있다.

 

미국사회에서 체스의 언어문화적 영향력은 한국사회에서의 바둑의 언어문화적 영향력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미국사람들이 이 게임 자체를 잘 하지 못하더라도 게임의 룰과 용어 등을 잘 알고 있으며, 이 익숙함이 그들의 일상 언어에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바둑에서 대국자가 번갈아 두는 것을 라고 하는데, 이것을 영어로 ‘move’라고 한다. 체스에서도 같은 용어를 쓰는데, 그들은 좋은 수를 뜻하는 표현인 ‘good move’의 뜻을 은유 확대해, 어떤 현명한 결정을 내려서 좋은 결과를 얻었을 때의 상황을 묘사하는 데에 널리 쓴다. 그들이 즐겨 쓰는 표현 중에 ‘change of scenery’라는 표현이 있다. 오랫동안 살던 곳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이사하거나, 본래 자기가 해 오던 일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시작했을 때 잘 쓰는 표현이다.

 

예를 들어서 어느 집안에서 가족들이 하는 사업(family business)이 잘 안 돼서, 과감히 멀리 떨어진 새 도시로 이사 가서 새 일을 시작해서 성공을 거두었다면 이 두 표현을 응용해서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We decided to move to a new city for a change of scenery. It turned out to be a good move. Our new family business has been flourishing since then.

 

체스는 ‘king, queen, bishop, rock, knight, pawn’ 6종류로 된 총 16개의 말(piece)을 규칙대로 움직여서 상대방의 왕(king)을 잡았을 때 이기는 게임이다. 상대방이 왕을 위협하는 수(이것을 ‘the king is in check’라고 표현함)를 두었는데, 다른 말로 막을 수도 없고 피할 수도 없이 꼼짝없이 잡히게 된 상태를 ‘checkmate’라고 한다. 이 상황적 의미를 은유 확대해 일반적으로 전혀 손을 쓸 수 없이 철저히 패배한 상황을 묘사하는 데에 널리 쓴다.

 

예를 들어서 어느 학회에서 발표자가 논문을 발표했는데 발표 후 누군가가 결정적인 반증 (counter evidence)를 제시했다면 그 상황을 다음과 같이 묘사할 수 있을 것이다.

 

That counter evidence was checkmate for his argument.

 

체스에서 상대방이 왕을 위협하는 수를 둬 피할 수 없이 꼼짝없이 잡히게 된 상태를 ‘checkmate’라고 한다. 이를 은유 확대해 전혀 손을 쓸 수 없이 철저히 패배한 상황을 묘사하는 데 널리 쓴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이렇듯 ‘checkmate’ 상태가 되면 승부가 끝나게 된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상태가 됐는데 비기게 되는 경우가 있다. 체스에서 킹(king)‘in check’ 상태가 아닌 상태에서 공격받지 않고 이동하는 수가 없는 경우에는 적이 공격할 수 있는 칸으로 이동하는 자살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게임을 중단하고 승부는 비기게 되는데 이 상황을 ‘stalemate’라고 한다. 이 체스 용어의 뜻을 은유 확대해 일상에서는 ‘a situation in which further action is blocked (더 이상의 조치나 행동이 불가능한 상황)’을 묘사하는 데에 잘 쓴다.

 

예를 들어 노사 간의 협상이 오랜 협상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의 진전이 없는 상황에 이르렀을 때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Management and the union have reached stalemate despite a long negotiation.

 

체스 게임의 과정은 바둑이나 장기처럼 오프닝과 미들게임과 엔드게임(바둑의 경우에는 이를 초반의 포석, 중반의 중간전투, 종반의 끝내기라고 부름)으로 이뤄지는데, 처음 시작할 때 전략적으로 움직이는 첫 수순을 ‘opening gambit’이라고 한다. 미국사람들은 이 표현을 은유 확대해 다른 분야나 영역에서 ‘an opening tactic(시작하는 책략)’의 뜻으로 잘 쓴다.

 

예를 들어서 어느 ‘presentation skill seminar’에서 강사가 어떤 프레젠테이션을 하든지 처음 시작할 때 청중의 이목을 끄는 책략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Your opening gambit is critical for presentation success.

 

장기에서처럼 체스에서도 초반에 쓰는 가장 흔한 책략 중의 하나가, 가장 가치가 낮은 말(장기의 경우 ’, chess의 경우 ‘pawn’)을 미끼로 던져서 잡히게 하고 적으로부터 더 높은 가치의 말을 잡아오는 것이다. 한국어에서는 장기판에서 가장 가치가 낮은 말인 의 의미를 은유 확대해 일상에서 나를 졸로 보지마와 같은 표현을 많이 쓴다. 영어에서도 ‘a pawn in the game’이라는 표현을 널리 쓴다. 이 표현은 장기의 졸처럼 더 나은 말을 얻기 위해 희생되는 상황적 뜻이 확대돼 ‘being manipulated or used for some purpose[어떤 (숨겨진) 목적으로 이용당하다]’라는 뜻으로 잘 쓰인다.

 

예를 들어서 어느 여자가 남자와 사귀었는데 헤어지고 난 후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가 그녀를 진정으로 사랑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배경을 이용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다음과 같이 그 배신감을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Looking back, I was just a pawn in his game. He didn't truly love me. He just took advantage of my background. (중기이코노미 객원=가톨릭대학교 영어영문학부 이창봉 교수)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목록 top

객원전문 기자칼럼

 
  • 기업법률
  • 상생법률
  • 공정경제
  • 법률산책
  • 생활세무
  • 상가법
  • 인사급여
  • 4대보험
  • 노동정책
  • 판례리뷰
  • 이제IP
  • 무역실무
  • 알쓸신법
  • 부동산
  • 금융경제
  • 세상이야기
  • 가족여행
  • 예술만세
  • 작가노트
  • 현대미술
  • 시민경제
  • 무역물류
  • 스마트공장
  • 가맹거래
  • 미국문화
  • 중국상인
  • 노동법
  • 신경제
  • CSR
  • 정치경제학
  • 빌딩이야기
  • 민생희망
  • 지적재산권
  • 개인회생
  • 공동체
이전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