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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가들이 쌓은 재산은 우리 사회로부터 얻은 것

사회를 온전하게 하기 위해 세금으로 내놓는 것에 인색해선 안 돼 

기사입력2020-11-24 18:22
문승용 객원 기자 (msy9769@nate.com) 다른기사보기
중국 산동성에 위치한 태산(泰山)이다. 예로부터 우리는 태산이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산이라고 알고 있지만, 태산의 실제 높이는 1524m로 우리나라의 설악산보다 낮다. 공자는 태산 어디에선가 가혹한 정치를 피해 이곳에 살다가 시아버지, 남편 그리고 자식까지 호랑이에게 잃고 슬피 울고 있었던 아낙을 만났다고 한다.<제공=문승용 박사>

문승용 박사(중국 문학,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연구원)
예기(禮器) ‘단궁(檀弓)’편에는 공자가 태산(泰山) 부근을 지나는데, 무덤 앞에서 슬프게 우는 아낙네를 만나 사정 이야기를 듣는 장면이 나온다. 

얼마 전 시아버지와 남편이 호랑이에게 물려 죽었는데, 이번에는 아들까지 호랑이에게 희생당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어째서 이처럼 위험한 곳을 떠나 사람들이 많은 성안에 들어가서 살지 않느냐고 공자가 물었더니, 아낙은 이곳에는 관리들의 가혹한 정치가 없기 때문에 차라리 여기에서 호랑이와 사는 편이 낫다고 했다. 

이 말을 들은 공자는 가혹한 정치가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뜻의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라는 말을 제자들에게 일러주고 가슴 깊이 새겨두라고 했다.

이 이야기는 공자의 정치사상에서 위정자는 백성들에게 어진 정치를 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할 때 흔히 함께 언급되는 구절이다. 시아버지와 남편에다가 금쪽같은 자식까지 호랑이에게 잃고 나서도 그토록 무섭고 원망스러울 산속을 떠나지 못하는 참으로 기구한 당시 백성들의 삶을 한마디 대변해 주는 얘기다. 그렇다면 당시 백성들에 대한 관리들의 가혹한 정치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예나 지금이나 나라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영토, 국민, 주권이다. 국가를 이루는 3요소라고 한다. ‘나라 국(國)’자를 쪼개보면, 본디 나라라고 하는 것은 영토라는 뜻의 큰 울타리를 표시하는 ‘국(囗)’자, 백성이라는 뜻의 ‘입 구(口)’자 그리고 주권 혹은 무력이라는 뜻의 ‘창 과(戈)’자가 합해진 것이라는 인식을 일찍부터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나라에는 영토와 국민이 있고 그러한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는 나라에서 관리들에게 보수를 지급하고 외적을 막기 위해서 병사를 소집해 군대를 조직해야만 했으니, 당연히 백성들에게 세금을 걷어야 했을 것이다.

전통적으로 유가(儒家)에서는 맹자(孟子)가 주장한 정전법(井田法)을 이상적인 조세제도라고 보았다. 정전법은 토지를 ‘우물 정(井)’자 모양으로 나눠서 백성 8가구가 주변의 땅을 경작해 각자 가져가는 사전(私田)으로 삼고, 정(井)의 한 가운데 땅을 공전(公田)이라 해 주변 8가구의 백성들이 공동으로 경작, 여기에서 나오는 수확만을 세금으로 내는 조세제도다. 이렇게 할 경우 조세율은 대체로 9분의 1 정도가 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백성들이 개인에게 주어지는 사전에서는 열심히 농사를 지을 것이나, 8가구가 공동으로 농사를 지어야 하는 공전에서는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것이니 아무래도 수확량이 적었을 것이겠지만, 대체로 백성들이 부담하는 세금은 약 10분의 1 정도였다.  

노자(老子)는 주나라 말기 각 제후국들이 온갖 전쟁을 벌여 세상이 어지러워 혼란에 빠지자, 왕실 장서실(藏書室)의 사관(史官) 자리를 버리고 멀리 세상을 등질 때 소를 타고 떠났다고 한다.<제공=문승용 박사>

군주가 백성들에게 무위(無爲)의 정치를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던 노자는 도덕경 75장에서 “백성들이 굶주리는 것은 그들의 윗사람들이 세금을 너무 많이 받아먹기 때문이다(民之饑, 以其上食稅之多)”라고 해서, 지배세력들이 백성들로부터 세금이라는 명목으로 거둬들이는 것을 최소화 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공자와 맹자, 그리고 노자가 살았던 춘추전국(春秋戰國)시대는 세상이 어지러워 각 지방의 제후국들이 군비경쟁을 하며 전쟁이 잦았던 때였다. 그렇다 보니, 당시 각 제후국은 백성들에게 가혹한 세금을 부과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쟁터로 내몰아 다치고 죽게 하는 일이 흔하게 일어났다.

그렇기 때문에 공자의 유가에서는 당시 왕들이 좀 더 너른 영토를 차지하기 위해서 이웃 나라와 전쟁을 벌여 백성들을 전쟁터로 내몰아 고통받는 일이 없이 어진 정치를 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던 것이고, 노자 역시 지배세력들이 이래저래 쓸데없는 정사를 편다는 명목으로 거둬가는 세금이 백성들을 고통스럽게 한다며 세금 걷는 것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 우리나라 정부에서 부동산을 안정시키기 위한 대책으로 양도세, 취득세, 종합토지세 등 세금을 올리는 정책을 연이어 쏟아내자, 이른바 보수세력이라고 하는 이들은 이번 정부에서 세금을 너무 올려 개인의 재산권을 너무 침해하고 있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그렇지만 세금의 기능이 사회 구성원들 간의 빈부격차를 줄여주는 등 우리 사회를 건전하게 유지해 주는 역할을 한다는 점 또한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공자 역시 논어 ‘계씨(季氏)’편에서 “나라를 경영하는 이는 백성이 적은 것을 걱정하지 않고 고르지 않은 것을 걱정하며, 가난한 것을 걱정하지 않고 편안하지 않은 것을 걱정한다. 대체로 백성들의 삶이 고르면 가난은 없는 것이다(有國有家者, 不患寡而患不均, 不患貧而患不安. 蓋均無貧)”라고 말했던 것처럼, 백성들의 삶이 고르면 가난이라는 것이 없는 셈이고 두루 평안해지는 것이라고 했다.

공자의 이 말처럼 나라 사람들이 두루 고르게 살게 하는 것이 나라 정책의 우선이라고 한 것은 개인의 사유재산을 보장해야 하는 오늘날과 같은 자본주의 사회의 이념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오늘날 자산가들이 쌓은 그 재산 역시 우리 사회로부터 얻은 것이니, 우리 사회를 온전하게 지키기 위해서는 세금이라는 형식으로 그 일부를 사회에 다시 내놓는 것에 인색해서는 안 될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객원=한국외대 중국연구소 문승용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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